반도체 '바닥론' 솔솔…투자 매력 더 커졌다
반도체 시장에 겨울이 오고 있다는 전망에 최근 반도체 기업 주가가 급락했다.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지자 투자 매력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오기 시작했다. 월스트리트 투자은행들은 올 들어 주가가 40% 이상 떨어진 종목에 관심을 가지라고 조언했다. 이르면 연내 반도체 가격이 반등할 것이란 낙관론도 등장했다.

“경기 회복하면 마이크론 수혜”

28일(현지시간) 투자정보매체 시킹알파에 따르면 JP모간은 “내년 상반기까지 반도체 가격이 두드러지게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D램과 낸드플래시의 평균 판매 가격 하락이 메모리 시장 약세를 주도할 것이란 설명이다. JP모간은 D램 시장 규모가 올해 7%, 내년 5% 축소될 것으로 예상했다. 낸드플래시 시장 규모는 내년 10%대 중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대만 시장조사업체인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전월 대비 지난달 D램 가격은 14%, 낸드플래시 가격은 4% 떨어졌다.
반도체 '바닥론' 솔솔…투자 매력 더 커졌다
시장 위축에도 반도체 종목에 투자할 만하다고 JP모간은 조언했다. 당분간 반도체 시장 성장세가 둔화하겠지만 불황이 오래가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JP모간은 “메모리 시장은 V자형이 아니라 U자형으로 완만한 반등을 보일 것”이라며 “쌓인 재고가 내년 2분기 안에 정리되면 내년 하반기 경기가 회복될 것”으로 전망했다.

JP모간은 경기 회복기 투자할 만한 유망 종목으로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를 꼽았다. 마이크론테크놀로지 주가는 최근 미국 중앙은행(Fed)의 고강도 긴축과 매출 전망치 하향 조정 등의 여파로 급락했다. 지난 26일 주가는 57.63달러로 연중 최고가(97.36달러) 대비 41% 낮다. 마이크론테크놀로지는 이달 초 “PC 및 스마트폰용 반도체칩 수요가 줄었다”며 2022회계연도 4분기(6~8월) 매출이 지난 6월 내놨던 전망치의 하한선(68억달러)을 밑돌 것이라고 예고했다.

SK하이닉스 삼성전자와 대만 기업인 난야테크놀로지 파워테크 등도 JP모간이 꼽은 유망 종목이다. 박정준 JP모간 애널리스트는 “과거보다 영업이익률이 개선됐음에도 반도체 기업 주가가 과도하게 떨어졌다”며 “비관적인 전망이 우세한 하향 국면에서 매수할 만하다”고 말했다.

“반도체 가격, 3분기 저점 찍을 수도”

씨티그룹은 반도체 시장 전망에 대해 더 긍정적이다. 반도체 가격이 연내 반등할 것이란 관측이다. 아티프 말릭 씨티그룹 애널리스트는 “올 3분기 32기가바이트(GB) D램 가격이 100달러 밑으로 떨어져 저점을 찍은 뒤 9~10월 반도체 장비 가격도 저점을 형성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JP모간과 씨티그룹은 뉴욕증시에서 시가총액이 가장 큰 반도체 종목인 엔비디아에 대해서도 나란히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25일 엔비디아가 저조한 2분기 실적을 발표했음에도 JP모간은 ‘비중 확대’ 의견을 제시했다. 목표 주가는 5월 내놨던 230달러에서 220달러로 소폭 낮췄다. 하지만 이는 26일 종가(162.60달러)에 비해 여전히 35% 높은 수준이다. 씨티그룹도 목표주가를 285달러에서 248달러로 낮췄지만 ‘매수’ 의견을 유지했다. 올 들어 엔비디아 주가는 46% 급락했다.

반도체 시장 성장이 둔화할 것이란 전망은 여전하다. 23일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는 올해 세계 반도체 시장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6.3%에서 13.9%로 하향 조정했다. 지난해 성장률(26.2%)의 절반 수준이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