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 게임’이 벌어지고 있다.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가 최근 한 마리 6000~9000원대 치킨을 내놨다. 유명 프랜차이즈 치킨이 2만~2만5000원인 것에 비해 3분의 1 가격이다. 마트 치킨은 날개 돋친 듯 팔린다. 프랜차이즈 치킨 업계로 불똥이 튀었다. 6000원에도 팔 수 있는 치킨을 2만원 넘게 받으니 ‘폭리’ 아니냐는 것이다. 6000원에서 2만5000원까지…. 치킨의 적정 가격은 얼마일까.
 그래픽=허라미기자
그래픽=허라미기자

시장 떡볶이 가격이 비슷한 이유

논란의 배경에는 ‘같은 상품은 가격이 같아야 한다’는 관념이 깔려 있다. 경제학에서는 이를 ‘일물일가의 법칙’이라고 한다. 19세기 중엽 영국 경제학자 윌리엄 제번스가 제안한 이 법칙은 시장경제의 기본적인 속성을 설명한다.

예를 들어 포켓몬빵 가격이 서울에서는 1500원, 부산에서는 3000원이라고 하자. 이를 안 누군가는 서울에서 포켓몬빵을 1500원에 구입해 부산에서 3000원에 팔아 이윤을 남길 것이다.(서울~부산 간 운송비는 0원이라고 가정) 이처럼 시장 간 가격 차이를 이용해 이윤을 얻는 거래를 ‘차익거래’라고 한다. 이런 거래가 늘어나면 서울에서는 포켓몬빵 가격이 오르고, 부산에서는 포켓몬빵 가격이 내려 결국 서울과 부산의 포켓몬빵 가격은 같은 수준(일물일가)으로 조정될 것이다.

일물일가는 경쟁의 결과이기도 하다. 시장에 가 보면 떡볶이, 순대 등을 파는 가게가 여럿 있다. 이 중 한 가게가 다른 집보다 비싸게 팔면 손님이 줄어들 것이다. 그 가게가 경쟁에 뒤처지지 않으려면 다른 집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가격을 낮춰야 한다. 반대로 어떤 가게가 다른 집보다 싸게 판다면 다른 가게들도 손님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가격을 따라 낮출 것이고, 모든 가게의 가격이 비슷해질 것이다.

스타벅스 커피와 저가 커피의 차이

현실에서는 일물일가 법칙이 적용되지 않는 사례도 많다. 여러 가지 제약이 있어서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포켓몬빵을 가져가 팔려면 운송비가 든다. 운송비 부담에 차익거래가 일어나지 않으면 서울과 부산의 가격 차이는 그대로 유지될 것이다. 시장 경쟁 구조에 따라서도 가격이 달라진다. 서울에는 포켓몬빵과 경쟁하는 여러 가지 빵이 있고, 부산에는 포켓몬빵 외에 다른 빵이 없다면 서울보다 부산에서 비싸게 파는 것이 가능하다.

겉보기엔 같아 보이는 상품이 뜯어보면 다른 상품일 수도 있다. 아메리카노 커피 톨 사이즈는 스타벅스에선 4500원인데, 일부 저가 커피 전문점에선 1500원이다. 그러나 이 가격 차이는 유지된다. 소비자들이 스타벅스 커피와 저가 커피를 동일한 상품이라고 여기지 않기 때문이다.

치킨도 그렇다. 프랜차이즈 치킨과 대형마트 치킨은 완전히 동일한 상품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대형마트 치킨은 프랜차이즈 치킨보다 무게가 100~200g 가벼운 닭을 쓰고, 치킨무도 무료로 제공하지 않는다. 프랜차이즈 치킨은 집에서 배달받을 수 있지만, 대형마트 치킨을 사려면 소비자가 마트에 가야 한다.

가격 결정하는 ‘지불 용의’

완전히 동일한 상품도 파는 곳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기도 한다. 같은 브랜드, 같은 용량의 생수가 대형마트에선 300원이고, 편의점에선 900원이다. 이런 차이가 발생하는 것은 소비자가 낼 용의가 있는 금액, 즉 ‘지불 용의’가 상황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멀리 있는 대형마트까지 차를 몰고 간 소비자는 10원이라도 싼 가격에 물건을 사고 싶어 한다. 반면 당장 목이 말라 가까운 편의점에 들른 소비자는 다소 비싼 가격이라도 지불할 의사가 있다.

대형마트 치킨과 프랜차이즈 치킨에 대해서도 소비자의 지불 용의는 차이가 있다. 저렴한 가격에 치킨을 먹고 싶은 소비자는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고 대형마트에 가서 치킨을 구입할 것이고, 집에서 편하게 배달받고 싶은 소비자는 프랜차이즈 치킨을 선택해 비싼 가격에 배달료까지 기꺼이 지불할 것이다. 어느 경우든 자유로운 시장 거래의 결과라면 ‘균형 가격’이다. 싸다고 해서 혹은 비싸다고 해서 부적절한 가격은 아니다. 정부가 시장에 개입해 가격을 왜곡하지만 않는다면 대형마트 치킨은 대형마트 치킨대로, 프랜차이즈 치킨은 프랜차이즈 치킨대로 소비자 후생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