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쇼크' 이후 국내 증시가 기로에 섰다. '베어마켓 랠리'가 끝나고 당분간 변동성 장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30일 국내 증시는 국제 유가 상승 영향에 따라 에너지주가 코스피 버팀목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 불확실성에 노출된 코스피

잭슨홀 회의에서 나온 '파월 쇼크' 이후 국내 증시는 9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까지 불확실성에 노출될 전망이다. 다만 이미 7월 FOMC 의사록 공개(17일) 이후부터 이를 가격에 반영해왔던 만큼 잭슨홀 회의 여진이 미치는 충격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30일 국내 증시는 전반적인 지수 차원에서 장중 반등을 시도할 것으로 점쳐진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사우디 감산 가능성에 따른 유가 급등(+4.1%), 독일의 비축량 증가에 따른 천연가스 하락(-3.4%) 등 개별 이슈로 인해 상기 관련 업종 뿐만 아니라 여타 업종 간에도 차별화된 주가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전날 미 증시 하락폭이 축소된 점은 한국 증시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며 "특히 OPEC+ 국가들의 감산 가능성이 부각되며 국제유가가 큰 폭으로 상승해 미국과 유럽의 에너지 업종이 강세를 보인 점을 감안하면 관련주가 상승을 견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원달러 환율 1개월물은 1345.53원으로 이를 반영하면 원달러 환율은 6원 하락 출발이 예상된다"며 "코스피는 0.5% 상승 출발이 점쳐진다"고 말했다. 다만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가 1.93% 하락한 점은 부담"이라며 "전일 하락에 따른 반발 매수세 유입 가능성이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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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월 쇼크' 여진 이어진 美 증시

29일(현지시간) 미국 증시에선 잭슨홀 회의에서 금리 인상 의지를 확인한 '파월 쇼크' 여진이 이어졌다. 이날 다우지수는 전장보다 184.41포인트(0.57%) 하락한 3만2098.99에 거래를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장보다 27.05포인트(0.67%) 하락한 4030.61에 끝났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전장보다 124.04포인트(1.02%) 내린 1만2017.67에 거래를 마쳤다.

그동안 Fed의 금리 인상 사이클이 얼마 못갈 것으로 봤던 금융시장 참가자들의 정책 전환 기대는 단숨에 식었다는 평가다. 고통을 예고한 Fed의 매파 스탠스는 주식시장 투자 심리를 위축시켰다. 테슬라는 이날 1%대 하락했고, 엔비디아는 2%대 내렸다.애플도 1%대 하락했다. 산유국들의 감산 기대로 에너지, 유틸리티 관련 업종지수는 상승했다. 10년물 미 국채수익률은 3.10%대로 올랐다. 2년물 미 국채수익률은 3.43%대로 높아졌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국 금리 100bp 인상은 아직까지 극단적인 가정이며 현실을 고려해봤을 때 9월 75bp 인상을 베이스 시나리오로 상정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된다"며 "또한 물가 관련 여러 데이터(유가, 공급난 지수 등) 상 인플레이션 피크아웃 경로는 변하지 않긴 했지만, Fed는 시장의 과도한 기대감 형성을 통제하는 작업을 수시로 진행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 OPEC+ 감산 우려…한 달 만에 유가 최고 수준

뉴욕유가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가능성에 계속 집중하며 상승했다. 29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0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3.95달러(4.2%) 상승한 배럴당 97.0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WTI 가격은 OPEC의 감산 전망에 지난 7월 29일 이후 한 달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 유가는 올 들어 29% 정도 상승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 생산 감축 제안에 대해 OPEC와 러시아 등 비(非)OPEC 주요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플러스(OPEC+)에서도 공감하면서 원유 시장에서 공급 감소 우려가 커졌다. 압둘아지즈 빈 살만 사우디 에너지부 장관이 극심한 시장 변동성과 유동성 축소를 고려해 향후 OPEC이 감산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힌 후 유가 상승세는 탄력을 받았다.

■ 佛 올겨울 에너지 배급제?+IEA "회원국 전략비축유 추가 방출할 수도"

엘리자베트 보른 프랑스 총리는 29일(현지시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의 여파로 에너지 수급에 문제가 생기면 올겨울 배급제를 시행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보른 총리는 이날 프랑스 경제인연합회(Medef)가 개최한 연례 총회에서 기업 대표들을 향해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조치를 해달라고 당부하며 이같이 밝혔다.

보른 총리는 "만약 우리가 배급제를 해야 한다면 기업이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기업이 할당된 전력을 사고팔 수 있는 시스템을 포함한 비상 계획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 전력 도매가격은 이날 메가와트시(MWh) 당 1200유로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한편 국제에너지기구(IEA) 파티 비롤 사무총장은 이날 회원국들이 필요하면 전략비축유(SPR)를 추가로 방출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겨울은 유럽의 연대를 시험하는 시기가 될 것"이라며 "만약 유럽이 시험에서 실패한다면 그 영향은 이번 에너지 위기보다 훨씬 크게 느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 “허리띠 졸라맨다”...尹정부 첫 예산안 나온다

정부는 30일 국무회의를 열고 2023년도 예산안을 의결한다. 앞서 재정기조를 확장재정에서 건전재정으로 전환하겠다고 예고했다. 총지출 규모를 올해(2차 추가경정예산 기준) 676조7000억원보다 큰 폭으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윤석열 정부가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겠다고 나선 것은 ‘이대로는 급증하는 국가채무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위기 의식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가 임기 중 연평균 8.7%에 달하는 공격적 재정 확장을 한 결과, 국가채무는 2017년 660조2000억원에서 올해 말 1068조8000억원으로 불어났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관리재정수지 기준) 비율은 2017년 1.0%에서 올해 5.1% 수준으로 악화됐다.

다만 새 정부의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반대하면 대폭 수정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