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이 전기자동차용 배터리의 자국 내 생산 확대 정책을 확대하면서 불과 4~5년 만에 한국과 일본의 세계 점유율을 상당 부분 가져갈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30일 경제매체 차이신에 따르면 글로벌 컨설팅사 커니(옛 AT커니)는 최근 발간한 '글로벌 동력전지산업 보고서'를 통해 2026년의 세계 배터리 산업을 전망했다. 커니는 2026년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역량이 1951(GWh)기가와트시로 2021년보다 5.7배 늘어날 것으로 관측했다. 1GWh는 통상 전기차 1만5000대에 해당한다. 2026년에 전기차 3000만대분의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다는 얘기다. 연간 세계 자동차 판매량은 9000만대 안팎이다.

커니는 2021년 2%인 미국·유럽산 배터리 점유율이 2026년 18%로 올라갈 것으로 내다봤다. 기업이 아닌 생산 지역 기준 점유율이다. 한국·일본산은 44%에서 24%로 내려갈 것으로 예상했다. 자국 시장이 큰 중국은 58%에서 55%로 소폭 내려갈 것이란 전망이다.

미국에선 테슬라와 일본 파나소닉의 배터리 합작사 기가팩토리가 생산설비를 계속 늘리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SK온 등 한국 기업들도 현지 공장을 확장하고 있다. 유럽에선 신생 업체인 스웨덴 노스볼트가 폭스바겐과 협력해 80GWh 공장을 짓고 있다. 중국의 세계 최대 배터리 업체인 CATL도 현지 시장을 겨냥해 독일 공장을 올해부터 가동한 데 이어 북미 투자도 검토하고 있다.

빠르게 성장하는 배터리 산업의 생산설비를 유치하는 것은 일자리와 세수에서 상당한 의미를 갖는다. 글로벌 공급망 분화가 가속화하는 최근 상황에선 국가안보와도 직결되는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시행하면서 전기차용 배터리의 미국 내 생산을 사실상 강제하고 나섰다. 유럽연합(EU)은 2027년부터 역내 부품 비중이 65%에 미달하는 배터리에 10%의 관세를 부과할 방침이다. 차이신은 "EU의 정책은 미국·유럽산에 비해 20%가량 원가 경쟁력을 가진 중국 업체들에 타격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커니는 글로벌 배터리 시장이 '기술 주도'에서 '규모 중심'으로 바뀌면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는 '레드오션'이 될 것으로 진단했다. 주요 국가와 기업들이 기술보다는 설비 확장에 매달리고 있고, 현존하는 삼원계 또는 인산철 배터리를 대체할 전고체 배터리 등이 상용화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란 이유에서다.

커니는 기업 별로는 한·중·일 3강 체제가 2026년에는 한·중 양강 체재로 개편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은 기술, 중국은 시장에서 경쟁 우위가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 배터리 기업들은 미국과 유럽에 적극 진출하는 반면 일본 업체는 전기차에 소극적인 자국 완성차 업체를 따라가고 있다고 커니는 지적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