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빔’에 움츠러든 증시…"성장주 덜고, 정책 수혜주 담아야"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최근 경기 침체를 감수하더라도 강도 높은 긴축정책을 펼치겠다는 의지를 내보이면서 글로벌 증시가 위축되고 있다. 금리 인상 국면이 곧 끝날 것이란 낙관적 전망이 빗나가면서, 업종별 주가 흐름도 달라질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경기 흐름과 무관한 정책 수혜주들이 당분간 양호한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30일 오전 코스피지수는 전일 대비 0.5% 상승한 2439.16에 거래 중이다. 전날 파월 의장의 긴축 성향 발언으로 하루만에 2.18% 하락한 뒤 소폭 반등한 모양새다.

지수가 소폭 반등했지만, 전문가들은 여름동안 이어진 반등추세가 약화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교보증권은 다음달 코스피지수가 2400~2600 사이에서 등락하는 장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증권가에서는 미국 금리인상 기조가 길어지면서 금리 인상에 취약한 업종을 덜어내라고 조언이 나왔다. 특히 기술주들은 금리 인상기마다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한 대표적인 업종으로 꼽힌다. 기술주는 금리가 높을수록 미래 실적에 대한 할인율이 높아져 실적 대비 낮은 밸류에이션(기업 가치)으로 평가받아 투자매력이 떨어진다.

실제로 파월의 매파적 발언이 나온 이후 글로벌 증시에서 기술주·반도체주들은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지난 29일 미국 증시에서 AMD와 엔비디아는 각각 2.95%, 2.82% 하락하며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국내에서도 카카오와 네이버는 전일 각각 3.31%, 5.0% 하락하면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도 전날 2.33%, 2.73% 하락했다.

손주섭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파월 의장의 매파적 발언으로 반도체 업종이 주가 상승분을 반납하고 코스피지수도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리인상·경기침체 여파로 3분기 기업 실적은 줄어들 전망이다. 이에 따라 ‘어닝 서프라이즈’로 인한 주가 상승을 기대하기 더욱 어려워졌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3분기 실적 추정치가 존재하는 상장사 249곳의 영업이익 추정치 합계는 54조9340억원으로 이들 기업의 2분기 영업이익 합계(58조5828억원)에 비해 6.22% 줄었다.

전문가들은 거시 경제 흐름에 영향을 덜 받는 업종·종목 위주로 대응할 것을 권했다. 태양광·2차전지 원전 등 정책 수혜가 기대되는 종목은 실적이 뒷받침 돼 주가도 양호한 흐름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삼성증권은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안의 수혜 종목으로 고려아연, 한화솔루션, LG화학, LG전자 등을 추천했다. 최근 2차전지 및 미국 폐기물 재활용 등으로 사업을 확장 중인 고려아연은 미국 친환경 정책에 힘입어 이달 주가가 31% 넘게 상승했다. 미국 태양광 모듈 시장점유율 1위인 한화솔루션 역시 17.3%의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유승창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분기에는 원자재 상승 여파가 아직 덜 반영된 면이 있어서 실적이 비교적 양호했지만, 3분기는 본격적으로 실적에 반영되면서 전반적인 영업이익 하향 조정이 예상되고 있다”며 “이럴 때는 실적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정책 수혜주들 위주로 방어 전략을 짜야 한다”고 했다. 이어 “금리 인상에 민감한 성장주 비중을 줄이고 현금 비중을 늘리는 것도 방어적 전략으로 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