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영향으로 다소 줄어들었던 대기업-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가 다시 벌어지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근속 연수에 따른 임금 격차도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개인의 실제 역량이나 생산성보다는 회사의 규모, 근속 기간에 따라서 임금이 결정되는 경향이 크다는 뜻이다.

30일 대한상공회의소고용노동정책팀이 발표한 '코로나19 이후 임금 격차 진단과 개선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300인 미만 중소기업 근로자의 임금 수준은 대기업(300인 이상) 대비 60%에 미치지 못하다가 2019년 처음 60%를 넘었고 이후 코로나19 국면에서 63.29%까지 개선됐다.
그러나 지난해 대기업 임금이 평균 6.6% 상승하는 등 코로나19에서 경기가 회복하면서 두 집단 간 임금 격차는 다시 벌어지는 추세다. 대기업 근로자만 임금이 많이 오르고, 중소기업 근로자들은 그 혜택을 보지 못하는 셈이다.

세대 간 임금 격차도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의 지난해 조사에 따르면 주요기업에서 근속연수 30년차는 1년차 대비 2.95배의 임금을 받았다. 10년차는 1년차 대비 2.27배를 받았다. 특히 교육서비스업, 금융보험업의 근속기간 대비 임금상승률이 높았다. 1년차 대비 10년차 이상의 임금수준(임금연공성)은 2014년 2.63배였던 것에 비하면 완화됐지만 유사한 호봉제 구조를 지녔던 일본이나 유럽 각국과 비교해 여전히 훨씬 높은 수준이라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보고서는 "근속기간이 길수록 임금이 높아지는 것은 일종의 지연 임금제로서 고령 근로자 고용에 대한 부담을 높이고 정년제도 도입을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유일호 대한상의 고용노동정책팀장은 "세대간 임금격차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호봉제에서 직무급제로 개편해야 하는데 근로기준법상 노조 동의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임금체계 변경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이러한 임금 격차 문제가 중소기업에 취업하는 것을 기피하게 만들고, 청년 일자리 문제를 야기하며, 중년이나 고령 인력의 고용불안을 일으키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연공에 따른 임금 체계를 직무 성과에 따라 임금을 지급하는 직무급 중심으로 개편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직무급 전환을 위해서는 취업규칙 변경을 위해 근로자 대표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규정한 근로기준법을 '성실한 협의'가 필요하다는 수준으로 완화해야 한다고 보고서는 주장했다.

유 팀장은 법 개정 이전에라도 우선 시장임금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시스템이 구축된다면 기업 규모별, 세대별 임금 격차를 완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업 경쟁력 저하와 노동시장 왜곡을 야기하고 있는 임금체계를 지속가능한 임금체계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직업별 임금정보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