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공부하러 영화관에?…'명화 강연장'이 된 CGV
지난 26일 서울 강남구 CGV 씨네드쉐프 압구정의 스트레스리스 시네마에서는 영화가 상영되지 않았다. 배우들 대신 스크린을 가득 채운 것은 다양한 종류의 현대미술 작품이었다. 관객들은 리클라이너 가죽 의자에 눕듯이 앉아 ‘쉽게 이해하는 현대미술, 아트 콘서트’ 강연을 들었다.

이날 강연은 이경윤 오픈갤러리 큐레이터가 맡았다. 그는 프랑스 화가 마르셀 뒤샹 등 다양한 현대미술 작가들의 작품을 스크린으로 보여주며 두 시간에 걸쳐 설명했다. 이 큐레이터는 “미술관 강연은 학술적이고 다소 딱딱한 내용으로 이뤄지지만 극장 강연은 관객들이 보다 쉽고 편하게 미술에 접근할 수 있도록 대중 친화적인 내용으로 구성했다”며 “커다란 스크린을 통해 미술 관련 영상 등도 보여줄 수 있어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관객들은 큐레이터에게 다양한 질문을 던지며 미술에 대한 이해를 높였다. 강연이 끝난 뒤 한 관객은 “평소 미술에 관심이 많았지만 쉽게 접할 기회가 없었다”며 “극장에서 강연을 듣고 난 후 미술관에 가면 작품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국내 대표 멀티플렉스 CGV가 영화관에서 다양한 문화·예술을 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미술은 복합문화공간으로서 변신을 위한 첨병이다. 미술에 평소 관심은 있지만 장벽을 느끼는 입문자를 위해 각양각색의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미술 강연을 들으면서 식사까지 할 수 있도록 구성한 ‘아트&다이닝’은 인기 상품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지난해에 비해 올 들어(1~7월) 관객이 1.5배 증가했다. 관객 증가로 인해 횟수도 대대적으로 늘렸다. 지난해엔 총 23회 진행했으나 올해엔 7월까지만 해도 29회를 개최했다. CGV는 하반기 프로그램까지 합치면 총횟수는 전년 대비 2~3배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기업에서도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직원들을 위해 상영관을 통째로 빌려 미술 강연을 하기도 한다. 회사 복지와 문화 회식 차원에서 직원들이 미술 강연을 다 같이 듣도록 한 것이다. 올 들어서만 총 8회에 걸쳐 CGV의 미술 강연이 기업 대관으로 진행됐다.

CGV는 미술 강연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프로그램을 더욱 다양하게 꾸미기로 했다. 다음달 17, 18, 25일엔 피카소의 삶과 작품 이야기를 들으며 그가 즐긴 요리를 맛보는 ‘피카소의 식탁’ 강연이 진행된다. 여기에는 첼리스트 윤지원이 나와 관객들이 식사하면서 첼로 연주까지 들을 수 있게 한다. 같은 날짜에 노르망디 예술을 알아보는 ‘신비로운 천혜의 요새, 몽 샐 미셸’ 강연도 함께 열린다. 가격은 미술 관련 프로그램별로 5만~8만원이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