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신탁, 조합 대신 주택 정비사업 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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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6 대책에 신탁업계 신바람
조합설립 없이 신탁사 활용 가능
정비계획 통합해 사업기간 단축
한토신, 금정역세권 사업 시행자로
신림1구역·흑석11구역도 성과
2분기 누적 수주액 1601억원
둔춘주공 사태 등 불거지면서
주민 "조합보다 신탁사가 낫다"
조합설립 없이 신탁사 활용 가능
정비계획 통합해 사업기간 단축
한토신, 금정역세권 사업 시행자로
신림1구역·흑석11구역도 성과
2분기 누적 수주액 1601억원
둔춘주공 사태 등 불거지면서
주민 "조합보다 신탁사가 낫다"
“조합이 아니라 신탁사가 둔촌주공 재건축사업을 주도했다면 결과가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까요?”(둔촌주공 A조합원)
서울 둔촌주공 재건축은 조합과 시공사업단 간 갈등, 일반분양 지연에 따른 사업비용 부족 등 정비사업 현장에서 볼 수 있는 모든 문제가 총망라됐다. 이달 초 사태가 봉합됐지만 최소 7개월여의 사업 지연으로 조합원들은 수억원의 추가 비용을 부담해야 할 처지다. 아파트 공급일정 차질로 시장에 혼란을 야기한 것은 ‘부수적 손실’이다.
‘둔촌주공 사태’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기존 조합 중심의 재건축사업 방식에 문제의식을 갖게 한 결정적 계기가 됐다. 윤석열 정부의 첫 부동산 정책인 ‘8·16 대책’에 기존 조합방식을 대체할 방안으로 신탁방식을 정부가 적극 권유하고 나선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국토교통부는 사업 기간 단축, 동의요건 완화 등 신탁방식의 재개발·재건축사업에 인센티브를 내걸었다.
사업 담당자인 정경찬 한토신 도시재생2팀장은 “군포시 관할 정비사업지가 13곳에 달하는데 금정역세권 사업이 순항하면서 다른 구역들도 모두 신탁사가 사업을 맡게 됐다”며 “서울에서도 신속통합기획을 준비 중인 조합들이 신탁 사업설명회를 열어달라는 요구가 많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에서는 ‘신림1구역’이 신속통합기획 1호 사업지로 선정됐으며 ‘흑석11구역’도 관리처분인가를 받는 등 한토신이 맡은 지역의 정비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1996년 한국토지공사의 100% 출자로 출범한 한토신은 2010년 민영화 이후 업계 1위를 지키고 있다. 빈 땅을 개발하는 ‘차입형 토지신탁’ 사업을 벌여온 한토신은 2016년부터 별도 영업팀을 꾸려 본격적으로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에 뛰어들었다. 정비사업 수주가 늘면서 지난 2분기 한토신은 1601억원의 누적 수주액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1438억원) 대비 11.3% 증가한 수치다.
한토신이 정비사업 강자로 떠오르면서 다른 신탁사들도 재건축·재개발 현장에 뛰어들고 있다. 한 신탁사 관계자는 “부동산 리츠 사업에서 다각화를 준비 중”이라며 “가로주택 등 소규모 정비사업지를 중심으로 조합 관계자들과 접촉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탁사를 적극 활용하자는 정부 제안은 올 들어 시공사의 공사비 증액 요구로 인한 조합과 시공사 간 갈등이 잦아지면서 민간에서 ‘중재자’가 필요하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정부는 정기국회가 열리는 3분기에 구체적인 유인책을 담은 도시정비법 개정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정부가 신탁사에 힘을 실으면서 업계도 바빠지고 있다. 박진수 한토신 도시재생1본부장은 “8·16 대책이 나온 직후 신탁방식 정비사업을 어떻게 진행할 수 있느냐고 묻는 조합이 부쩍 늘었다”며 “신탁사에 맡기지 않으려고 했던 서울 강남권에서도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
서울 둔촌주공 재건축은 조합과 시공사업단 간 갈등, 일반분양 지연에 따른 사업비용 부족 등 정비사업 현장에서 볼 수 있는 모든 문제가 총망라됐다. 이달 초 사태가 봉합됐지만 최소 7개월여의 사업 지연으로 조합원들은 수억원의 추가 비용을 부담해야 할 처지다. 아파트 공급일정 차질로 시장에 혼란을 야기한 것은 ‘부수적 손실’이다.
‘둔촌주공 사태’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기존 조합 중심의 재건축사업 방식에 문제의식을 갖게 한 결정적 계기가 됐다. 윤석열 정부의 첫 부동산 정책인 ‘8·16 대책’에 기존 조합방식을 대체할 방안으로 신탁방식을 정부가 적극 권유하고 나선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국토교통부는 사업 기간 단축, 동의요건 완화 등 신탁방식의 재개발·재건축사업에 인센티브를 내걸었다.
한토신 등 신탁사에 기회 활짝
30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한국토지신탁은 지난 23일 경기 군포시로부터 ‘금정역세권 재개발’ 사업의 사업시행자 지정 고시를 받았다. 서울지하철 1·4호선 환승역 금정역 인근 5만8139㎡ 부지에 공동주택 1441가구와 근린생활시설을 신축하는 사업이다. 한토신은 전체 토지 소유자의 75%, 토지 면적의 50% 이상 동의를 받는 등 신탁등기를 위한 법적 요건을 단 1개월 만에 충족했다.사업 담당자인 정경찬 한토신 도시재생2팀장은 “군포시 관할 정비사업지가 13곳에 달하는데 금정역세권 사업이 순항하면서 다른 구역들도 모두 신탁사가 사업을 맡게 됐다”며 “서울에서도 신속통합기획을 준비 중인 조합들이 신탁 사업설명회를 열어달라는 요구가 많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에서는 ‘신림1구역’이 신속통합기획 1호 사업지로 선정됐으며 ‘흑석11구역’도 관리처분인가를 받는 등 한토신이 맡은 지역의 정비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1996년 한국토지공사의 100% 출자로 출범한 한토신은 2010년 민영화 이후 업계 1위를 지키고 있다. 빈 땅을 개발하는 ‘차입형 토지신탁’ 사업을 벌여온 한토신은 2016년부터 별도 영업팀을 꾸려 본격적으로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에 뛰어들었다. 정비사업 수주가 늘면서 지난 2분기 한토신은 1601억원의 누적 수주액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1438억원) 대비 11.3% 증가한 수치다.
한토신이 정비사업 강자로 떠오르면서 다른 신탁사들도 재건축·재개발 현장에 뛰어들고 있다. 한 신탁사 관계자는 “부동산 리츠 사업에서 다각화를 준비 중”이라며 “가로주택 등 소규모 정비사업지를 중심으로 조합 관계자들과 접촉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탁사에 맡겨보자” 문의 쇄도
한토신 등 신탁업계는 8·16 부동산 대책 이후 새로운 전환기를 맞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토부는 지난 16일 정책 발표 당시 “일부 조합의 전문성과 투명성 부족으로 정비사업이 장기화하는 경우가 있다”며 “전문 개발기관인 신탁사를 통해 정비사업이 보다 체계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우선 △정비사업과 사업시행계획 통합 처리를 통한 사업 기간 3년 이상 단축 △토지주와 신탁사 간 사용할 수 있는 표준계약서 제공 △신탁 동의요건 완화 등의 당근책을 추진하고 있다.신탁사를 적극 활용하자는 정부 제안은 올 들어 시공사의 공사비 증액 요구로 인한 조합과 시공사 간 갈등이 잦아지면서 민간에서 ‘중재자’가 필요하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정부는 정기국회가 열리는 3분기에 구체적인 유인책을 담은 도시정비법 개정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정부가 신탁사에 힘을 실으면서 업계도 바빠지고 있다. 박진수 한토신 도시재생1본부장은 “8·16 대책이 나온 직후 신탁방식 정비사업을 어떻게 진행할 수 있느냐고 묻는 조합이 부쩍 늘었다”며 “신탁사에 맡기지 않으려고 했던 서울 강남권에서도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