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30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모두발언을 마친 뒤 생각에 잠겨 있다.  김병언 기자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30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모두발언을 마친 뒤 생각에 잠겨 있다. 김병언 기자
국민의힘 지도부가 중진 의원들의 반발에도 새로운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사태를 수습하기로 했다. 30일 의원총회에서는 새 비대위 구성이 법원의 결정에 반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비대위원장 직무대행을 맡게 된 권성동 원내대표를 향해 제기된 사퇴 요구도 함께 힘을 잃었다.

권성동 퇴진 놓고 거센 설전

이날 국민의힘 의원들은 4시간에 걸쳐 ‘마라톤 의총’을 이어갔다. 오전 10시30분에 시작된 의총이 결론을 내지 못해 오후 2시부터 4시30분까지 다시 격론을 이어갔다. 당초 지도부는 “차기 비대위원장이 정해지기 전까지 권 원내대표가 당을 이끄는 것은 지난 27일 의총에서 결정된 사항”이라며 이날은 당헌·당규 개정만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의총에서는 중진 의원들을 중심으로 권 원내대표의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5선인 조경태 의원은 “원인 제공자가 사태를 수습하는 적임자가 될 수는 없다”며 “원인 제공자인 권 원내대표는 즉각 물러나는 것이 국민과 당원을 위한 책임 정치의 길”이라고 말했다. 5선인 서병수 의원은 “권 원내대표가 물러나고 주호영 비대위원장이 새 원내대표를 맡아 당을 수습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정점식 의원을 비롯한 재선 의원들은 “일부 중진 의원을 중심으로 대안도 없이 당을 흔드는 언행을 계속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며 “자제해줄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했다.

“당헌 개정 통한 새 비대위는 꼼수”

이날 안건인 당헌·당규 개정을 놓고도 의원 간 설전은 이어졌다. 법원이 이준석 전 대표의 가처분신청을 인용하며 ‘현재를 비상 상황으로 판단한 당 결정이 임의적’이라고 밝힌 만큼 위기 상황을 구체적으로 정의하는 것이 당헌·당규 개정의 주요 내용이다. 당 법률지원단장인 유상범 의원은 의총에서 비상 상황 요건에 ‘선출직 최고위원 5명 중 4명 이상 궐위된 경우’를 포함하는 당헌 개정안을 보고했다. 지난해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최고위원 5명 중 조수진·김재원·정미경·배현진 최고위원이 사퇴한 만큼 당헌을 개정하면 현재를 비상 상황으로 규정하고, 비대위를 합법적으로 구성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여기에 대해서도 의원들의 비판이 터져나왔다. 4선 중진인 윤상현 의원은 의총장에서 나와 “당헌·당규를 개정해 새 비대위를 구성한다는 것은 편법·탈법·꼼수로 민심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국민에게 여당발 막장 드라마를 보여드려 송구하다”고 말했다.

표결 대신 박수로 강행

이 같은 의견차에도 당헌 개정 등은 당 지도부의 계획대로 의총을 통과했다. 권 원내대표 역시 그대로 비대위원장 직무대행을 맡기로 했다. 양금희 원내대변인은 “몇 분을 제외하고 이 상황을 수습한 후 거취를 결정하는 것이 책임지는 모습이라는 데 뜻을 모았다”고 말했다. 지도부는 의원들의 반대 여론 표출을 우려해 표결 대신 박수를 통해 당헌 개정 등 안건을 추인했다.

다만 실제 당헌 개정까지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당헌 개정을 위해서는 상임전국위원회를 소집해야 하는데, 당 전국위원회 의장인 서병수 의원은 “소집 요구에 응할 생각이 없다”는 의견을 밝힌 상황이다. 박형수 원내대변인은 “당헌에 상임전국위 위원 4분의 1 이상이 소집을 요구하면 의장이 소집한다고 돼 있다.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는 것이 아니다”며 강행 의지를 내비쳤다.

고재연/맹진규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