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 미제사건 해결한 DNA의 힘…미제사건 44%는 DNA로 해결
대전 국민은행 권총 강도살인 피의자를 21년 만에 구속하는 데는 유전자(DNA) 비교·대조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경찰은 범인들이 차 안에 버리고 간 마스크와 손수건 등에서 16년 만에 DNA를 확보하고, 이를 데이터베이스에 축적된 전과자 등의 DNA 정보와 비교해 용의자를 특정했다.

대전경찰청은 30일 브리핑을 통해 "2001년에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DNA 감식을 의뢰했지만, 당시 기술로는 검출이 불가능했다"며 "2017년 10월에야 DNA 정보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경찰이 이 DNA 정보를 대조한 결과 2015년 충북 한 불법 게임장 현장 유류물에서 채취한 신원미상 남성의 유전자와 일치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경찰은 4년여 동안 게임장 종업원과 손님 등 1만5천 명을 수사한 끝에 피의자 이정학(51)을 붙잡았다.

장기 미제 강력사건의 엉킨 실타래를 번번이 풀어온 DNA 비교 대조 수사가 이번에도 힘을 발휘한 것이다.

대검찰청 'DNA 신원확인정보 데이터베이스 운영보고서'를 보면 교도소 수용자의 DNA와 일치해 재수사가 시작된 미제사건은 지난해 72건을 포함해 2010년 이후 최근 12년간 모두 2천457건에 달한다.

이 가운데 43.7%인 1천73건의 범인이 확인돼 유죄가 확정됐다.

10건 중 4건이 DNA 수사 효과를 본 셈이다.

경찰청 중요미제사건 전담수사팀은 2011년 12월 이후 현재까지 DNA 비교 대조 수사로 미제 강력사건 60건을 해결하고 88명을 검거하는 성과를 올렸다.

화성 연쇄살인 사건 진범 이춘재 검거는 DNA 수사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1994년 처제 살해 후 무기수 복역 중이던 이춘재의 DNA가 2019년 8월 화성 3·4·5·7·9차 사건 증거물에서 검출된 DNA와 같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수사가 급물살을 탔다.

1998년 서울 노원 가정주부 살인사건도 범인이 버린 유류물에서 2016년 DNA가 확인돼 18년 만에 해결됐다.

2004년 대구 노래방 여주인 살인사건의 진범 역시 2017년 대구 중구에서 여대생을 상대로 강도 범행을 저지르다 남긴 DNA에 꼬리가 밟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