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소 신청·분할 지급 협의 여부 등에 따라 금액·시기·방식 결정될 듯 이란 다야니에는 판정 후 근 3년 만에 730억원 대부분 지급
우리나라 정부가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와의 국제소송에서 일부패소하면서 4천억원에 가까운 배상금과 이자를 물어낼 처지에 처했다.
국제투자분쟁해결기구(ICSID)의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 중재판정부는 31일 론스타 측의 주장 일부를 인용해 우리 정부가 2억1천650만달러와 이자를 배상해야 한다고 판정했다.
정부가 론스타에 지급해야 할 배상금은 원/달러 환율 1천300원으로 환산하면 우리 돈으로 약 2천800억원에 달한다.
2011년 12월 3일부터 배상금을 모두 지급하는 날까지 한 달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에 따른 이자도 배상해야 하는데, 이는 약 1천억원으로 추산된다.
2천800억원의 배상금은 론스타가 요구한 금액 약 6조원의 4.6% 규모지만 이자까지 3천800억원의 돈을 국민 세금을 들여 지급해야 하는 것을 고려하면 작지 않은 규모다.
우리 정부가 ISD에서 져 수천억원대 배상금을 지급한 전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앞서 이란의 다야니 가문이 자신들이 소유한 엔텍합이 대우일렉트로닉스를 인수·합병(M&A)하려고 할 때 한국 정부가 한·이란 투자보장협정(BIT)상 공정·공평한 대우 원칙을 위반했다며 2015년 9월 제기한 ISD에서 우리 정부가 진 적은 있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대우일렉트로닉을 파는 과정에서 엔텍합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본계약을 체결한 뒤 인수금액의 일부인 578억원을 계약보증금으로 받았으나 이후 매매계약을 해지한 것이 문제가 됐던 사건이다.
ICSID는 2018년 6월 다야니 가문이 청구한 계약보증금과 이자 등 935억원 중 약 730억원을 우리 정부가 지급해야 한다는 판정을 내렸다.
정부는 판정 취소를 신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아 2019년 12월 기존 판정이 최종 확정됐다.
정부는 우리은행을 통해 올해 4월 730억원 중 614억원을 다야니 가문에 지급했다.
여기에는 당시 캠코가 받은 500억원대 몰취계약금이 포함됐다.
나머지 금액은 반환 절차를 논의 중이다.
그러나 이번 론스타 건은 다른 기관과 관련 없이 정부가 단독으로 국고를 들여 수천억원대 배상금을 지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하나금융지주나 관련 공무원 개인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는 방안도 거론되지만, 실현 가능성은 작다는 게 중론이다.
정부가 4천억원에 가까운 배상금과 이자를 한 번에 당장 지급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다야니 가문 사건도 ICSID 판정은 2018년 6월 나왔으나 정부는 취소 신청 등 각종 절차를 거친 끝에 근 3년 만인 올해 4월에 돈을 보냈다.
이번에도 정부는 국제투자분쟁해결기구(ICSID) 판정에 대해 120일 이내에 판정 취소를 신청할 수 있다.
판정 취소는 중재판정부가 적절히 구성되지 않았거나 권한을 명백히 이탈했을 때, 기본적인 심리 규칙에서 중대한 이탈이 있었을 때 등 요건에 해당해야 신청할 수 있다.
다만 판정 취소를 신청한다 해도 다야니 가문 사건 때처럼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배상금 지급까지의 기간만 길어져 이자가 늘어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정부가 론스타 측과 분할 지급에 대한 협의를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
취소 신청 여부와 신청시 결과, 분할지급 협의 여부와 그 결과 등에 따라 배상금 최종 액수와 지급 방식, 시기는 달라질 수 있다.
최종적으로 배상금 관련 세부 내용이 결정되면 정부는 예산을 통해 이를 지급할 방식을 확정해야 한다.
배상금은 예비비나 법무부 관련 예산 등으로 충당하는 방식이 거론된다.
최악의 경우 배상금 지급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편성하게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으나, 액수가 조 단위까지는 아니기에 추경 편성 가능성은 작은 것으로 보인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앞서 지난 25일 내년도 예산안 브리핑 때 'ISD에서 패소해 론스타에 배상금을 지급해야 하면 어떤 절차를 밟을 것이냐'는 질문에 "정부에 나름대로 대응체계가 있기 때문에, 어느 쪽의 결과가 나오든 아마 적절한 대응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최대 멀티플렉스인 CJ CGV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단행했다.9일 업계에 따르면 CGV는 지난달 근속 7년 이상 대리급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았다. 이번 희망퇴직으로 약 80명이 회사를 떠났다. 퇴직자에게는 연차에 따라 월 기본급 100% 이상의 위로금이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CGV가 희망퇴직을 단행한 것은 2021년 2월 이후 4년 만이다.지난해 하반기 흥행작 부재 등으로 국내 영화 시장이 위축되면서 CGV 국내 사업 부문도 전년 대비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CGV가 지난 한 해 국내 극장 사업에서 벌어들인 매출액은 7588억원으로 전년 대비 145억원(1.9%) 줄었다. 영업손실은 76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폭탄’ 여파로 미국 열연강판 유통가격이 한 달 반 사이 33%나 뛰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지난 1월 20일 이후 6주 연속 상승하며 t당 1000달러 수준으로 올랐다. 이 덕분에 25% 관세에도 불구하고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씨엠, 세아제강 등 국내 철강사의 미국 시장 가격경쟁력은 더욱 높아지게 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12일부터 모든 수입 철강재에 25% 관세를 매긴다.9일 원자재 분석기관 CRU에 따르면 지난 5일 미국 내 열연강판 유통가격은 t당 999달러로, 지난해 2월 14일 이후 1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달 26일(t당 924달러)과 비교하면 한 주 만에 8.1% 올랐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1월 20일) 직후인 22일 열연강판 가격이 t당 750달러이던 데 비하면 6주 만에 33.2%나 상승한 것이다. 관세 전쟁을 처음 시작한 트럼프 1기 시절(2017년 1월 3일 t당 775달러→3월 21일 944달러)보다 상승폭이 훨씬 크다.수입 철강 관세를 반영해 미국 철강사들이 열연강판 가격을 올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현지 압연사들이 철강재 가격 인상을 우려해 미리 열연강판을 주문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열연강판은 냉연강판, 자동차용 강판, 컬러강판, 강관 등 여러 철강재의 기초 소재로 쓰인다. 열연강판 가격이 오르면 다른 철강재 가격도 자연스레 뛴다.국내 시장에서 국산 열연강판은 7일 t당 810만원으로 1월 초(t당 820만원)보다 소폭 떨어졌다. 여기에 미국으로 가는 물류비(t당 50달러)와 관세(25%)를 더해도 약 760달러로 미국산보다 24% 저렴하다. 미국 기업들이 25% 관세에도 불구하고 한국산 철강재를 쓸 이유가 생겼다는 얘기다.그동안 포스코(열연강판·후판·전기강판 등), 현대제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입 농산물 관세 부과를 예고하면서 한국 농산물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반도체와 자동차 등 제조업에 관세를 압박하는 가운데 이를 지렛대 삼아 미국산 농산물 수입을 늘리거나 관세를 재협상하자고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9일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달 2일부터 외국산 농산물 관세를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이 미국에서 가장 많이 수입하는 농산물은 사료용 옥수수다. 다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무관세이기 때문에 관세 분쟁 대상은 아니다.돼지고기, 감자 등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대표적인 품목이다. 한국은 미국의 4대 감자 수출국에 포함된다. 현재는 병충해 등을 이유로 3개 주에서 생산한 감자만 수입한다. 감자칩용으로 30% 관세를 적용한다. 일반용 수입은 관세가 304%에 달해 사실상 수입이 어렵다. 이에 따라 11개 주로 수입 가능 대상 지역을 늘리고 관세도 재협상하자는 게 미국 측 입장이다.돼지고기도 관세 분쟁 대상이 될 수 있다. 미국 돼지고기 수입량은 2022년 11만6000t에서 지난해 16만2000t으로 많아졌다. 수입 돼지고기의 35.4%를 차지한다. 돼지고기 관세는 국가별로 4만5000t까진 0%, 그 이상은 25%다. 값싼 돼지고기 수입을 늘리면 물가 안정을 유도할 수 있지만 국내 농·축산가는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윤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