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가스 가격이 정점을 찍고 하락하고 있다. 러시아가 독일과 프랑스로 향하는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했지만 수요가 줄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30일(현지시간) 유럽 천연가스 가격의 기준인 네덜란드 TTF 천연가스 선물(10월물)은 영국 런던 ICE거래소에 전 장보다 7.21% 하락한 MWh(메가와트시)당 252.94유로에 장을 마쳤다. 영국 가디언은 "기록적인 고점에서 완화됐지만 2021년 초보다는 여전히 12배가 높은 수준"이라고 했다. 영국 가스 도매 가격도 전장 대비 20% 이상 급락했다.
러, 프랑스에 공급 끊었다는데…천연가스 가격 급락한 이유는 [원자재 포커스]
미국의 천연가스 가격도 하락했다. 같은 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천연가스 가격 주요 지표로 활용되는 헨리 허브 천연가스 10월물은 전장보다 3.15%가량 떨어진 9.0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러, 프랑스에 공급 끊었다는데…천연가스 가격 급락한 이유는 [원자재 포커스]
러시아는 내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정비를 이유로 독일로 향하는 노르트스트림1 가스관을 잠정적으로 폐쇄한다. 노르트스트림1은 유럽행(行) 가스 공급에 가장 중요한 가스관이다. 정비를 이유로 들었지만 언제든 가스 공급이 틀어막힐 수 있다는 점에서 유럽 국가들의 우려로 작용했다. 앞서 러시아는 지난 6월 중순부터 가스관 터빈 반환 지연을 이유로 노르트스트림1 공급량을 40%까지 축소했고, 현재는 20%까지 줄인 상태다.

프랑스에 대한 가스 공급도 전면 중단한다. 3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국영 가스회사 가스프롬은 “다음 달 1일부터 가스 대금을 다 받을 때까지 가스 공급을 완전히 중단한다고 프랑스 에너지 기업 엔지에 통보했다”고 소셜미디어(SNS) 텔레그램을 통해 밝혔다. 가스프롬은 7월분 공급 가스에 대한 대금 전액을 수령하지 못했다며 대통령령에 따라 추가 가스 공급이 금지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외신들은 유럽의 대응조치가 가스 가격을 끌어내렸다고 설명한다. 정부가 에너지 시장에 개입하면서 러시아에 어느 정도 대응할 수 있게 됐다는 의미다. 유럽연합(EU) 국가들은 향후 8개월 동안 러시아의 천연가스 수요를 15% 줄이기로 합의했다. 독일은 러시아의 가스 공급 중단에 대비해 11월 1일까지 가스 비축률을 95%로 확대하는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가디언에 따르면 유럽의 가스 비축률은 평균적으로 80%에 달한다.

EU는 내달 9일 대책 회의를 열고 가스요금 대응책 마련에 나선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전력 시장의 구조 개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