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 따라잡기

윌슨 CIO “현 주가는 Fed 긴축 따른 금리 상승만 반영”
미국 뉴욕에 있는 모건스탠리 본사.  /사진=로이터
미국 뉴욕에 있는 모건스탠리 본사. /사진=로이터
월가의 대표적 비관론자 마이크 윌슨 모건스탠리 최고투자책임자(CIO)가 현재 주가에는 경기 침체에 따른 위험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지난 주말 열린 잭슨홀 컨퍼런스에서 강한 매파(통화 긴축 정책 선호론자)적 발언을 내놓으면서 증시 약세론에 힘이 실리자, 기존 주장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윌슨 CIO는 최근 팟캐스트에서 주가수익비율(PER)과 국채금리, 주식의 기대수익률과의 관계를 통해 이 같이 주장했다.

“상승해야 할 리스크 프리미엄, 되려 하락해왔다”

그는 “작년 12월부터 올해 6월까지 (주가가 내려간 데 따른) PER 하락은 전적으로 주식의 리스크 프리미엄 상승이 아닌, Fed의 금융 긴축과 자본비용 상승의 영향이었다”고 분석했다.

리스크 프리미엄은 주식 투자의 위험성에 대해 투자자가 기대하는 보상으로, 리스크 프리미엄이 상승한다는 건 같은 위험에 대해서도 투자자가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모건스탠리는 지난 6월까지의 주가 하락을 두고 위험에 민감해져야 했던 투자자들은 그러지 않았고, 유동성 축소 가능성만이 주가에 반영됐다고 봤다. 윌슨은 “상승해야 할 주식의 리스크 프리미엄은 지난 몇 달 동안 급격히 하락했고, 금융위기 이후 거의 사상 최저치에 도달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 26일 주식 시장의 급락에도 불구하고 S&P50 지수의 리스크 프리미엄은 모건스탠리의 모델이 제시하는 것보다 1%포인트 이상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S&P500지수의 PER은 17.1배인데, 모건스탠리가 보는 적정 수준보다 15%가량 높다”고 덧붙였다.

모건스탠리의 분석은 금융투자 현장에서 사용되는 PER과 주식의 기대수익률의 관계를 나타내는 계산 공식을 바탕으로 나왔다.

우선 ‘주식의 리스크 프리미엄’은 기대수익률에서 미 국채 10년물 금리를 뺀 값이다. 미 국채 금리는 ‘무위험 수익률’을 뜻한다.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이 빚을 못 갚을 가능성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돈을 빌려주기만 해도 거의 무조건 취하는 무위험 수익률과 주식 투자로 위험을 감수한 데 대한 대가인 리스크 프리미엄이 합쳐져 주식의 기대수익률을 구성한다.

금융투자 현장에서 주식의 기대수익률은 PER의 역수로도 활용된다. 주가를 주당순이익(EPS)으로 나눠 구하는 PER은 ‘기업의 이익을 몇 년 동안 모으면 시가총액에 이르는지’를, 즉 주식을 매수한 자금의 ‘회수 기간’을 뜻한다. 회수기간의 역수인 기대수익률은 1년에 어느 정도의 수익률을 기록해야 회수기간이 지난 뒤 해당 기업의 시가총액이 모이는지를 나타낸다.

정리하면 ‘주식의 기대수익률=PER의 역수=미 국채 10년물 금리(무위험 수익률)+리스크 프리미엄’으로 나타낼 수 있다.

“투자자들, ‘실적 악화’ 가능성 간과…정량화 시도할 것”

모건스탠리은 최근 마무리된 반등장이 투자자들의 막연한 낙관을 바탕으로 했다고도 지적했다.

윌슨은 “대부분 투자자들이 Fed(의 긴축)에 몰두했지만, 모건스탠리는 실적과 향후 실적 추정치에 대한 위험에 더 집중하고 있었다”며 “지난 6월에 많은 투자자들이 우리의 우려를 공유하기 시작했고, 그게 주식 시장이 급격히 하락한 이유로 보고 있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급락 이후 ‘저가 매수’가 유입되며 랠리가 펼쳐진 데 대해 윌슨은 “PER이 15.4배로 지금보다 합리적인 수준까지 낮아지자, ‘나쁜 소식이 희소식’이라거나 ‘겁 먹는 것보다 낫다’는 식의 행동으로 이어졌다”며 “주식이 과도하게 매도된상태에서 어느 정도 안도할 수는 있지만, 모건스탠리는 그러한 전략에 실제 자금을 투입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2분기 실적을 분석한 결과 수익성은 분명히 악화됐으며, 이는 이제 막 시작된 추세로 생각된다. 내년 실적 전망치가 여전히 너무 높다는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 26일 시장의 움직임은 성장 기대치에 대한 조정기의 시작이 될 수 있다”며 “이번주 모건스탠리는 이미 발표된 거시경제 데이터를 기반으로 기업 실적이 얼마나 악화될 수 있을지 더 구체적인 정량화를 시도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