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P 로고.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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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PC 업체인 휴렛팩커드(HP)가 시장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을 냈다. 실적 전망도 낮췄다. 개인 소비가 악화하는 가운데 기업 수요도 줄어들 조짐이 나타나서다.

HP는 “2022회계연도 3분기(지난 5~7월) 매출이 147억달러(약 19조6800억원)를 기록했다”고 30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전년 동기 매출(152억9000만달러) 대비 4% 줄었다. 팩트셋이 집계한 애널리스트 추정치(155억9000만달러)에도 미달했다. 순이익은 전년 동기(12억달러) 대비 10% 감소한 10억8000만달러(약 1조4500억원)로 집계됐다. 주당순이익(EPS)은 1.04달러로 시장 전망치(1.03~1.08달러)에 부합했다.

핵심 사업인 PC를 포함한 개인시스템 부문 매출이 101억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3% 줄었다. 개인 고객 위주인 소비자 부문 매출이 20%나 줄어든 반면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한 상업용 PC 부문 매출은 7% 늘었다. 제품별로 보면 노트북 판매량이 32%나 급감했다. 데스크톱 판매량은 1% 늘었다. 프린터를 포함한 인쇄 부문 매출은 46억달러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6% 줄었다.

개인 고객 수요가 줄어든 가운데 경기침체 우려가 기업 고객들에 악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는 게 HP의 설명이다. 엔리케 로레스 HP 최고경영자(CEO)는 “개인 소비자의 수요 둔화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빨라지고 있다”며 “기업 고객들이 제품 주문을 하는데 걸리는 시간도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수요 둔화를 반영해 HP는 실적 전망도 하향했다. 2022회계연도 4분기(8~10월) EPS를 0.79~0.89달러로 예상했다. 월가 전망치(1.04달러)를 밑돈다. HP는 29일 “영상 장비 전문업체인 폴리의 인수를 마무리했다”고도 발표했다. 인수 규모는 33억달러(약 4조4200억원)다.

실적 발표 후 30일 HP 주가는 뉴욕증시 시간외거래에서 6.33% 하락한 29.13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6월 1일 기록했던 연중 최고치(40.34달러)보다 28% 낮다.

미국 시장조사업체인 퓨처럼리서치의 다니엘 뉴먼 대표 애널리스트는 “HP가 변동성이 커진 시장에서 좋은 EPS를 보여줬지만 거시경제 압박을 피하진 못했다”며 “폴리 인수를 계기로 게임, 컴퓨터 주변장치 분야에서 사업을 빠르게 확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