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PRO] SK텔레콤 '직원에겐 천국, 투자자엔 지옥?'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종목 집중탐구
직원 만족도 1위 기업 올랐지만
5년째 매출은 제자리걸음
이례적인 잿빛 애널리스트 보고서도 나와
"통신주 꼭 사야하나" 회의론도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영향력은 막강합니다. 동학개미운동으로 불리는 코로나 시대 개인투자자들이 하루 1조원씩 순매수하던 시절을 지나 '박스피'로 돌아온 현재 상황에는 더욱 그렇습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매 동향은 실제 투자에 접목하기엔 이미 타이밍이 지나버린 '후행' 자료입니다. 하지만 어떨 땐 종목의 향후 방향성을 가리키는 주요 지표가 되기도 합니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행보와 발언에 따라 증시가 요동쳤던 이달엔 어땠을까요. 외국인 투자자가 8월 한 달간 가장 많이 팔아치운 종목은 국내 통신 대장주 'SK텔레콤'(-1329억원·30일 기준)입니다. 외국인들이 국내 증시에서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588억원) 순매도 금액보다 2배가 넘는 규모입니다. 이 기간 동안 주가는 2.99% 하락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SK텔레콤의 대표 복지제도인 ‘해피 프라이데이’라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주 160시간의 근무시간을 채우면 금요일에 쉴 수 있는 제도입니다. 기존에는 월 1회였는데 올 상반기 월 2회로 확대했고, 공휴일, 업무 사정 등에 따라 요일을 변경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합니다. 직원들의 평균 연봉은 8100만원(2022년 반기보고서 기준)입니다. 기간제 근로자의 비중이 높은(23.7%) 여성들의 평균금여액은 5900만원 수준이지만 정규직이 대부분인 남성들의 경우 1인당 평균 8700만원을 받습니다.
참고로 국내 시가총액 상위 기업인 삼성전자는 반기보고서 기준 1인당 5100만원, LG에너지솔루션 5400만원 수준입니다.
연봉은 높고 근무시간이 적다면 직원들에겐 더할 나위 없는 기업이겠죠. 특히 워라밸을 중시하는 저연차 직원들에겐 꿈의 직장이라는 평가를 받을만합니다. 하지만 주주들의 입장에선 어떨까요. 현재 SK텔레콤의 소액주주는 전체 주주의 99.9%로 이들은 전체 주식 중 53.3%를 소유하고 있습니다.
주가를 높이는 여러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비용을 줄이고 효율성을 높이는 살뜰한 회사가 투자자 입장에선 매력적일 수 밖에 없습니다. 내가 다닐 회사가 아니니 높은 연봉은 고비용으로 인식될테고, 높은 임금을 받는 직원들의 쉬는 시간이 길어진다면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생각이 들껍니다.
실제 반기보고서 기준 SK텔레콤과 평균 연봉이 같은 SK하이닉스(8100만원)의 경우 2분기 매출 13조8110억원, 영업이익 4조1926억원을 기록했습니다.
반면 SK텔레콤은 같은 기간 매출 4조2899억원, 영업이익 4596억원을 달성했습니다. 분기 영업이익이 10분의 1 차이가 나는 두 회사 직원의 1인당 평균 급여가 같은 셈입니다.
문제는 향후 성장성입니다. 2017년 SK텔레콤의 연간 매출액은 17조5200억원입니다. 올해 연간 매출 전망치는 17조3878억원으로 5년 간 큰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SK하이닉스는 2017년 매출이 약 30조원, 올해 전망치는 53조원수준입니다.
SK텔레콤의 매출이 정체된 것은 사업구조의 한계 때문입니다. 매출의 75%는 무선통신사업에서 나옵니다. 스마트폰을 사용한 대가로 지불하고 있는 통신료(전화, 인터넷)가 대부분입니다. 나머지 25% 중 22%는 유선통신, 즉 SK브로드밴드 인터넷 연결이나 유선TV로 채워집니다. 5G로 통신환경이 전환되면서 소폭의 매출 성장을 기대할 순 있겠지만 스마트폰 보급율이나 가정집 인터넷 사용률이 이미 포화상태인 상황에서 SK텔레콤을 비롯한 통신3사가 시장을 나눠 먹고 있기 때문에 타업종에 비해 큰 폭의 성장을 기대하긴 어렵다는게 전문가들의 시각입니다.
'직원 만족도 1위' 발표가 이뤄진 다음날 여의도 증권가에서 이례적인 보고서가 나왔습니다. '통신주 매수는 연말 이후로 한 템포 늦춰야'라는 제목의 보고서입니다.
이 보고서를 발표한 하나증권은 "통신서비스 업종 9월 투자매력도를 ‘보통’으로 한 단계 추가 하향 조정한다"고 밝혔습니다.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분기별 이익 감소 흐름이 지속될 전망이고 이익 전망치가 하향 조정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 부담스럽다"는 이유에서입니다. "5G 통화 품질 이슈에 5G CAPEX(설비투자액) 부진까지 겹치면서 5G 요금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며 "9~10월 국감을 앞두고 있어 5G 요금제 논란이 다시 한번 가열될 가능성이 높다"는 부정적인 전망도 덧붙였습니다.
통신 3사 중에선 SK텔레콤의 투자 매력도가 가장 떨어진다고 밝혔습니다. 하나증권은 통신 3사 중 유일하게 올 3분기 실적이 전년동기 대비, 전분기 대비 모두 상승할 것으로 점쳐지는 LG유플러스를 '원픽'으로 꼽았습니다.
연말까지 큰 반등을 기대하기 어려운만큼 주가가 반등할 때마다 주식을 매도해 비중을 줄이라는 조언도 나옵니다. 올해보다 내년 전망이 밝기 때문에 이달엔 주가 상승기에 비중을 줄이는 전략을 펼칠 필요가 있다는 분석입니다.
전문가들은 결국 회사 실적이 드라마틱하게 성장할 가능성이 희박한 상황에서 배당매력을 보고 투자를 하거나, 박스권 저점 매수 전략을 통해 소소한 수익률을 거두는 투자 전략을 기대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입니다. 통상 통신주는 배당 매력을 기대하는 투자자들이 많았습니다. 연말 배당을 기대한 투자자들이 9~10월 통신주로 몰려들던 경향이 최근엔 옅어지고 있는 추세입니다. 분기, 반기 배당이 보편화되면서 연말 배당에 대한 기대감이 옅어졌고,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배당에 대한 기대수익이 낮아졌기 때문입니다.
이미 상반기 포트폴리오에 SK텔레콤을 담아놨던 외국인들이 하반기들어 주식을 팔아치우고 있는 것도 악재입니다. 작년 초 SK텔레콤의 주가가 가파르게 오를 당시에도 이를 이끈 것은 외국인 투자자들이었습니다.
물론 SK텔레콤을 비롯한 국내 통신주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전문가들도 상당합니다."배당매력만으로 투자에 뛰어들기엔 산업 자체가 정체돼있는 데다 국내 산업에 편중돼있어 향후 성장성도 크지 않다"는 이유에서입니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의 의견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배당매력을 따질거면 대체 주식이 다양하게 존재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투자할 종목이 이렇게 다양한데 굳이 통신주, SK텔레콤에 손이 가지 않는 상황입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
직원 만족도 1위 기업 올랐지만
5년째 매출은 제자리걸음
이례적인 잿빛 애널리스트 보고서도 나와
"통신주 꼭 사야하나" 회의론도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영향력은 막강합니다. 동학개미운동으로 불리는 코로나 시대 개인투자자들이 하루 1조원씩 순매수하던 시절을 지나 '박스피'로 돌아온 현재 상황에는 더욱 그렇습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매 동향은 실제 투자에 접목하기엔 이미 타이밍이 지나버린 '후행' 자료입니다. 하지만 어떨 땐 종목의 향후 방향성을 가리키는 주요 지표가 되기도 합니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행보와 발언에 따라 증시가 요동쳤던 이달엔 어땠을까요. 외국인 투자자가 8월 한 달간 가장 많이 팔아치운 종목은 국내 통신 대장주 'SK텔레콤'(-1329억원·30일 기준)입니다. 외국인들이 국내 증시에서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588억원) 순매도 금액보다 2배가 넘는 규모입니다. 이 기간 동안 주가는 2.99% 하락했습니다.
직원들의 천국 SK텔레콤…주가에도 좋을까?
공교롭게 비슷한 시기에 두 가지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29일 기업정보플랫폼 잡플래닛이 발표한 올 상반기 기업평가 데이터 21만건 분석결과에 따르면 ‘7년차 미만 저연차 직원의 만족도가 높은 대기업 1위'에 SK텔레콤이 이름을 올렸습니다. △급여·복지 △워라밸 △사내문화 △경영진 △승진기회·가능성 등으로 평가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SK텔레콤은 총 10점 만점에 8.38점을 받았습니다.가장 큰 이유는 SK텔레콤의 대표 복지제도인 ‘해피 프라이데이’라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주 160시간의 근무시간을 채우면 금요일에 쉴 수 있는 제도입니다. 기존에는 월 1회였는데 올 상반기 월 2회로 확대했고, 공휴일, 업무 사정 등에 따라 요일을 변경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합니다. 직원들의 평균 연봉은 8100만원(2022년 반기보고서 기준)입니다. 기간제 근로자의 비중이 높은(23.7%) 여성들의 평균금여액은 5900만원 수준이지만 정규직이 대부분인 남성들의 경우 1인당 평균 8700만원을 받습니다.
참고로 국내 시가총액 상위 기업인 삼성전자는 반기보고서 기준 1인당 5100만원, LG에너지솔루션 5400만원 수준입니다.
연봉은 높고 근무시간이 적다면 직원들에겐 더할 나위 없는 기업이겠죠. 특히 워라밸을 중시하는 저연차 직원들에겐 꿈의 직장이라는 평가를 받을만합니다. 하지만 주주들의 입장에선 어떨까요. 현재 SK텔레콤의 소액주주는 전체 주주의 99.9%로 이들은 전체 주식 중 53.3%를 소유하고 있습니다.
주가를 높이는 여러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비용을 줄이고 효율성을 높이는 살뜰한 회사가 투자자 입장에선 매력적일 수 밖에 없습니다. 내가 다닐 회사가 아니니 높은 연봉은 고비용으로 인식될테고, 높은 임금을 받는 직원들의 쉬는 시간이 길어진다면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생각이 들껍니다.
실제 반기보고서 기준 SK텔레콤과 평균 연봉이 같은 SK하이닉스(8100만원)의 경우 2분기 매출 13조8110억원, 영업이익 4조1926억원을 기록했습니다.
반면 SK텔레콤은 같은 기간 매출 4조2899억원, 영업이익 4596억원을 달성했습니다. 분기 영업이익이 10분의 1 차이가 나는 두 회사 직원의 1인당 평균 급여가 같은 셈입니다.
문제는 향후 성장성입니다. 2017년 SK텔레콤의 연간 매출액은 17조5200억원입니다. 올해 연간 매출 전망치는 17조3878억원으로 5년 간 큰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SK하이닉스는 2017년 매출이 약 30조원, 올해 전망치는 53조원수준입니다.
SK텔레콤의 매출이 정체된 것은 사업구조의 한계 때문입니다. 매출의 75%는 무선통신사업에서 나옵니다. 스마트폰을 사용한 대가로 지불하고 있는 통신료(전화, 인터넷)가 대부분입니다. 나머지 25% 중 22%는 유선통신, 즉 SK브로드밴드 인터넷 연결이나 유선TV로 채워집니다. 5G로 통신환경이 전환되면서 소폭의 매출 성장을 기대할 순 있겠지만 스마트폰 보급율이나 가정집 인터넷 사용률이 이미 포화상태인 상황에서 SK텔레콤을 비롯한 통신3사가 시장을 나눠 먹고 있기 때문에 타업종에 비해 큰 폭의 성장을 기대하긴 어렵다는게 전문가들의 시각입니다.
"통신3사 중 SKT가 투자매력도 꼴찌"
'직원 만족도 1위' 발표가 이뤄진 다음날 여의도 증권가에서 이례적인 보고서가 나왔습니다. '통신주 매수는 연말 이후로 한 템포 늦춰야'라는 제목의 보고서입니다.
이 보고서를 발표한 하나증권은 "통신서비스 업종 9월 투자매력도를 ‘보통’으로 한 단계 추가 하향 조정한다"고 밝혔습니다.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분기별 이익 감소 흐름이 지속될 전망이고 이익 전망치가 하향 조정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 부담스럽다"는 이유에서입니다. "5G 통화 품질 이슈에 5G CAPEX(설비투자액) 부진까지 겹치면서 5G 요금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며 "9~10월 국감을 앞두고 있어 5G 요금제 논란이 다시 한번 가열될 가능성이 높다"는 부정적인 전망도 덧붙였습니다.
통신 3사 중에선 SK텔레콤의 투자 매력도가 가장 떨어진다고 밝혔습니다. 하나증권은 통신 3사 중 유일하게 올 3분기 실적이 전년동기 대비, 전분기 대비 모두 상승할 것으로 점쳐지는 LG유플러스를 '원픽'으로 꼽았습니다.
연말까지 큰 반등을 기대하기 어려운만큼 주가가 반등할 때마다 주식을 매도해 비중을 줄이라는 조언도 나옵니다. 올해보다 내년 전망이 밝기 때문에 이달엔 주가 상승기에 비중을 줄이는 전략을 펼칠 필요가 있다는 분석입니다.
전문가들은 결국 회사 실적이 드라마틱하게 성장할 가능성이 희박한 상황에서 배당매력을 보고 투자를 하거나, 박스권 저점 매수 전략을 통해 소소한 수익률을 거두는 투자 전략을 기대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입니다. 통상 통신주는 배당 매력을 기대하는 투자자들이 많았습니다. 연말 배당을 기대한 투자자들이 9~10월 통신주로 몰려들던 경향이 최근엔 옅어지고 있는 추세입니다. 분기, 반기 배당이 보편화되면서 연말 배당에 대한 기대감이 옅어졌고,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배당에 대한 기대수익이 낮아졌기 때문입니다.
이미 상반기 포트폴리오에 SK텔레콤을 담아놨던 외국인들이 하반기들어 주식을 팔아치우고 있는 것도 악재입니다. 작년 초 SK텔레콤의 주가가 가파르게 오를 당시에도 이를 이끈 것은 외국인 투자자들이었습니다.
세상은 넓고 투자할 곳은 많다?
물론 현재 SK텔레콤 주가가 바닥권을 형성하고 있는 만큼 매수할 타이밍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김홍식 하나증권 연구원은 "최근 이동전화 서비스매출액 동향을 감안 시 2023년까지 장기 실적 전망이 낙관적이고, 역사적 배당수익율밴드로 볼 때 현 주가는 바닥권으로 판단된다"고 했습니다. 김 연구원은 "연간 기대배당수익률 6% 이상, 분기 배당 지급이라는 점을 감 안하면 설사 주식에 관심이 없는 투자가라도 주목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다만 "이 가격에선 매수 전략 유리, 단 상승 폭 짧게 잡아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물론 SK텔레콤을 비롯한 국내 통신주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전문가들도 상당합니다."배당매력만으로 투자에 뛰어들기엔 산업 자체가 정체돼있는 데다 국내 산업에 편중돼있어 향후 성장성도 크지 않다"는 이유에서입니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의 의견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배당매력을 따질거면 대체 주식이 다양하게 존재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투자할 종목이 이렇게 다양한데 굳이 통신주, SK텔레콤에 손이 가지 않는 상황입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