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지역 시금치 가격 전년 대비 253% 급증…다른 채솟값도 줄줄이 올라
폭염·폭우로 생산량은 줄고, 이른 추석으로 수요는 늘어
"한 단에 8천원" 시금(金)치 된 채소 가격…망설여지는 장보기
"와, 시금치가 진짜 시금(金)치네."
31일 오후 대전 유성구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던 주부 서모(49)씨는 한 단에 8천원 돈인 시금치 가격에 놀라 집었던 시금치를 다시 내려놨다.

서씨는 "건강을 위해 채소를 많이 챙겨 먹으려고 하는데, 가격이 올라도 너무 올라서 강제로 채소를 먹지 말아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 중이다"라고 말했다.

같은 날 오전 중구 중앙시장 한 채소 가게를 찾은 주부 한모(60)씨도 대파 4개에 4천원이라는 말을 듣고 고개를 내저었다.

한씨는 "이제 추석이라서 탕국 끓이고 물김치를 담그려고 무와 대파를 사려고 왔는데 무도 작은 게 3천원이고 다 비싸다"며 "예전엔 10만원을 들고 시장에 오면 이것저것 두둑이 사갈 수 있었는데 이제 10만원으로는 어림도 없다"고 토로했다.

"내가 여기서만 30년 넘게 장사하고 있는디, 이번이 채소금(가격)이 제일 비싸"
중구 역전시장에서 38년째 채소 장사를 하고 있는 이모(75) 씨에게도 올해는 유례없는 해다.

이씨는 "1천500원에 팔던 청양고추가 지금 좋은 건 한 근에 6천원이고, 무도 2천500원이던 게 지금은 4천원으로 많이 올랐다"며 "손님 중에도 발걸음을 돌리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실상을 전했다.

"한 단에 8천원" 시금(金)치 된 채소 가격…망설여지는 장보기
통계청이 지난 2일 발표한 지난달 채소류 소비자물가지수가 지난해 대비 25.9% 급등한 가운데, 추석을 앞두고 채소 가격이 더 올라 서민들의 부담이 더해지고 있다.

이날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대전 지역의 8월 시금치(1㎏) 가격은 전년 대비 253% 대폭 올랐다.

배추(1포기)는 149%, 애호박과 무는 전년 대비 각각 149%, 152%까지 올랐다.

폭염과 폭우로 인해 채소류 생산량은 줄어든 가운데 이른 추석까지 맞물리며 수요가 늘어난 것이 채소 가격 상승 요인으로 분석된다.

급등한 채소 가격이 부담되는 건 주부들만이 아니다.

자취 생활을 하는 청년들에게도 치솟은 채소 가격은 더욱 부담으로 다가온다.

충남대학교 근처에서 자취하는 김모(26)씨는 "아토피가 심해서 건강하게 먹으려고 하는데 대학생 신분에서 채소를 사 먹는 건 사치가 아닐까 싶은 생각까지 든다"고 밝혔다.

충남대생 최모(21)씨도 "가족들과 함께 살 때는 채소를 꾸준히 먹을 수 있었는데 혼자 사니까 비싸서 더 못 챙겨 먹게 된다"며 "학식에서 샐러드나 채소 반찬이 나오면 그때라도 많이 챙겨 먹으려고 한다"고 했다.

추석 전에 채소 물가를 단기에 잡을 수 있는 뾰족한 대책은 없는 상황이다.

김성우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채소들은 대부분 노지에서 나기 때문에 폭우와 같은 천재지변은 발전된 기술력이나 좋은 정책으로도 막을 순 없는 부분"이라며 "추석 이후로는 폭우 이후에 키운 채소 물량이 나오면서 공급이 많아질 것으로 관측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