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 모태펀드 예산을 급격히 줄이기로 하면서 국내 스타트업과 벤처캐피털(VC) 업계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최근 국내 스타트업 업계 투자 악화를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 모태펀드 결국 삭감…벤처 한파 거세지나
중소벤처기업부는 내년 모태펀드 예산을 3135억원 규모로 편성했다고 31일 밝혔다. 올해(5200억원)보다 39.7% 감소한 수준이다. 작년과 비교하면 70% 이상 급감했다. 모태펀드는 민간의 벤처 투자 활성화를 위한 재원이다. VC 등에 출자하면 VC는 이를 종잣돈 삼아 벤처 펀드를 만들어 스타트업에 투자한다.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 성장에 큰 역할을 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조주현 중기부 차관은 이날 ‘중기부 2023년도 예산안’ 브리핑에서 “모태펀드는 기존에 조성된 펀드의 여유분을 활용할 수 있어 (내년 예산은) 큰 무리 없이 벤처를 지원할 수 있는 규모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이영 중기부 장관도 30일 기자간담회에서 “내년 모태펀드 예산이 준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투자가 황폐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업계 생각은 다르다. 최근 벤처 투자 시장이 위축되고 있어서다. 지난 2분기 국내 벤처 투자액은 1조8259억원으로 1년 전보다 4.2% 줄었다. 분기 기준으로 2020년 2분기 이후 첫 감소였다. 국내 한 대형 VC 대표는 “경기 하강 국면에 정부 재정이 더 큰 역할을 해줘야 스타트업 생태계가 발전할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 벤처 투자도 민간 주도로 가야 하지만 모태펀드 규모는 유지하면서 민간 비중을 늘리는 방식이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대표는 “정부와 민간 지원이 끊기기 시작한 3~4년 차 스타트업이 최근 자금난을 많이 겪고 있다”며 “유망 기업들이 쓰러지지 않도록 모태펀드가 제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부의 기술 창업 지원 사업인 팁스 분야 예산은 늘어난다. 올해 2935억원에서 내년 3782억원으로 확대한다. 지원 대상 기업은 500개 팀에서 720개 팀으로 늘어난다. 팁스 사업에서 AI, 항공우주 등 미래 선도 분야 벤처를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딥테크 트랙’을 신설한다. 딥테크 트랙 대상 기업은 3년 동안 최대 15억원을 지원받는다.

김주완/김종우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