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지주사인 SK㈜가 2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에 나선다. 증권업계는 이번 결정이 국내 기업의 거버넌스(지배구조) 개선이 본격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31일 SK는 2.42% 오른 23만3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SK가 2000억원 규모의 자기주식 매입 결정을 공시한 것이 호재로 작용했다. 이 회사는 신탁계약 방식으로 6개월간 취득한 자사주를 내년 3월 전량 소각할 방침이다.

SK는 지난 3월 “2025년까지 매년 시가총액의 1% 이상 자사주를 매입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자사주 소각에 대해선 “주주 환원의 한 옵션으로 고려할 것”이라고 여지를 뒀다.

라이프자산운용 등 행동주의 펀드의 주주 제안이 자사주 소각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국내 가치투자 대가인 이채원 의장이 이끄는 라이프자산운용은 4월 “SK가 보유한 자사주의 10%에 해당하는 180만 주를 소각하라”고 요구했다. 이 의장은 “SK가 가장 강력한 주주 환원 수단인 자사주 소각을 선택했다는 점을 높게 평가한다”며 “장기적으로 나머지 자사주도 소각에 나설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