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일은 커졌고, 스토리는 진화했다. 현빈과 유해진 ‘남북 콤비’가 이번에는 미국 연방수사국(FBI)까지 끌어들이며 화려한 액션을 자랑한다.

‘공조2:인터내셔날’(공조2·사진)은 올해 추석 극장가를 공략하는 유일한 대작이다. 블록버스터급 한국 영화들이 여름 시장 공략에 집중해버리면서다. 제작비가 155억원 수준으로 알려진 공조2에는 ‘무혈입성’의 기회다. ‘속편만 살아남는다’는 올해 영화계의 흥행 공식을 이어나갈 수 있을지 확인할 수 있는 자리기도 하다. ‘명량’의 후속편 ‘한산’은 싸늘한 여름 극장가에서도 700만 명의 관객을 불러 모으며 굳건히 살아남았다.

공조2의 가장 강력한 힘은 전편의 팬덤에 있다. 2017년 개봉한 ‘공조1’은 코믹과 액션을 맛깔나게 버무렸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780만 명의 관객을 모으며 후속작에 대한 기대도 높은 편이었다.

5년 만에 돌아온 ‘공조2’는 전편보다 훨씬 많은 힘을 준 것이 명확히 느껴지는 작품이다. ‘공조1’은 북한 형사 철령(현빈 분)과 남한 형사 진태(유해진 분)의 만남과 갈등, 공조라는 과정 자체에 집중했다. ‘공조2’는 철령과 진태, 남북 형사들의 환상적인 파트너십에 더해 FBI 요원 잭(다니엘 헤니 분)까지 투입한다. 3각 공조로까지 이야기가 발전한 셈이다. 캐릭터가 추가되면서 전편보다 뛰어난 균형감을 선보인다.

영화 초반엔 북한 철령과 FBI 잭의 악연 그리고 서로의 오해가 쌓이는 과정을 짧게 보여준다. 그리고 곧장 철령과 진태의 재회에 집중하면서 ‘공조1’의 기억을 되살리고 재회를 반길 수 있도록 한다. 철령이 가지고 있던 캐릭터의 무게는 한껏 덜어냈다. 전편에서 철령은 아내의 죽음으로 인해 강한 복수심을 갖고 있었다. 반면 이번 작품에선 시간이 흐른 만큼 한결 가벼워지고 인간미도 갖춘 캐릭터로 그려졌다. 진태 역시 특유의 유머 감각으로 작품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남북 형사들이 FBI 요원과 본격 공조하며 박진감 넘치는 액션이 펼쳐진다. 세 사람은 글로벌 마약 조직의 리더를 잡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영화는 사건을 종결하는 듯했다가 베일을 한 겹 더 벗겨냄으로써 새로운 재미를 더한다. 이 과정에서 3각 공조는 다양한 변주를 일으킨다. 철령과 철령을 짝사랑하던 민영(임윤아 분), 잭의 삼각관계도 그려져 작품에 활력을 준다.

다소 아쉬운 점은 영화 앞부분의 전개가 느린 점이다. 코믹 액션 영화 진수를 보여주려는 듯 영화 전반부는 수많은 유머로 채워졌다. 그러다 보니 작품 전체가 늘어지는 듯한 인상을 받을 수도 있다. 게다가 남북한 인물들에 FBI까지 등장하니 어쩐지 기시감도 느껴진다. 그러나 추석에 가족들과 함께 극장에 들러 유쾌한 시간을 보내기엔 부족함이 없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