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과 태국,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출신의 근면 성실한 젊은 근로자들은 한국의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해 왔다. 이들은 조선족 동포와 함께 생산 현장의 양대 축이었다. 하지만 앞으로도 동남아에서 젊은 근로자를 제때 충분히 확보할 수 있을지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동남아 국가들 역시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 근로자 확보를 위한 골든타임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남아 근로자 없인 현장 멈춰

지난 7월 말 기준 국내에 취업 자격을 얻고 체류 중인 동남아 국적 근로자는 총 24만1485명이다. 코로나19 발생 직전인 2019년 말(27만2136명)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최근 계절근로자 도입 확대 등으로 지난해 말(22만3643명)보다 7.9% 늘어났다.

동남아 근로자 대부분은 비전문취업(E-9) 비자를 받아 한국에 들어온다. E-9는 고용허가제를 근거로 한국과 업무협약(MOU)을 맺고 있는 16개 국가에서 취업을 위해 들어오는 외국인 근로자에게 부여되는 비자다. 상시 근로자(고용보험 기준) 300인 미만 또는 자본금 80억원 이하인 국내 기업이 고용허가제를 통해 외국인을 채용할 수 있다.

이 방식으로 한국으로 온 외국인 근로자는 최장 4년10개월까지 체류할 수 있다. 동남아 국가 중에선 베트남, 스리랑카, 필리핀, 태국, 캄보디아, 방글라데시, 네팔, 미얀마, 동티모르, 라오스가 한국과 고용허가제 MOU를 맺고 있다. 이들 동남아 국가에서 온 근로자는 주로 국내 산업현장에서 단순노동을 맡고 있다.

최근엔 계절근로(E-8) 자격으로 들어오는 동남아 근로자도 증가하고 있다. 코로나19 발생 후 더욱 극심해진 농어촌 일손 부족 현상에 대처하기 위해 정부가 계절근로자 도입을 대폭 늘린 영향이 크다. 정부는 지난해 총 5311명이던 외국인 계절근로 배정 인원을 올 상반기 1만2330명으로 늘렸다. 하반기에도 7388명을 들여올 예정이다.

결혼이민 등을 포함한 체류 외국인 기준 동남아 이민자 인구는 7월 말 기준 약 65만 명으로 집계된다. 전체 체류 외국인의 31%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이 중 60% 이상이 베트남인(22만444명)과 태국인(18만5221명)이다.

동남아도 고령화 진행

하지만 동남아 지역으로부터의 인력 공급이 계속 원활하게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동남아 국가들도 빠르게 늙어가고 있어서다. 한국에 체류하는 외국인 비중이 세 번째로 많은 태국은 2020년 전체 인구 중 65세 인구 비중이 지난해 13.5%를 기록해 고령사회(14%) 턱밑까지 높아졌다. 올해 또는 내년께 고령사회로 진입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2002년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7.02%를 기록해 고령화사회가 된 지 약 20년 만에 고령사회가 되는 것이다.

생산연령인구(15~64세) 100명당 노인(65세 이상) 인구수를 나타내는 노년부양비는 태국이 2020년 18.4명에 이른다. 2021년 기준 한국은 23.6명이었다.

싱가포르는 지난해 고령화율이 14.3%를 나타내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2004년 고령화사회 진입 이후 17년 만이다. 이는 고령화율이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일본보다 더 속도가 빠른 것이다. 일본은 1971년 고령화사회가 된 뒤 24년이 지난 1995년 고령사회가 됐다. 한국은 고령사회까지 18년 걸렸다.

베트남도 2017년 고령화율이 7.0%를 기록해 고령화사회에 진입했다. 지난해에는 8.2%로 상승했다. 태국이나 싱가포르보다는 상황이 낫지만 언제 고령사회로 접어들고 있는 것만큼은 확실한 상황으로 파악된다.

동남아 국가의 생산연령인구 감소가 한국과 일본, 대만 등 동아시아 선진국의 ‘동남아 인력 쟁탈전’을 불러올 수 있을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이들 국가도 노동력의 상당 부분을 동남아 인력에 의존하고 있어서다. 실제 일본 체류 외국인 중 베트남인 비중은 중국인과 한국인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것으로 파악된다. 대만도 근로자 상당수가 동남아 출신이다.

강진규/김진성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