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최초 공개 28점 포함 230여점 전시
우주를 조각한 작가 문신, 그 예술세계로…탄생 100주년 특별전
조각 '우주를 향하여' 연작 등으로 국제적 명성을 얻은 작가 문신(1922∼1995)의 예술세계로 안내할 대규모 전시가 열린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창원특례시와 공동주최로 문신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전을 내달 1일부터 내년 1월 29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에서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조각(95점)과 회화(45점)를 비롯해 판화, 도자, 자료 등 230여 점을 선보이는 역대 최대 규모 회고전이다.

'이건희 컬렉션'을 포함해 회화 7점과 조각 7점, 드로잉 12점 등 28점이 사후 최초로 공개된다.

우주를 조각한 작가 문신, 그 예술세계로…탄생 100주년 특별전
문신은 일본에서 회화를 공부하고 귀국 후 화가로 활동하다가 38세 때인 1961년 프랑스로 건너가 조각가로 거듭났다.

당시 파리 북쪽 라브넬 고성의 보수·개조 작업을 맡은 것이 계기가 됐다.

약 3년간 석공 일을 하면서 3차원 공간이 주는 조형적 매력이 조각의 세계로 들어서는 데 확신을 불어 넣었다고 한다.

우주를 조각한 작가 문신, 그 예술세계로…탄생 100주년 특별전
흑단 목조로 시작한 문신의 조각 작업은 1970년 프랑스 남부 바카레스항에서 열린 국제조각심포지엄에 초대작가로 참가하면서 국제 조각계에서 주목받았다.

이 전시에서 '태양의 인간'이란 제목의 토템 조각을 선보였다.

반구체 형태가 12단계로 반복돼 오르며 높이 13m에 이르는 탑 모양의 목재 작품이다.

'현대 추상조각의 아버지'로 불리는 콘스탄틴 브란쿠시의 '무한 기둥'과 비교되며 호평을 받았다.

1980년 영구 귀국 후 작가는 마산에 정착해 지연, 학연 등에 얽매이지 않고 창작에만 몰두하다가 직접 디자인해 건축한 문신미술관을 1994년 개관하고 이듬해 타계했다.

이번 회고전의 부제 '우주를 향하여'는 문신이 다양한 형태의 여러 조각 작품에 붙인 제목이다.

"인간은 현실에 살면서 보이지 않는 미래(우주)에 대한 꿈을 그리고 있다"는 말을 남긴 작가는 생명의 근원이자, 미지의 세계인 우주를 탐구했다.

우주를 조각한 작가 문신, 그 예술세계로…탄생 100주년 특별전
전시는 4부로 구성된다.

1부는 문신의 첫 예술인 회화를 소개한다.

초기 구상화에서 모더니즘 영향을 받은 추상화로의 변화가 작가의 치열하고 극적인 삶과 함께 펼쳐진다.

전시장에 처음 소개되는 작품은 도쿄에서 서양화를 공부하던 때 그린 자화상이다.

22세 때 작품이지만, 40대 거장의 모습으로 표현해 작가로서 자부심을 드러냈다.

우주를 조각한 작가 문신, 그 예술세계로…탄생 100주년 특별전
1948년 1회 개인전에 출품한 마산의 풍경을 그린 '고기잡이'는 건장한 남성 여럿이 그물을 끌어 올리는 장면을 역동감 있게 표현했다.

1957년 작 '소'에서는 피카소를 즐겨 모사했다는 작가의 큐비즘에 관한 관심을 읽을 수 있다.

1950년대 작품으로 추정되는 생선 2마리를 그린 정물은 이건희 컬렉션으로 처음 공개된다.

이 그림도 면과 색의 단순화로 평면성을 강조해 추상으로 넘어가는 과정을 엿볼 수 있다.

우주를 조각한 작가 문신, 그 예술세계로…탄생 100주년 특별전
2부는 1960년대 말부터 작업한 나무 조각을 조명한다.

문신의 조각은 '태양의 인간'처럼 구 또는 반구를 배열하는 추상성이 강한 형태와 개미와 나비, 식물 등이 연상되는 형태로 크게 나눌 수 있다.

우주를 조각한 작가 문신, 그 예술세계로…탄생 100주년 특별전
두 형태의 작품들은 모두 대칭(symmetry) 구조를 갖췄으며 상승의 이미지를 담았다.

대칭은 문신의 예술 중심 원리로 해석된다.

다만, 작품들은 완벽하게 대칭을 이루지는 않는다.

생명체에서 정확한 대칭을 볼 수 없듯이 미묘한 차이를 둔다.

이런 '대칭 속의 비대칭'을 통해 작가는 사물의 관계를 관찰하고, 유기적 균형감을 작품의 창작 원리로 수용한다.

우주를 조각한 작가 문신, 그 예술세계로…탄생 100주년 특별전
3부는 브론즈 조각의 작품을 주로 소개한다.

같은 형태를 다양한 크기와 재료로 제작한 그는 어떤 재료를 사용하든지 표면을 매끄럽게 연마했다.

브론즈 작품도 목조각과 형태는 비슷하다.

그는 생명과 우주를 형상화하기 위해 수많은 드로잉 작업을 거쳤으며 일부는 정교한 채색을 거쳐 드로잉 자체가 작품이 되기도 한다.

이 전시실에선 작업 일지와 실제 작업에 쓴 도구들도 만나볼 수 있다.

우주를 조각한 작가 문신, 그 예술세계로…탄생 100주년 특별전
마지막 전시실에서는 '도시와 환경'이라는 확장된 관점에서 조각을 바라본 문신의 작품세계를 조명한다.

환경조각이라고도 불리는 야외조각과 프랑스에 머물던 시절 시도했던 '인간이 살 수 있는 조각', '공원 조형물 모형' 등 공공조형물을 소개한다.

다만, 석고와 플라스틱으로 제작된 일부 작품들은 현재 사진과 드로잉으로만 남아 있어 가상현실(VR)과 3D 프린팅으로 구현해 선보인다.

우주를 조각한 작가 문신, 그 예술세계로…탄생 100주년 특별전
대표작의 하나인 스테인리스 스틸 작품 '우주를 향하여'는 소장처인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에서 덕수궁관 앞으로 옮겨왔다.

이 작품은 1985년 국립현대미술관이 개최한 '현대미술초대전'에 출품됐던 작품으로 37년 만에 같은 장소에 전시된다.

우주를 조각한 작가 문신, 그 예술세계로…탄생 100주년 특별전
아울러 덕수궁 옆 서울시립미술관에서는 아시아에 기반을 두거나 아시아를 둘러싼 논의에 천착하는 작가와 기획자, 연구자, 음악가 등 14명(팀)이 참여한 기획전 '춤추는 낱말'이 내달 1일부터 11월 20일까지 열린다.

참여자들은 영상과 조각, 사진, 자수, 콜라주, 설치, 퍼포먼스 등 다양한 매체로 아시아를 둘러싼 문화적, 집단적 현상을 조망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