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원/달러 환율로 예산 정해져 배분 줄어…"달러로 지급받는 공관, 헤징해야"
'달러 초강세'에 아프리카 주재 한국 공관도 예산 압박
최근 '달러 초강세'로 아프리카에 있는 주요 한국 대사관들도 대체로 사업과 운영에 압박을 받고 있다.

31일(현지시간)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에 있는 주요국 주재 한국대사들에 따르면 연초 원/달러 환율 기준으로 운영 및 사업 예산이 원화로 책정돼 있다 보니 최근 환율이 올라가는 바람에 서울 본부에서 공관에 지급하는 달러화가 대폭 줄어들게 됐다.

여기에다 주재국 물가까지 달러 강세로 많게는 30%가 넘게 올라 이중고를 겪고 있다.

한 서아프리카 주재 대사는 "원/달러 환율이 계속 치솟다 보니 개발 협력사업과 문화홍보사업 등이 영향을 받고 있다"면서 "사업 규모가 축소되거나 다음 연도로 연기된 사업도 있다"고 호소했다.

중부 아프리카 주재 대사는 "그러잖아도 이 나라는 식료품과 공산품 등 많은 품목을 수입하고 있어서 달러 초강세로 행사에 필요한 음식 재료 등 물품 구매에 드는 비용도 덩달아 증가하고 있다"면서 요구르트 하나의 경우 정확히 서울에서 판매하는 것의 3배나 된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많은 인사를 초청하는 국경일 행사개최 등 비용이 올라가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동아프리카 주재 한 대사는 "문화행사를 추가로 하려다가 본부 사정을 알아보니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른 대사도 "서울에서 달러 환율이 올라가서 운영예산에 이미 영향을 받고 있다"면서 "부족한 부분은 절약해서 쓰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태가 장기화하면 한국국제협력단(KOICA·코이카)에서 하는 개발협력 사업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남아프리카 주재 한 대사도 "이미 주재국에서 최악 수준의 인플레이션에 시달리고 있다 보니 아껴 쓰고 있다"면서 "불요불급한 예산은 최대한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비해 다른 대사는 "우리 공관의 경우 올 초에 이미 여러 예산을 달러로 받아놨다"면서 "바뀐 환율 사정에 맞게 운용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사들은 달러로 받는 공관들은 세계 다른 지역도 대부분 사정이 비슷할 것이라고 말했다.

'달러 초강세'에 아프리카 주재 한국 공관도 예산 압박
한 일선 서기관도 "이른바 슈퍼 달러 현상 때문에 추가로 사업을 하는 데 지장이 많다"면서 "이리저리 최대한 사업을 긴축해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달러는 13년 4개월 만에 1천350원을 돌파하는 등 최고점을 찍었으며 단기간에 달러 초강세가 해소될 것 같지 않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에 따라 어느 곳보다 지원이 절실한 아프리카 사업에 차질을 빚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와 관련해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아프리카뿐 아니라 달러화로 지급받는 해외 공관 사정이 대부분 비슷하다"면서 "연초 1천130원으로 책정한 환율이 220원이나 대폭 올라 현재로선 아껴 쓰는 자구노력을 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외교부 전체 예산의 30%에 해당하는 외화 책정 기준(주로 미 달러) 예산이 1조 원에 가까운 만큼 인건비 등 공관 경비도 국제기구 분담금처럼 기획재정부가 외국환평형기금 안에서 운영해 헤징(환율 위험 회피)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