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파월 충격 속 다가온 9월, 9월이 두려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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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연속 급락한 뉴욕 증시는 30일(미 동부 시간) 반등을 시도했습니다. 개장 전 주가지수 선물은 1% 수준까지 올랐습니다. 국제 유가, 유럽 천연가스 가격 등 에너지 가격이 오늘 하락한 게 긍정적 영향을 줬습니다. 유럽의 천연가스 저장량이 목표인 80%에 도달하고 유럽 각국이 폭등한 전기료 상승에 개입한다는 뉴스가 나왔습니다. 또 독일 스페인 등의 8월 소비자 물가의 전월 대비 상승률이 둔화한 것도 주가에 긍정적이었습니다.
하지만 개장 시간이 다가오면서 상승 폭은 조금씩 줄었습니다. 불안감이 여전히 느껴졌습니다. 대만이 중국 드론에 실탄을 발사했다는 보도에 지정학적 위기 가능성이 불거진 것도 부정적이었습니다. 아침 9시 30분 주요 지수는 0.2~0.5% 수준의 상승세로 출발했습니다.
그리고 30분 뒤인 오전 10시 경제 지표가 일제히 발표됐습니다.
① 다시 증가한 채용공고?
노동부가 집계한 7월 채용공고(JOLTS)는 1120만 건으로 지난 6월의 1100만 건(6월 수치도 1070만 건에서 상향 수정)보다 오히려 20만 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시장 예상(1030만 건)을 웃돌았고, 3개월 연속 이어졌던 감소세가 뒤집었습니다. 이에 따라 실업자 1인당 채용공고 수는 6월 1.9건이었지만 7월에는 2건으로 다시 늘어났습니다. 미 중앙은행(Fed)의 제롬 파월 의장이 항상 뜨거운 노동시장을 나타내는 사례로 제시하는 수치입니다. 노동시장이 여전히 식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고용된 사람은 640만 명으로 전월 650만 명보다 소폭 감소했습니다. 그만둔 사람은 7월 420만 명으로 6월의 430만 명에서 소폭 줄었습니다. 자발적 퇴직률은 2.7%로 전월보다 0.1%포인트 하락했습니다. 정리해고·해고 건수는 140만 건, 해고율은 0.9%로 전월과 거의 변화가 없었습니다.
언스트앤드영의 그레고리 다코 이코노미스트는 "고용 활동이 완만하게 둔화하고 있지만 급격한 감소나 해고의 증가 징후는 없다"라고 밝혔습니다. 고용정보업체 인디드의 앤 엘리자베스 콘켈 이코노미스트는 "노동시장은 여전히 강하고 Fed가 해야 할 어려운 일은 아직 많이 남았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고용주들은 여전히 노동자를 찾기 위해 더 높은 임금을 제공해야 할 것입니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어렵다는 뜻입니다. 사실 이날 미국의 유니온퍼시픽, BNSF 등 대형 철도회사들은 3개 철도 노조와 임금 인상안에 합의했습니다. 즉시 임금을 14.1% 올리고 2024년까지는 24% 인상하기로 했습니다.
② 높아진 경제 자신감?
콘퍼런스보드가 발표한 8월 소비자 신뢰지수도 103.2로 전월 95.3보다 크게 높아졌습니다. 3개월 연속 하락하다가 8월에 다시 상승한 것입니다. 월가 예상(97.4)도 상회했지요. 8월 현재 여건 지수가 139.7에서 145.4로 상승했고, 8월 미래 기대 지수도 75.1로 전월 65.6보다 높아졌습니다. 이는 휘발유 가격으로 대표되는 인플레이션 우려가 줄어든 덕분으로 풀이됩니다. 실제 이 조사에서 소비자의 12개월 인플레이션 기대치는 6월 7.4%에서 7월 7.0%로 낮아졌습니다. 린 프랑코 콘퍼런스보드 이사는 "인플레이션 우려는 줄었으나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라며 "인플레이션과 추가 금리 인상 우려는 여전히 단기적으로 경제 성장에 위험을 초래한다"라고 말했습니다. 경제 지표가 좋게 나오자, 그렇지 않아도 공격적인 Fed가 더욱 긴축의 고삐를 조일 것이란 공포가 커졌습니다. 주요 지수는 오전 10시 마이너스권으로 접어들더니 급락하기 시작했습니다. 장 막판까지 이런 분위기가 이어졌고 결국 다우는 0.9%, S&P500 지수는 1.10%, 나스닥은 1.12% 하락한 채 거래를 마쳤습니다.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수석 고문은 "채용공고 수가 늘어난 것이나, 소비자 신뢰가 개선된 것은 좋은 소식이지만 이들 지표는 Fed를 더욱 매파적으로 조장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S&P500 지수는 3986.16으로 마감되어 4000선뿐 아니라 바로 밑에 있던 50일 이동평균선, 그리고 6월~8월 랠리 상승 폭의 50% 선을 모두 하향 돌파했습니다. 다우지수는 3만2000, 나스닥도 1만2000선 밑으로 추락했습니다. 버투스 인베스트먼트의 조 테라노바 파트너는 "그동안 기술적 지표는 지난 6월 시작된 랠리에 힘을 실어왔는데, 이제는 급속히 무너지면서 빨간 불이 들어왔다. 기술적 지표는 더는 시장 상승을 지원하지 않는다"라고 말했습니다. 오전 11시에는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은행 총재가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수요가 공급을 훨씬 초과하는 상황에서 실질 금리를 제로 이상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우리는 수요를 늦추기 위해 다소 제약적인 정책을 가질 필요가 있으며 아직 거기에 있지 않다. 우리는 아직 멀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기준금리를 3.5% 이상으로 올리고 내년까지 이 수준을 유지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지금보다 최소 100bp 이상 올리겠다는 것이죠. 윌리엄스는 Fed의 실질적 이인자며, 대표적 비둘기파입니다. T로프라이스는 "당신이 만약 강세론자라면 당신은 지금 Fed와 싸우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경제 지표 발표에 시장 금리도 상승했습니다. 미 국채 2년물 금리는 오전 10시 발표 이후 3.5%를 넘어 3.507%까지 오르기도 했습니다. 최근 2007년 이후 거의 1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오후 4시 30분께 2년물은 0.8bp 상승한 3.446%, 10년물은 1.4bp 상승한 3.118%에 거래됐습니다. Fed가 공격적으로 나오면서 경기 침체가 금세 다가올 것이란 걱정도 커지고 있습니다. 스티븐 로치 예일대 교수는 CNBC 인터뷰에서 "미국이 경기 침체를 피하려면 ‘기적’이 필요하다"라고 밝혔습니다. UBS는 미국이 내년 침체에 빠질 확률을 40%에서 60%로 높였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그동안 강세론자들은 Fed가 곧 전환할 것이고, 경기 침체는 피할 수 있다고 보고 베팅을 해왔다"라면서 "이제 Fed는 높은 금리를 오랜 기간(higher for longer) 가져갈 것이고 이는 경기 침체를 부를 수 있다. 이런 요인은 금리 주가 모두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으며 지난 금요일부터 시장이 요동치는 건 이를 반영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월가의 '공포 게이지'로 불리는 변동성지수(VIX)도 마찬가지입니다. VIX는 이날 26.21로 마감됐습니다. 데이터트랙 리서치는 VIX가 1 표준편차 상승하는 데 실패했다고 말했습니다. 월가가 겁을 먹을 때면 과거 평균 20에 머물던 VIX는 1 표준편차인 8포인트 정도 급등하는데 잭슨홀 연설 직전 19.6에서 26.2로 높아진 것은 7포인트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데이터트랙 리서치의 니콜라스 콜라스 설립자는 "미국 주식은 현재의 거시적 및 미시적 불확실성을 감안할 때 충분한 '공포'를 반영하지 않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과거를 보면 변동성이 더 커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하나 다행이라면 유럽, 중국에 이어 미국에도 경기 침체가 올 가능성이 커지면서 에너지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5.5% 내린 배럴당 91.64달러에 거래됐습니다. 지난 22일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하락 폭으로는 지난 7월 12일 이후 가장 컸습니다. 브렌트유도 5.5% 떨어진 99.31달러를 기록했습니다. 경기 침체 우려와 함께 러시아 통신사가 OPEC+가 아직 감산을 논의하고 있지 않다고 보도한 것도 영향을 줬습니다. 미국의 휘발유 선물 가격도 6.37% 하락해 갤런당 $2.69에 마감됐습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인 2월 18일 수준입니다. 하지만 원유에는 여러 가지 변수가 많습니다. 사우디 주도의 감산 논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이란 핵 협상 타결 여부, 리비아와 이라크에서 거세지고 있는 내전, 줄어들고 있는 미국의 전략 비축유 등입니다. 그리고 기술적으로는 상승 추세로 돌아선 상황입니다.
단기적으로 시장 관심은 9월 21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Fed가 기준금리를 50bp를 올릴지, 75bp를 올릴지에 쏠려 있습니다. 파월 의장이 잭슨홀 연설에서도 밝혔듯이 결정은 그전까지 나오는 데이터에 의존해 결정될 것입니다. 이번 주 2일 나오는 8월 고용, 그리고 9월 13일 발표될 8월 소비자물가(CPI)가 매우 중요합니다. 이날 채용공고 수치는 8월 신규 고용이 예상보다 강하게 나올 가능성을 제기합니다. 월가는 32만 개 증가 수준으로 예상합니다. 이는 '노동시장이 뜨겁지 않다'라고 풀이될 수 있는 10~20만 개 사이보다 많습니다. 지난 7월에는 무려 52만 개가 나왔었지요. 세븐스 리포트의 톰 에세이 설립자는 "JOLTS는 고용보고서의 선행 지표가 될 것"이라며 "1100만 개의 일자리와 수백만 명의 실업자가 있다면 그건 균형된 노동시장이 아니며, 이런 불균형은 임금을 통해 인플레이션에 상승 압력만 가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Fed는 인플레이션을 낮추기를 원하며 물가 안정을 회복하기 위해 경기 침체 위험을 감수할 것"이라며 우리는 여전히 9월에 50bp 인상을 예상하지만 8월의 고용 지표가 강하게 나오면 시장의 균형은 75bp로 넘어갈 가능성이 있다"라고 분석했습니다. 르네상스 매크로는 "50bp냐 75bp가 중요한 게 아니라 최종 금리의 수준, 그리고 얼마나 거기에서 오래 머무느냐가 중요하다"라면서도 "금요일에 만약 강력한 고용 수치가 나온다면 지금 둔화하고 있는 인플레이션 수치를 상쇄할 것"이라며 75bp 인상을 점쳤습니다. 8월 CPI의 경우 두 달 연속 하락한 수치가 나올 것입니다. 에너지 가격 하락 덕분입니다. 하지만 해석을 놓고 시각이 엇갈릴 수 있습니다. 엘에리언 알리안츠 수석 고문은 "앞으로 2개월 정도 동안 인플레이션이 어디로 가는지 물을 때면 어떤 인플레이션인지를 밝혀야 한다. 소비자 물가(CPI)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냐의 문제가 아니라 전월 대비와 전년 대비, 그리고 헤드라인 수치와 근원 수치에 각각 상당한 분산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라고 말했습니다. 씨티는 "Fed가 50bp를 올릴지 75bp를 올릴지는 9월 13일 물가에 달려 있다"라며 "하락하는 중고차 가격이 근원 CPI를 낮출 가능성이 있지만, 주거비와 다른 서비스 물가의 지속적 상승세는 우리가 75bp 인상을 예상하게 만든다"라고 말했습니다. UBS는 향후 증시 경로와 관련 4가지 시나리오(기본, 강세장, 두 가지 약세장)를 제시했는데요. 기본, 강세 및 '슬럼프' 약세 시나리오에서 인플레이션은 18개월에서 24개월 사이에 훨씬 낮아질 것으로 봅니다. 하지만 '헤드 페이크'(head fake) 약세장 시나리오에서는 팬데믹 관련 인플레이션(예: 중고차 가격)이 낮아지는 동안 사이클 후반 물가 압력(예: 임금 인상)은 계속 나타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경제 재개의 영향으로 몇 개월 동안 인플레이션이 하락하면 투자자와 Fed가 속을 수 있다고 봤습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은 쉽게 떨어지지 않아 Fed는 다시 긴축하고, 시장은 급락할 수 있습니다. UBS 자산운용의 제이슨 드라코 헤드는 "구원을 기다리는 투자자들은 9월 21일 FOMC가 열릴 때 이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 대신 높은 변동성과 박스권 장세가 한동안 더 오래 지속할 것으로 예상해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최근 주가가 약세를 이어가는 배경에는 투자자들의 9월에 대한 두려움이 숨어 있습니다. 이트레이드 증권은 "투자자는 전통적으로 불안한 9월에 진입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라고 밝혔습니다. ▶1960년 이후 9월에는 5% 이상 하락한 횟수가 무려 10번 있었고, 5% 이상 상승한 경우는 단 4번에 그칩니다.
▶1960년과 1991년 사이를 따져보면 9월은 S&P500 지수가 하락한 적이 20번, 상승한 적이 11번으로 하락할 확률이 거의 두 배였습니다. 또 중간값 기준으로 12개월 중 최악의 수익률(-0.7%)을 보였습니다.
▶1992년부터 지난 30년 동안 하락 확률은 감소했습니다. 16번 상승하고 14번 하락했습니다. 이 기간 중간값 9월의 수익률은 +0.6%입니다. (물론 12개월 중 10번째로 낮습니다) 하지만 평균 수익률은 -0.3%입니다. 지난 62년 동안 가장 나쁜 6번의 9월 중 4번은 2001년 이후 발생했습니다. 2001년, 2002년, 2008년 및 2011년 악몽 같은 9월을 겪었습니다.
▶9월 하락은 증시가 8월까지 누계 수익률이 마이너스였을 때 더 일반적이었습니다. 1960년 이후 S&P500 지수가 8월까지 상승했던 적은 42번 있었는데 9월에 하락한 횟수는 21번으로 절반이었습니다. 하지만 8월까지 하락한 경우가 20번 있었는데 이러면 9월에는 13번(65%) 하락했습니다.
이트레이드 증권은 "지난 30년 동안 9월은 약간 덜 약세를 보였지만, 나쁜 계절성은 거의 바뀌지 않았다"라며 "올해와 같은 해에는 변동성이 더 커질 수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9월에는 마침 양적 긴축(QT)의 규모도 확대됩니다. 블룸버그는 QT 속도가 이번 주부터 높아질 것이라고 썼습니다. Fed는 지난 6월부터 월 475억 달러를 월별 상한으로 자산 감축에 들어갔는데요. 만기를 맞는 것만 재투자하지 않고 상환을 받았을 뿐 그런 만기가 된 국채나 모기지가 없으면 감축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감축 규모는 475억 달러에 크게 못 미쳤습니다. 9월부터는 이 상한선이 950억 달러로 두 배로 높아집니다. 즉 국채 600억 달러, 모기지 증권 350억 달러가 월 상한이 되는데요. 만약 해당하는 달에 만기가 도래하는 채권이 그만큼 없으면 단기 국채를 재투자하지 않고 상환받아 그 상한선 만큼을 줄이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단기 국채 금리가 올라갈 가능성이 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그리고 30분 뒤인 오전 10시 경제 지표가 일제히 발표됐습니다.
① 다시 증가한 채용공고?
노동부가 집계한 7월 채용공고(JOLTS)는 1120만 건으로 지난 6월의 1100만 건(6월 수치도 1070만 건에서 상향 수정)보다 오히려 20만 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시장 예상(1030만 건)을 웃돌았고, 3개월 연속 이어졌던 감소세가 뒤집었습니다. 이에 따라 실업자 1인당 채용공고 수는 6월 1.9건이었지만 7월에는 2건으로 다시 늘어났습니다. 미 중앙은행(Fed)의 제롬 파월 의장이 항상 뜨거운 노동시장을 나타내는 사례로 제시하는 수치입니다. 노동시장이 여전히 식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고용된 사람은 640만 명으로 전월 650만 명보다 소폭 감소했습니다. 그만둔 사람은 7월 420만 명으로 6월의 430만 명에서 소폭 줄었습니다. 자발적 퇴직률은 2.7%로 전월보다 0.1%포인트 하락했습니다. 정리해고·해고 건수는 140만 건, 해고율은 0.9%로 전월과 거의 변화가 없었습니다.
언스트앤드영의 그레고리 다코 이코노미스트는 "고용 활동이 완만하게 둔화하고 있지만 급격한 감소나 해고의 증가 징후는 없다"라고 밝혔습니다. 고용정보업체 인디드의 앤 엘리자베스 콘켈 이코노미스트는 "노동시장은 여전히 강하고 Fed가 해야 할 어려운 일은 아직 많이 남았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고용주들은 여전히 노동자를 찾기 위해 더 높은 임금을 제공해야 할 것입니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어렵다는 뜻입니다. 사실 이날 미국의 유니온퍼시픽, BNSF 등 대형 철도회사들은 3개 철도 노조와 임금 인상안에 합의했습니다. 즉시 임금을 14.1% 올리고 2024년까지는 24% 인상하기로 했습니다.
② 높아진 경제 자신감?
콘퍼런스보드가 발표한 8월 소비자 신뢰지수도 103.2로 전월 95.3보다 크게 높아졌습니다. 3개월 연속 하락하다가 8월에 다시 상승한 것입니다. 월가 예상(97.4)도 상회했지요. 8월 현재 여건 지수가 139.7에서 145.4로 상승했고, 8월 미래 기대 지수도 75.1로 전월 65.6보다 높아졌습니다. 이는 휘발유 가격으로 대표되는 인플레이션 우려가 줄어든 덕분으로 풀이됩니다. 실제 이 조사에서 소비자의 12개월 인플레이션 기대치는 6월 7.4%에서 7월 7.0%로 낮아졌습니다. 린 프랑코 콘퍼런스보드 이사는 "인플레이션 우려는 줄었으나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라며 "인플레이션과 추가 금리 인상 우려는 여전히 단기적으로 경제 성장에 위험을 초래한다"라고 말했습니다. 경제 지표가 좋게 나오자, 그렇지 않아도 공격적인 Fed가 더욱 긴축의 고삐를 조일 것이란 공포가 커졌습니다. 주요 지수는 오전 10시 마이너스권으로 접어들더니 급락하기 시작했습니다. 장 막판까지 이런 분위기가 이어졌고 결국 다우는 0.9%, S&P500 지수는 1.10%, 나스닥은 1.12% 하락한 채 거래를 마쳤습니다.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수석 고문은 "채용공고 수가 늘어난 것이나, 소비자 신뢰가 개선된 것은 좋은 소식이지만 이들 지표는 Fed를 더욱 매파적으로 조장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S&P500 지수는 3986.16으로 마감되어 4000선뿐 아니라 바로 밑에 있던 50일 이동평균선, 그리고 6월~8월 랠리 상승 폭의 50% 선을 모두 하향 돌파했습니다. 다우지수는 3만2000, 나스닥도 1만2000선 밑으로 추락했습니다. 버투스 인베스트먼트의 조 테라노바 파트너는 "그동안 기술적 지표는 지난 6월 시작된 랠리에 힘을 실어왔는데, 이제는 급속히 무너지면서 빨간 불이 들어왔다. 기술적 지표는 더는 시장 상승을 지원하지 않는다"라고 말했습니다. 오전 11시에는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은행 총재가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수요가 공급을 훨씬 초과하는 상황에서 실질 금리를 제로 이상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우리는 수요를 늦추기 위해 다소 제약적인 정책을 가질 필요가 있으며 아직 거기에 있지 않다. 우리는 아직 멀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기준금리를 3.5% 이상으로 올리고 내년까지 이 수준을 유지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지금보다 최소 100bp 이상 올리겠다는 것이죠. 윌리엄스는 Fed의 실질적 이인자며, 대표적 비둘기파입니다. T로프라이스는 "당신이 만약 강세론자라면 당신은 지금 Fed와 싸우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경제 지표 발표에 시장 금리도 상승했습니다. 미 국채 2년물 금리는 오전 10시 발표 이후 3.5%를 넘어 3.507%까지 오르기도 했습니다. 최근 2007년 이후 거의 1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오후 4시 30분께 2년물은 0.8bp 상승한 3.446%, 10년물은 1.4bp 상승한 3.118%에 거래됐습니다. Fed가 공격적으로 나오면서 경기 침체가 금세 다가올 것이란 걱정도 커지고 있습니다. 스티븐 로치 예일대 교수는 CNBC 인터뷰에서 "미국이 경기 침체를 피하려면 ‘기적’이 필요하다"라고 밝혔습니다. UBS는 미국이 내년 침체에 빠질 확률을 40%에서 60%로 높였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그동안 강세론자들은 Fed가 곧 전환할 것이고, 경기 침체는 피할 수 있다고 보고 베팅을 해왔다"라면서 "이제 Fed는 높은 금리를 오랜 기간(higher for longer) 가져갈 것이고 이는 경기 침체를 부를 수 있다. 이런 요인은 금리 주가 모두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으며 지난 금요일부터 시장이 요동치는 건 이를 반영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월가의 '공포 게이지'로 불리는 변동성지수(VIX)도 마찬가지입니다. VIX는 이날 26.21로 마감됐습니다. 데이터트랙 리서치는 VIX가 1 표준편차 상승하는 데 실패했다고 말했습니다. 월가가 겁을 먹을 때면 과거 평균 20에 머물던 VIX는 1 표준편차인 8포인트 정도 급등하는데 잭슨홀 연설 직전 19.6에서 26.2로 높아진 것은 7포인트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데이터트랙 리서치의 니콜라스 콜라스 설립자는 "미국 주식은 현재의 거시적 및 미시적 불확실성을 감안할 때 충분한 '공포'를 반영하지 않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과거를 보면 변동성이 더 커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하나 다행이라면 유럽, 중국에 이어 미국에도 경기 침체가 올 가능성이 커지면서 에너지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5.5% 내린 배럴당 91.64달러에 거래됐습니다. 지난 22일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하락 폭으로는 지난 7월 12일 이후 가장 컸습니다. 브렌트유도 5.5% 떨어진 99.31달러를 기록했습니다. 경기 침체 우려와 함께 러시아 통신사가 OPEC+가 아직 감산을 논의하고 있지 않다고 보도한 것도 영향을 줬습니다. 미국의 휘발유 선물 가격도 6.37% 하락해 갤런당 $2.69에 마감됐습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인 2월 18일 수준입니다. 하지만 원유에는 여러 가지 변수가 많습니다. 사우디 주도의 감산 논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이란 핵 협상 타결 여부, 리비아와 이라크에서 거세지고 있는 내전, 줄어들고 있는 미국의 전략 비축유 등입니다. 그리고 기술적으로는 상승 추세로 돌아선 상황입니다.
단기적으로 시장 관심은 9월 21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Fed가 기준금리를 50bp를 올릴지, 75bp를 올릴지에 쏠려 있습니다. 파월 의장이 잭슨홀 연설에서도 밝혔듯이 결정은 그전까지 나오는 데이터에 의존해 결정될 것입니다. 이번 주 2일 나오는 8월 고용, 그리고 9월 13일 발표될 8월 소비자물가(CPI)가 매우 중요합니다. 이날 채용공고 수치는 8월 신규 고용이 예상보다 강하게 나올 가능성을 제기합니다. 월가는 32만 개 증가 수준으로 예상합니다. 이는 '노동시장이 뜨겁지 않다'라고 풀이될 수 있는 10~20만 개 사이보다 많습니다. 지난 7월에는 무려 52만 개가 나왔었지요. 세븐스 리포트의 톰 에세이 설립자는 "JOLTS는 고용보고서의 선행 지표가 될 것"이라며 "1100만 개의 일자리와 수백만 명의 실업자가 있다면 그건 균형된 노동시장이 아니며, 이런 불균형은 임금을 통해 인플레이션에 상승 압력만 가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Fed는 인플레이션을 낮추기를 원하며 물가 안정을 회복하기 위해 경기 침체 위험을 감수할 것"이라며 우리는 여전히 9월에 50bp 인상을 예상하지만 8월의 고용 지표가 강하게 나오면 시장의 균형은 75bp로 넘어갈 가능성이 있다"라고 분석했습니다. 르네상스 매크로는 "50bp냐 75bp가 중요한 게 아니라 최종 금리의 수준, 그리고 얼마나 거기에서 오래 머무느냐가 중요하다"라면서도 "금요일에 만약 강력한 고용 수치가 나온다면 지금 둔화하고 있는 인플레이션 수치를 상쇄할 것"이라며 75bp 인상을 점쳤습니다. 8월 CPI의 경우 두 달 연속 하락한 수치가 나올 것입니다. 에너지 가격 하락 덕분입니다. 하지만 해석을 놓고 시각이 엇갈릴 수 있습니다. 엘에리언 알리안츠 수석 고문은 "앞으로 2개월 정도 동안 인플레이션이 어디로 가는지 물을 때면 어떤 인플레이션인지를 밝혀야 한다. 소비자 물가(CPI)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냐의 문제가 아니라 전월 대비와 전년 대비, 그리고 헤드라인 수치와 근원 수치에 각각 상당한 분산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라고 말했습니다. 씨티는 "Fed가 50bp를 올릴지 75bp를 올릴지는 9월 13일 물가에 달려 있다"라며 "하락하는 중고차 가격이 근원 CPI를 낮출 가능성이 있지만, 주거비와 다른 서비스 물가의 지속적 상승세는 우리가 75bp 인상을 예상하게 만든다"라고 말했습니다. UBS는 향후 증시 경로와 관련 4가지 시나리오(기본, 강세장, 두 가지 약세장)를 제시했는데요. 기본, 강세 및 '슬럼프' 약세 시나리오에서 인플레이션은 18개월에서 24개월 사이에 훨씬 낮아질 것으로 봅니다. 하지만 '헤드 페이크'(head fake) 약세장 시나리오에서는 팬데믹 관련 인플레이션(예: 중고차 가격)이 낮아지는 동안 사이클 후반 물가 압력(예: 임금 인상)은 계속 나타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경제 재개의 영향으로 몇 개월 동안 인플레이션이 하락하면 투자자와 Fed가 속을 수 있다고 봤습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은 쉽게 떨어지지 않아 Fed는 다시 긴축하고, 시장은 급락할 수 있습니다. UBS 자산운용의 제이슨 드라코 헤드는 "구원을 기다리는 투자자들은 9월 21일 FOMC가 열릴 때 이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 대신 높은 변동성과 박스권 장세가 한동안 더 오래 지속할 것으로 예상해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최근 주가가 약세를 이어가는 배경에는 투자자들의 9월에 대한 두려움이 숨어 있습니다. 이트레이드 증권은 "투자자는 전통적으로 불안한 9월에 진입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라고 밝혔습니다. ▶1960년 이후 9월에는 5% 이상 하락한 횟수가 무려 10번 있었고, 5% 이상 상승한 경우는 단 4번에 그칩니다.
▶1960년과 1991년 사이를 따져보면 9월은 S&P500 지수가 하락한 적이 20번, 상승한 적이 11번으로 하락할 확률이 거의 두 배였습니다. 또 중간값 기준으로 12개월 중 최악의 수익률(-0.7%)을 보였습니다.
▶1992년부터 지난 30년 동안 하락 확률은 감소했습니다. 16번 상승하고 14번 하락했습니다. 이 기간 중간값 9월의 수익률은 +0.6%입니다. (물론 12개월 중 10번째로 낮습니다) 하지만 평균 수익률은 -0.3%입니다. 지난 62년 동안 가장 나쁜 6번의 9월 중 4번은 2001년 이후 발생했습니다. 2001년, 2002년, 2008년 및 2011년 악몽 같은 9월을 겪었습니다.
▶9월 하락은 증시가 8월까지 누계 수익률이 마이너스였을 때 더 일반적이었습니다. 1960년 이후 S&P500 지수가 8월까지 상승했던 적은 42번 있었는데 9월에 하락한 횟수는 21번으로 절반이었습니다. 하지만 8월까지 하락한 경우가 20번 있었는데 이러면 9월에는 13번(65%) 하락했습니다.
이트레이드 증권은 "지난 30년 동안 9월은 약간 덜 약세를 보였지만, 나쁜 계절성은 거의 바뀌지 않았다"라며 "올해와 같은 해에는 변동성이 더 커질 수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9월에는 마침 양적 긴축(QT)의 규모도 확대됩니다. 블룸버그는 QT 속도가 이번 주부터 높아질 것이라고 썼습니다. Fed는 지난 6월부터 월 475억 달러를 월별 상한으로 자산 감축에 들어갔는데요. 만기를 맞는 것만 재투자하지 않고 상환을 받았을 뿐 그런 만기가 된 국채나 모기지가 없으면 감축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감축 규모는 475억 달러에 크게 못 미쳤습니다. 9월부터는 이 상한선이 950억 달러로 두 배로 높아집니다. 즉 국채 600억 달러, 모기지 증권 350억 달러가 월 상한이 되는데요. 만약 해당하는 달에 만기가 도래하는 채권이 그만큼 없으면 단기 국채를 재투자하지 않고 상환받아 그 상한선 만큼을 줄이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단기 국채 금리가 올라갈 가능성이 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