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가 30일(현지시간) 5% 이상 하락했다. 최근 한달여 만에 가장 큰 낙폭을 보였다.

이날 서부텍사스원유(WTI) 선물 근월물(10월물 기준)은 전 장보다 5.5%(5.37달러) 떨어진 배럴당 91.64달러로 마감하며 92달러선 아래로 후퇴했다. 지난 22일 이후 가장 낮은 가격이며 하루 낙폭으로는 지난달 12일 이후 한달 반 만에 최대였다.

국제 유가의 기준이 되는 북해산 브렌트유 선물 근월물(10월물 기준)도 전 장보다 5.5%(5.78달러) 하락한 배럴당 99.31달러로 마감하며 100달러 선을 내줬다. 브렌트유 10월물은 장중 한때 97.55달러까지 떨어졌다. 브렌트유 10월물은 31일 만기다. 브렌트유 선물 11월물은 전 장보다 4.9% 하락한 배럴당 97.84달러로 마감했다.
<최근 한 달 동안 국제 유가 동향>
자료: 오일프라이스닷컴
<최근 한 달 동안 국제 유가 동향> 자료: 오일프라이스닷컴
이날 국제 유가가 큰 낙폭을 보인 이유 중 하나는 이라크 국영 석유회사인 SOMO의 발표였다. 이라크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해온 이슬람 시아파 정치인 무크타다 알사드르가 전날 정계 은퇴를 선언하면서 정치 세력 간 무력 충돌이 빚어졌고, 지지자들이 유전과 정유소 등을 포위했다는 소식이 나오면서 이라크산 원유의 공급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불거졌다. 하지만 무크타다 알사드르가 지지자들에게 자제를 촉구하는 한편 SOMO도 석유 수출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발표하면서 국제 유가 하락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미국 중앙은행(Fed)가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0.75%포인트 올릴 가능성을 시장에서 크게 보면서 나타난 강(强)달러도 국제 유가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국제 유가는 달러로 표시되며 달러로 거래되기 때문에 강달러는 거래자들에게 유가 가격 부담을 가중하는 효과가 있다.

경기 침체 우려가 확산되면서 원유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여전히 국제 유가 하락을 이끄는 요인 중 하나다.

시장은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과 러시아 등 비(非) OPEC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의 9월 5일 회의에도 주목하고 있다. OPEC의 맹주인 사우디아라비아는 앞서 감산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러시아 언론에서는 OPEC+가 감산을 아직 시기상조로 보고 있다는 보도를 냈다. 이란 인터내셔널 트윗에서 미국과 이란이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복원에 대한 합의에 도달했다고 전해지면서 이란산 원유 공급 재개 기대도 커졌다. 그러나 아직 이는 확정 발표가 나온 사안은 아니다.

한편 이날 국제 유가가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미국 뉴욕증시에서도 에너지 기업들의 주가가 약세였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31일 미국 주간 원유 재고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