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 USTR 대표 "전기차 고임금 일자리 창출…역사적 투자"
전기차 보조금 협의 시작한 날 美는 인플레감축법 적극 홍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제정으로 미국에서 한국산 전기차가 보조금 지급대상에서 제외된 것과 관련, 한미 양국이 협의에 나섰지만 정부간 시각의 간극이 드러나고 있다.

한국이 정부대표단을 미국에 급파해 한국산 전기차에 대한 불이익을 조속히 해소하기 위한 방안을 찾으려고 부심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은 IRA 제정의 의미와 성과를 홍보하는 데 치중하고 있어 대비를 이루고 있다.

한국 정부 합동대표단은 30일(현지시간) 미국 무역대표부(USTR)와 상무부 관계자를 만나 IRA에서 규정한 전기차 보조금 문제에 대한 한국 정부 입장을 전달하고 이에 대한 개선방안을 모색하고 나섰다.

IRA에서 전기차 보조금 지급 대상에 미국산 전기차만 포함하도록 규정하에 따라 미국에서 전기차를 생산하지 않고, 전량 국내에서 생산해 수출하는 현대차그룹으로선 상당한 불이익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정부대표단은 구체적인 방안으로 현대차의 북미 전기차 공장이 완공되는 2025년까지 해당 조항을 유예하고, 보조금 지급 대상 전기차 해당 여부를 결정하는 최종 조립국에 북미뿐 아니라 한국 등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파트너 등을 포함하도록 할 것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측이 한국 정부의 이 같은 제안에 대해 어떤 입장을 보였는지는 곧바로 알려지지 않았으나 일단 한국 정부와 협의에 나서는 등 나름 성의를 보이는 듯하다.

USTR은 이날 한국 정부 대표단을 만난 뒤 보도자료를 내고 "회동에서 안보 및 양국의 번영을 지지하기 위해 한미의 긴밀한 무역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이어 "양측은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따른 전기차 보조금 문제에 대한 한국의 우려에 대해 논의했고, 향후 이 문제에 대해 긴밀한 접촉을 유지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와 별개로 미국 정부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주요 정책과제를 담은 IRA 입법 성과를 홍보하는 데 치중하는 모습도 보였다.

USTR의 캐서린 타이 대표는 이날 한국 정부 대표단이 워싱턴DC에서 미국 측 인사들과 만나는 시간대에 뉴햄프셔를 방문, 중소기업 대표들과 간담회를 열고 IRA 입법 성과를 강조했다.

타이 대표는 간담회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16일 IRA에 서명해 공포한 사실을 언급한 뒤 "우리는 풍력, 태양광, 전기차 제조에서 고임금 일자리를 창출해 기후 위기를 해결하고자 미국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투자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또 미국의 회복력과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국내 공급망에 투자하고 있다"면서 "이런 역사적인 투자는 당신들을 위해 싸우고자 하는 USTR의 노력을 보완한다"고 설명했다.

타이 대표의 이 같은 발언은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바이든 행정부의 입법 성과를 널리 알려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보인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이 같은 적극적인 입법 홍보 활동이 향후 IRA 법 개정 요구나 움직임과 충돌하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전기차 보조금 협의 시작한 날 美는 인플레감축법 적극 홍보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