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총선에서 청년 약진…'2030 의원' 비중 25%, 한국의 6배
젊어지는 프랑스 하원…평균 연령 48.5세로 10년 새 6세 낮아져
프랑스 국민을 대표하는 제16대 하원 의원 4명 중 1명은 20∼30대다.

지난 6월 총선에서 승리해 하원에 입성한 의원 577명 중 20대가 25명(4%), 30대가 121명(21%)이다.

50대가 170명(29%), 40대가 142명(25%)로 하원 의석 과반을 차지하고 있지만 20∼30대 비중은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일간 르몽드가 집계한 자료를 보면 20∼30대 의원은 2012년 66명, 2017년 129명, 2022년 146명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이와 맞물려 하원 의원 평균 연령도 2012년 54.6세, 2017년 48.8세 2022년 48.5세로 하향 곡선을 그려왔다.

올해 하원의 평균 연령 하향은 극우, 극좌 성향의 야당인 국민연합(RN)과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가 주도했다.

프랑스24 방송에 따르면 LFI 의원 75명의 평균 나이는 42.2세, RN 의원 89명의 평균 나이는 45.6세로 집계됐다.

LFI를 주축으로 녹색당(EELV), 사회당(PS), 프랑스공산당(PCF)이 총선 직전에 결성한 좌파 연대 뉘프(Nupes)의 평균 나이는 45.9세다.

2000년생으로 역대 최연소 하원 의원인 테마타이 르게이크(21) 민주공화좌파(GDR) 의원과 루이 보야르(22) LFI 의원도 뉘프 소속이다.

젊어지는 프랑스 하원…평균 연령 48.5세로 10년 새 6세 낮아져
다비드 기로(29) LFI 의원은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과거에는 50∼60대 남성이 정치를 하는 데 익숙했는데, 최근 들어 추세가 바뀌고 있다"며 LFI가 그 변화의 중심에 있다고 말했다.

알렉상드르 사바투(29) RN 의원은 20대 하원 의원 25명 중 10명이 RN이라며 "기성 정당과 달리 RN은 어려도 능력을 증명하면 도전할 기회를 준다는 게 큰 장점"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가 지난 7∼8월에 만난 프랑스 청년 의원들은 최근 10년 사이에 20∼30대 정치인이 늘어나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고 입을 모았다.

마리 샤를로트 가랭(26) EELV 의원은 프랑스 전체 인구에서 20대가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하면 하원에서 20대 의원은 여전히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통계청(Insee)이 집계한 올해 1월 프랑스 총인구는 6천781만명으로 이중 20∼29세가 765만명(11%)이지만, 하원에서 20대 의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4%에 그쳤다.

루이즈 모렐(26) 민주운동(MoDem) 의원은 젊은 정치인이 더 많아진다면 당연히 기쁘겠지만, 현재로서는 젊은 층의 투표율을 높이는 일이 더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지난 6월 총선 1차 투표와 2차 투표에서 유권자 2명 중 1명은 투표장에 가지 않았고, 각종 설문조사 결과 특히 젊은 층을 중심으로 기권 의사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기관 입소스와 소프라 스테리아가 총선 1차 투표와 2차 투표 사이에 성인 4천4명을 대상으로 조사했을 때 18∼24세의 71%, 25∼34세의 66%가 기권하겠다고 답했다.

이냐키 에샤니즈(28) PS 의원은 젊다는 이유만으로 능력치가 떨어진다고 속단하거나, 무시 또는 차별하는 사람들의 편견과 싸우는 일이 선거 전에나, 후에도 존재한다고 털어놨다.

에샤니즈 의원은 "젊은 사람이 와서 좋다고 하는 사람도 많지만 나이를 이유로 존중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며 "그런 일이 생기면 대꾸하지 않고 오로지 일에만 열중하는 모습으로 일관했다"고 전했다.

젊어지는 프랑스 하원…평균 연령 48.5세로 10년 새 6세 낮아져
한국 국회에서는 프랑스 하원보다 20∼30대 청년 의원을 만나기 어렵다.

지난 2020년 4월 총선으로 꾸려진 제21대 국회에 들어온 20대는 2명, 30대는 11명으로 전체 국회의원 300명 중 4%에 불과했다.

당선 당시 20대였던 더불어민주당 전용기(30) 의원과 정의당 류호정(29) 의원은 모두 비례대표로, 지역구 의원 253명 중에서는 20대 의원을 찾아볼 수 없다.

여기에는 프랑스와 한국의 선거제도 차이가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프랑스에서는 총선 피선거권이 주어지는 나이가 2012년부터 23세 이상에서 18세 이상으로 낮아졌지만, 한국은 지난해 말 선거법을 개정해 올해부터 25세에서 18세로 하향됐다.

캉탱 바타용 르네상스(RE) 의원은 "프랑스에서도 10년 전만 해도 20대 의원은 아주 드물었는데 마크롱 정부가 들어오고 나서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며 "한국도 분명히 변화가 있으리라 본다"고 말했다.

39세에 엘리제궁을 차지한 에마뉘엘 마크롱(44) 대통령은 사람을 쓸 때 나이에 구애받지 않아 요직에도 청년을 앉히며 정치계 판도를 흔들었고, 그 분위기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바타용 의원은 설명했다.

프랑스 입법부는 단원제인 한국과 달리 상원과 하원이라는 두 개의 축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지역을 대표하는 상원은 간접 선거로, 국민을 대표하는 하원은 직접 선거로 선출하며 임기는 각각 6년, 5년이다.

상원 선거에는 24세 이상이어야 후보로 등록할 수 있지만, 하원에는 18세 이상이면 출마가 가능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