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과 다른 OPEC+ '공급과잉' 전망 여파에…하락세 유지 [오늘의 유가 동향]
국제 유가가 전날에 이어 또다시 하락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OPEC 주요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의 공급 과잉 전망,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원유 소비국의 수요 감소 관측 등이 맞물리면서다.

31일(현지시간)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 10월물은 전장보다 2.28% 하락해 배럴당 89.5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브렌트유 10월물도 전거래일 대비 2.25% 떨어진 95.64달러에 장 마감했다. 지난 17일(WTI 배럴당 88달러)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유가는 이달 들어서만 9% 이상 하락해 3달 연속 내리막길을 걸었다. 이처럼 유가가 하락세를 보이는 것은 원유 공급 감소 우려가 완화된데다 글로벌 경기 둔화애 따라 수요는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전날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OPEC 주요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의 감산 우려 완화, 러시아 주요 유전 증산 소식 등에 따른 공급량 확대 가능성으로 유가가 5% 이상 급락했고, 이날도 2% 이상 추가 하락세를 이어갔다.

공급 과잉 소식이 전해지면서 유가 하락폭을 키웠다. OPEC+ 산유국의 생산 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공동기술위원회는 올해 하루 평균 90만 배럴 규모로 과잉 공급이 있을 것으로 추산하면서하반기에는 에너지 가격 상승이 원유 소비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주 OPEC+ 주도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회원국과 감산을 논의하겠다"고 밝힌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를 뒤집는 전망이 나온 것이다.

다만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공동기술위 회의 직후 OPEC+ 관계자는 회원국들의 증산 능력 부족 등을 이유로 올해 과잉 공급 예상 수치를 일평균 40만 배럴로 하향 조정했다. OPEC+의 월례 회의는 오는 9월 5일 열린다.
예상과 다른 OPEC+ '공급과잉' 전망 여파에…하락세 유지 [오늘의 유가 동향]
미국 중앙은행(Fed)의 긴축(금리 인상) 드라이브도 유가에 하방 압력을 계속 가하고 있다. 원유는 달러화로 거래되는데, Fed의 긴축으로 달러 가치가 오르면 달러 외의 통화를 사용하는 투자자들의 매입 가격에 대한 부담을 높여 결과적으로 수요를 낮추는 효과를 낸다. 아울러 미 Fed와 유럽중앙은행(ECB)의 긴축 기조가 이어지면 경기 침체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원유 수요 약세에 힘을 실었다.

중국발 코로나19 재봉쇄 소식이 전해지면서 수요 감소 가능성이 더해진 영향도 있다. 화웨이와 텐센트 등 빅테크가 몰린 중국의 '기술 허브' 광둥성 선전시 일부 지역 뿐 아니라 관광지인 하이난 등이 이번 주 들어 코로나19 재확산을 이유로 다시 빗장을 잠그고 있다. 원유 최대 수입국인 중국의 봉쇄는 통상 글로벌 원유 시장의 수요 감소로 해석된다. 다만 중국 당국이 추가적으로 경기 부양의지를 내면 유가가 다시 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세븐스 리포트 리서치는 "전일 OPEC+의 감산 위협이 줄어들고 유럽발 수요 추정치의 하향 조정, 달러화 강세 등이 복함적으로 작용해 유가가 하방 압력을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세븐스 리포트는 유가 지지선은 배럴당 87달러, 저항선은 배럴당 97~100달러로 관측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