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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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상속인이 물려받는 재산만큼 세금을 내는 유산취득세 도입에 본격 착수했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관련 연구용역을 발주하고 전문가로 구성된 태스크포스(TF)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한 뒤 내년 세법개정안에 담는 것을 목표로 추진하기로 했다.

1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기재부는 지난 29일 '상속세 유산취득 과세체계 도입을 위한 법제화 방안 연구' 용역에 관한 입찰 공고를 냈다. 유산취득세는 상속인(물려받는 사람) 각자가 취득하는 상속재산을 기준으로 세액이 결정되는 방식을 말한다.

현재는 피상속인(물려주는 사람)의 전체 상속가액을 기준으로 세금을 물리는 '유산세' 방식을 취하고 있다. 각자 받은 유산에 따라 세금을 내는 유산취득세에 비해 세금의 부과 대상이 높아져 세부담이 더 큰 방식이다.

기재부는 용역 제안서에서 "응능부담의 원칙, 과세체계 합리화, 국제적 동향 등을 감안하여 상속세 제도를 현행 유산세 방식에서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개편 필요성을 설명했다. 응능부담의 원칙은 납세자의 담세 능력에 따라 세금이 부과돼야 한다는 원칙이다.

현재 상속세가 피상속인의 재산 총액을 기준으로 매겨지면서 상속인이 실제로 받은 상속분보다 더 많은 세금 부담을 지게 된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이에 응능부담의 원칙에 맞게 상속인 각자가 물려받는 재산을 기준으로 세금을 내는 유산취득세를 도입할 필요성이 있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예컨대 피상속인인 아버지가 100억원의 재산을 네 자녀에게 같은 규모로 물려줄 경우 현재의 유산세에서는 과세표준 30억원 초과분부터 50%의 최고세율이 적용돼 과세된다. 모든 공제가 없다고 가정하면 약 45억원을 내야한다.

하지만 이를 유산취득세로 전환하면 네 자녀가 각각 받은 25억원에 대해 각자가 세금을 내게 된다. 과표 30억원 이하 구간의 세율은 40%다. 이 역시 전액을 과세표준이라고 본다면 각각 8억4000만원 가량을 내야한다. 총 세액은 약 33억원으로 계산된다.
받은만큼 내는 '유산취득세' 시동…세금 10억원 넘게 아낄수도 [강진규의 데이터너머]
정부는 이번 용역을 통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국가의 유산취득세 과세체계를 연구하고 유산취득세 전환에 따른 세수 효과 등을 분석해 상속세 및 증여세법의 제·개정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용역보고서에는 일본, 독일, 프랑스 등 유산취득세 과세방식을 기 운영 중인 OECD 주요 국가의 상속세 과세체계 연구, 상속세 과세가액 산출방식, 공제 제도, 세율, 납세의무자 등 유산취득세 전환에 수반되는 쟁점사항 파악 및 대안 제시, 상속세및증여세법 개정안 마련 등이 담긴다.
정부에 따르면 현재 상속세를 걷고 있는 OECD 23개 회원국 가운데 유산세 방식을 취한 국가는 한국을 비롯해 미국, 영국, 덴마크 등 4개국이다. 일본, 독일, 프랑스 등 나머지 19개국은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정부는 이번 입찰을 통해 용역을 수행할 연구기관을 선정하고 이르면 이달 관련 용역을 발주한다. 아울러 상속과 관련한 법률·회계 분야 등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태스크포스(TF)도 꾸린다. 정부는 용역 연구와 함께 전문가 TF의 의견 등을 수렴해 내년 개편을 목표로 정부안을 만들어간다는 계획이다.

유산취득세 도입은 상속세법을 다시 써야 할 정도로 체계를 완전히 뒤바꾸는 작업이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세제개편안을 발표하면서 "내년에 상속세를 유산세에서 유산취득세로 개편하려고 한다"며 "개편 작업은 올해 하반기에 집중적으로 시작할 텐데 이 체계를 전반적으로 개편하면서 적정한 상속세 부담 체계에 관해서 전면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