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작황과 유럽의 에너지 대란 사이에서 설탕 가격 향방은 [원자재 포커스]
설탕 선물 가격이 지난 8월 한 달 동안 2% 가량 올랐다. 세계 최대 설탕 생산국인 브라질에서의 사탕수수 등의 작황이 당초의 우려와 달리 전년보다 좋을 것인지, 설탕 수출을 제한해온 인도의 정책 변화가 있을지 여부가 설탕 시세를 좌우할 전망이다. 러시아의 에너지 무기화도 관건이다. 유럽에서의 설탕 생산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설탕(원당·raw sugar) 선물 10월물은 31일(현지시간) 전 장보다 1.2%(0.21센트) 하락한 파운드당 17.89센트로 마감했다. 설탕 선물 근월물의 8월 가격 상승률은 약 2%였다. 백설탕(white sugar) 선물 10월물은 전 장보다 0.4%(2.3달러) 오른 톤(t)당 550.8달러로 마감했다. 백설탕 선물 근월물의 8월 가격 상승률은 4.5%였다.
<설탕 선물의 최근 1년 가격 추이>
(단위: 파운드당 센트)
자료: 로이터
<설탕 선물의 최근 1년 가격 추이> (단위: 파운드당 센트) 자료: 로이터
국제설탕기구는 오는 해 연간 설탕 생산량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스위스 농업기술회사 가마야는 세계 최대 설탕 생산국인 브라질의 올해 생산이 호조를 보일 것으로 봤다. 가마야는 브라질의 올해 설탕 생산량이 전년보다 3% 늘어날 것으로 봤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브라질의 올해 사탕수수 농사가 흉작일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대두했다. 브라질의 주요 사탕수수 경작지의 날씨가 평년보다 건조해 경작이 지연되어서다. 이에 브라질 정부는 최근 올해 사탕수수 생산량이 전년보다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가마야는 가뭄 때문에 사탕수수 농사가 지연되긴 했지만 앞으로 수확량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브라질의 설탕 생산량은 3200만t이었다.

시장은 인도의 설탕 수출 정책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 인도는 지난 5월 밀과 설탕 수출을 제한하는 등 식량보호주의를 이어가고 있다. 7월에는 밀가루 수출도 제한했으며 최근 들어서는 사료용 싸라기(쌀 부스러기) 수출 제한까지 검토했다. 시장에서는 인도가 올해 생산되는 설탕의 수출을 재개할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러시아의 에너지 제재가 장기화할 가능성에 대비해 프랑스 설탕회사들은 생산 일정을 앞당기고 있다. 유럽의 설탕 제조사들은 보통 사탕무 등의 수확이 마무리된 뒤인 9월 중순에서 2월까지 제조공장을 집중적으로 가동해 왔다. 그러나 프랑스의 주요 설탕 제조사인 테레오와 크리스탈유니온은 올해의 경우 집중 가동 일정을 앞당기기로 했다. 러시아산 천연가스 수요가 절정에 이를 겨울에는 공장 가동을 최대한 하지 않기 위해서다. 이들 기업은 수확량을 포기하고서라도 사탕무를 조기 수확해 달라고 농가들에 요청하기도 했다. 설탕 제조업은 유럽에서 에너지 집약적인 산업 중 하나로 꼽히며 러시아산 천연가스 의존도 역시 높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