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증권은 올 들어 8월까지의 저쿠폰채권 판매액이 2조6000억원을 넘겼다고 1일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3배 늘어났다. 절세 효과를 볼 수 있어 세금부담이 높은 자산가들로부터 인기가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저쿠폰채권은 통상적인 채권과 비교해 이자수익(쿠폰)이 낮은 채권을 말한다. 채권을 투자해 얻는 수익은 크게 이자수익과 매매차익으로 나뉘는데, 이중 이자소득세(15.4%)는 이자수익에만 부과된다.

최근 금리 상승으로 저쿠폰채권들은 시중 가격이 액면가보다 떨어진 상황이다. 이 경우 만기까지 보유해 상환받으면 이자수익 비중은 줄고 매매 차익 비중은 커져 절세 효과를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만기 1년짜리 액면가 1만원에 상환되는 표면금리 1%짜리 채권을 9780원에 매수하면, 표면금리 1%에 대해서는 과세가 되지만, 매매차익 220원은 비과세가 되는 식이다.

특히 세금 부담이 높은 고액자산가들 사이에서 저쿠폰채권 인기가 높았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올해 1~8월 사이 30억원 이상 초고액자산가의 저쿠폰채 매수금액은 전년동기대비 6.4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초고액자산가가 가장 많이 매수한 채권 종류는 표면금리 1% 내외의 국채였다. 초고액자산가들의 평균매수금액은 22억원으로 나타났으며, 특정 채권의 경우 인당 평균 250억원의 투자가 몰리기도 했다.

해외 저쿠폰채권의 경우 매매차익에 대한 비과세에 더해 환차익까지 비과세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이를 겨냥해 고액자산가 다수가 미국 국채, 국내기업의 외화표시채권(KP물) 등의 투자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삼성증권이 해외 저쿠폰투자 내역을 분석한 결과, 매수 상위 종목은 표면금리 1% 미만인 미국국채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미국 국채 상품인 'T 0.125 02/15/24' (표면금리 0.125%, 잔존만기 18개월)에는 2000억원의 투자가 몰리기도 했다. 또 상대적으로 표면금리가 낮은 신한금융지주의 신종자본증권 KP물도 인기를 모았다.

삼성증권은 장외 채권거래 고객 가운데 87%가 모바일앱이나 PC를 활용해 거래했다고 밝혔다. 전체 고객 중 40대 이하의 비중은 42%였다. 중장년층이 채권 주요 투자자들이라는 기존 통념과 달리 온라인을 통한 젊은 세대들의 채권 투자가 보편화됐다는 설명이다.

백혜진 삼성증권 SNI전략담당 상무는 "고액자산가를 중심으로 세전 연 4%대의 안정적인 이자를 받을 수 있는 고(高)쿠폰 채권과 더불어, 세금부담을 낮춰 세후 실질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저(低)쿠폰 채권 매수를 병행하는 채권포트폴리오 전략을 구사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지속적으로 국내외 양질의 채권을 적시에 공급해 고객만족도를 높여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