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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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시행 예정인 주식양도세(금융투자소득세)가 자본시장 내 뜨거운 화두입니다. 조만간 국회에서는 주식양도세 2년 유예 법안을 놓고 열띤 논의가 시작될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대선 때 윤석열 후보의 '주식양도세 폐지'라는 일곱 글자 공약이 주식투자자들의 관심을 증폭시킨 바 있습니다.

정부는 여소야대 정국을 감안, 폐지에서 몇 걸음 물러난 2년 유예 법안을 제출했는데요. 다수 의석인 민주당은 부자 감세 논리를 들어 반대하는 분위기입니다.

5만 1000여 명 회원의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의 공식 입장은 '주식양도세 도입 2년 유예'입니다. 내년 시행은 시기상조라는 판단 때문인데요. 주식양도세는 대부분 자본시장 역사가 길고 선진화 된 나라만 도입했는데 아직 우리나라 자본시장은 선진국 수준과는 상당한 격차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주변 국가를 둘러봐도 자본시장 역사가 오래된 선진국 일본을 빼고는 도입한 국가가 없습니다.

주식양도세 시행 법안이 2020년 국회에서 표결로 통과되었지만 그때 상황과 지금은 괴리가 크다는 점도 감안되어야 합니다. 당시는 이른바 동학개미운동으로 증시가 호황인 시절이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글로벌 경제가 몸살을 앓으면서 우리 증시도 고점 대비 30% 이상 하락하는 등 침체기에 접어들었습니다.

금융투자소득세 시행은 세수 부족을 불러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내년부터 금융투자소득세 시행과 거래세 인하만 가지고도 세수 부족이 예상되는데요.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의원의 증권거래세 폐지 법안이 만약 통과된다면 기본 5000만원을 공제하는 금융투자소득세만 가지고는 10조원 내외의 세수 감소가 불가피합니다. 때문에 금융투자소득세 공제한도를 대폭 하향해서 부족 세수를 보충할 수밖에 없어 보입니다.

우리나라와 여러모로 환경이 비슷한 대만의 경우 1973년과 1989년, 2013년에 걸쳐 세 차례나 주식양도세를 도입하려다가 실패했는데요. 특히 1989년의 경우는 1개월 만에 지수가 40% 가까이 폭락해 폭동까지 일어난 끝에 재무장관이 사임하고 주식양도세를 백지화 한 바 있습니다.

주식양도세를 신설하면 개인투자자의 세금 부담이 늘어날 뿐 만 아니라, 주식시장 자금이 부동산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0개 국가 사례를 분석한 재단법인 파이터치 연구원의 보고서(2021년 9월)에는 "주식양도세를 도입하면 부동산 가격이 73% 상승한다. 주식양도세 정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한 바 있습니다.

주식양도세는 외국인 우대와 자국민 차별이라는 문제점도 존재합니다. 외국인 비거주자는 종목당 지분 25% 이상을 보유한 경우에만 주식양도세가 과세됩니다. 이에 내국인이 역차별을 받는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2017년 당시 민주당은 외국인의 종목당 지분을 5% 이상으로 하향 입법 후 시행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시행을 앞두고 외국인과 금투업계가 강하게 반발하자 슬그머니 법안을 철회한 후 현재까지 그대로입니다. 이런 상태에서 개인투자자 증세를 위한 주식양도세를 시행하는 것은 외국인만 우대하는 나라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습니다.

주식투자자들의 마음을 얻지 못한 채 민심을 잡으려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 ; 목적과 수단이 맞지 않아 불가능한 일을 굳이 하려 함)라고 봅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최근 여당 원내대표를 만나 "국회 다수를 점하는 야당으로서 정부여당의 국민을 위한 정책 추진에는 당연히 협력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최고위원회의에서는 "현재 어려운 민생과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여야가 초당적으로 머리를 맞대고 의논해야 한다"며 "국민들의 더 나은 삶을 보장하기 위해 협력할 것은 철저하게 먼저 나서서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최근 여야 모두 부동산 관련 세금을 완화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으며, 가상자산 관련 세금을 2년 유예해주기로 했는데요. 개인투자자들의 증시 참여가 활발해진 지금, 주식양도세를 2년 유예해 다시 증시가 활황을 맞기를 바랍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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