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 선로에 스페인 TALGO 열차 달리나…"철도 생태계 붕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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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차량 부품 업체들이 스페인 탈고(TALGO) 등 해외 업체의 국내 고속철도 시장 진출에 대해 입찰 제도 개선 등 정부의 대책 수립을 호소하고 나섰다.
철도차량 부품산업 보호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1일 ‘국내 철도부품산업 발전을 위한 제언’ 호소문을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SR 등에 전달하고 “경쟁을 명분으로 해외 업체의 무분별한 국내 고속차량 사업 입찰을 허용해서는 안된다”며 “정부 차원에서 어떤 정책적 지원이 필요한 지 숙고해 달라”고 촉구했다. 호소문에는 191개 국내 철도차량 부품업체들이 동참했다.
비대위가 호소문을 발표한 것은 스페인 철도차량 제작사인 TALGO의 국내 시장 진출 때문이다. 탈고는 국내 철도차량 제작사인 A사와 컨소시엄을 맺고 오는 7일 입찰공고 예정인 136량짜리 ‘동력분산식’ 고속차량 EMU-320 입찰 사업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부품 업체들은 “코로나19 이후 어려움을 겪었지만 최근 들어 발주 물량 회복에 따라 어렵사리 반등의 기회를 잡고, 재도약을 꾀하고 있었다”며 “그러나 최근 고속차량 발주 사업의 입찰참가 자격조건이 완화되면서 해외 업체의 국내 시장 진입이 가시화되고 있어 국내 산업 생태계 붕괴가 우려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해외 업체의 국내 진출이 본격화하면 순수 국산 기술의 국내 철도 완성차 업체들이 설 자리를 잃게 되고, 이는 중소 협력 부품업체의 생존에 치명적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특히 TALGO는 '동력집중식' 고속차량 제작 업체로 코레일이 입찰에서 요구하는 '동력분산식' 고속차량 제작·납품 실적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국내 입찰 시장의 자격 요건이 낮아지면서 아무 제한 없이 입찰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유럽 고속철도의 경우 시행사가 발주를 하면 입찰 초청서를 발송한 업체들만 입찰 참여가 가능한 구조다. 여기에 자체 규격 규정인 ‘TSI(Technical Specifications for Interoperability)’라는 요건을 내세워 비유럽 국가의 진입을 사실상 원천 차단하고 있다. TSI는 유럽 내 운영되는 철도의 호환성을 만족하기 위한 요건들을 규정한 제도다. 세부 부품 규격까지 포함돼 있어 비유럽권 업체가 규정을 따르기 까다롭다.
TALGO의 '국적'인 스페인 역시 자국에서 발주한 철도차량 사업에 해외 업체가 참여하려면 전문성이나 무역 관련 요구 사항 등 적합성 여부를 종합적으로 평가받아야 한다. 부품 업체들은 "철도 부품산업은 우리나라 철도 산업의 근간"이라며 "철도 주권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라도 부품제작사가 지속적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호소했다.
부품 업체들은 또 “고속차량뿐 아니라 기존 일반 전동차 시장에서도 기술력이나 품질이 아닌 최저가가 우선되는 ‘치킨 게임’이 벌어지고 있다”며 “완성차 제작사들은 중국산 저가 부품을 사용해 단가를 낮추기 시작했고 국내 부품제작사들은 일감이 없어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고 현행 제도의 폐해를 설명했다.
관세청의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한국이 중국으로부터 수입한 철도차량부품 연간 규모는 2015년 1948만3000달러(약 263억원)에서 지난해 7592만5000달러(약 1025억원)로 커졌다. 코로나19로 인한 공급난에도 불구하고 6년 만에 4배 가까이 불어난 것이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
철도차량 부품산업 보호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1일 ‘국내 철도부품산업 발전을 위한 제언’ 호소문을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SR 등에 전달하고 “경쟁을 명분으로 해외 업체의 무분별한 국내 고속차량 사업 입찰을 허용해서는 안된다”며 “정부 차원에서 어떤 정책적 지원이 필요한 지 숙고해 달라”고 촉구했다. 호소문에는 191개 국내 철도차량 부품업체들이 동참했다.
비대위가 호소문을 발표한 것은 스페인 철도차량 제작사인 TALGO의 국내 시장 진출 때문이다. 탈고는 국내 철도차량 제작사인 A사와 컨소시엄을 맺고 오는 7일 입찰공고 예정인 136량짜리 ‘동력분산식’ 고속차량 EMU-320 입찰 사업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부품 업체들은 “코로나19 이후 어려움을 겪었지만 최근 들어 발주 물량 회복에 따라 어렵사리 반등의 기회를 잡고, 재도약을 꾀하고 있었다”며 “그러나 최근 고속차량 발주 사업의 입찰참가 자격조건이 완화되면서 해외 업체의 국내 시장 진입이 가시화되고 있어 국내 산업 생태계 붕괴가 우려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해외 업체의 국내 진출이 본격화하면 순수 국산 기술의 국내 철도 완성차 업체들이 설 자리를 잃게 되고, 이는 중소 협력 부품업체의 생존에 치명적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특히 TALGO는 '동력집중식' 고속차량 제작 업체로 코레일이 입찰에서 요구하는 '동력분산식' 고속차량 제작·납품 실적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국내 입찰 시장의 자격 요건이 낮아지면서 아무 제한 없이 입찰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유럽 고속철도의 경우 시행사가 발주를 하면 입찰 초청서를 발송한 업체들만 입찰 참여가 가능한 구조다. 여기에 자체 규격 규정인 ‘TSI(Technical Specifications for Interoperability)’라는 요건을 내세워 비유럽 국가의 진입을 사실상 원천 차단하고 있다. TSI는 유럽 내 운영되는 철도의 호환성을 만족하기 위한 요건들을 규정한 제도다. 세부 부품 규격까지 포함돼 있어 비유럽권 업체가 규정을 따르기 까다롭다.
TALGO의 '국적'인 스페인 역시 자국에서 발주한 철도차량 사업에 해외 업체가 참여하려면 전문성이나 무역 관련 요구 사항 등 적합성 여부를 종합적으로 평가받아야 한다. 부품 업체들은 "철도 부품산업은 우리나라 철도 산업의 근간"이라며 "철도 주권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라도 부품제작사가 지속적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호소했다.
부품 업체들은 또 “고속차량뿐 아니라 기존 일반 전동차 시장에서도 기술력이나 품질이 아닌 최저가가 우선되는 ‘치킨 게임’이 벌어지고 있다”며 “완성차 제작사들은 중국산 저가 부품을 사용해 단가를 낮추기 시작했고 국내 부품제작사들은 일감이 없어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고 현행 제도의 폐해를 설명했다.
관세청의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한국이 중국으로부터 수입한 철도차량부품 연간 규모는 2015년 1948만3000달러(약 263억원)에서 지난해 7592만5000달러(약 1025억원)로 커졌다. 코로나19로 인한 공급난에도 불구하고 6년 만에 4배 가까이 불어난 것이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