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은혁의 공시 읽어주는 기자

블록딜 소식에 주가 이틀간 11.5% 급락
악재로 불리는 블록딜…주가에 부정적
[마켓PRO]두산에너빌리티, 대주주 블록딜에 '와르르'…주가 더 내릴까
👀주목할 만한 공시

"두산그룹 지주사인 두산이 계열사 두산에너빌리티(옛 두산중공업) 지분 4.47%를 시간 외 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한다고 공시했다. 두산은 두산에너빌리티 지분 34.97%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이번 블록딜이 마무리되면 지분율은 30.5%로 낮아지지만, 여전히 두산이 최대주주다. 주당 처분단가는 2만50원으로 지난달 30일 두산에너빌리티 종가(2만1700원)에서 7.6% 할인한 가격이다."

국내 대표 원전주 두산에너빌리티가 잘 나가다가 휘청이고 있다. 지주사인 두산의 블록딜이 소식이 주가에 악재로 작용하면서다. 두산에너빌리티 주주들 표정은 어둡다. 블록딜 물량이 시장에 갑자기 풀릴 우려가 나오기 때문이다.

블록딜은 주로 대주주가 지분을 매각할 때 사용되는 방식이다. 지분매각 전 매수자를 모집한 뒤 주로 외국인 혹은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매각을 추진한다. 블록딜의 경우 주식을 대량으로 넘기면서 현재가로 매각하면 인수 의향이 낮을 테니, 할인가를 적용해 넘기는 것이 일반적이다.

고점 찍었나…늘어나는 유통주식수에 불안

시장에서 블록딜은 악재로 불린다. 할인율이 주가에 적용되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번 두산의 두산에너빌리티 지분 블록딜은 지난달 30일 종가(2만1700원)에 할인율 7.6%를 적용한 2만50원이다.

블록딜 소식과 함께 두산에너빌리티 주가도 내리고 있다. 지난달 31일부터 전날까지 이틀간 총 11.5% 하락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윤석열 정부의 '탈원전 백지화' 공약에 힘입어 급등한 종목이다. 회사는 대형 원전뿐만 아니라 미래 주력 에너지원인 소형모듈원전(SMR) 주기기 시장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후 원전산업 발전을 위해 처음으로 현장 방문한 곳도 두산에너빌리티 원자력 공장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월 22일 오전 경남 창원시 두산에너빌리티를 방문해 한국형원전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월 22일 오전 경남 창원시 두산에너빌리티를 방문해 한국형원전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제는 두산에너빌리티의 주가가 더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블록딜로 유통주식수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

대주주의 보유지분이나 자사주 등은 경영권 유지를 위해 시장에 쉽게 나오지 않지만, 외국인이나 기관투자자들은 장기투자보다는 시세차익을 노리고 들어온 경우가 많다. 시장에 풀리는 주식이 많을수록 주식의 가치는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블록딜은 투자심리에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주요 임원 및 오너 일가가 자사주 매입에 나서는 것과 정확하게 반대로 보면 된다. 대주주가 가진 주식 중 일부를 매각하는 건 주주들의 입장에서 혹시 회사에 어떤 악재가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하게 돼 개인투자자들의 불안심리를 자극하게 된다. 게다가 주가가 고점을 찍었다는 인식까지 주게 된다.
[마켓PRO]두산에너빌리티, 대주주 블록딜에 '와르르'…주가 더 내릴까
두산에너빌리티 소액주주들은 분통을 터트린다. 예고되지 않은 블록딜로 시장의 혼란을 야기했기 때문. 사실 블록딜은 장외 거래가 원칙으로 장내 매물 부담과 관련한 잡음을 줄일 수 있어 대주주와 기업 모두 선호하는 방식이다.

결국 블록딜의 구체적인 정보는 알기 어려워 소액주주들에게만 악재로 여겨진다. 소액주주들은 기관과 기업 등이 알음알음 매매가격을 정하는 까닭에 블록딜 거래에서 소외된다고 주장한다. 사전 정보를 알지 못한 채 주가 급락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는 것.

눈 뜨고 당하는 블록딜…대책 없을까?

그렇다면 블록딜을 그저 눈 뜨고도 당할 수밖에 없을까, 올 들어 대주주가 보유한 주식을 대량 매도할 때 사전 신고를 의무화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블록딜을 사전 공시하거나 정보 공개를 확대하는 등 개선책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4월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상장법인의 주요주주가 보유주식을 발행주식 총수의 1% 이상 장내(블록딜 포함)에서 매도할 경우 사전 신고 의무를 부과하는 '자본시장법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주요 주주의 주식매도 여부가 투자자에게 있어 중요한 투자정보라는 취지다.

다만 블록딜 자체가 주가 하락의 근본 원인은 아니라는 의견도 나온다. 블록딜 사전 공시 뒤 실제 계약을 체결한다고 해도 그사이 블록딜 영향이 모두 반영될 수 있다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기 때문. 소액주주들이 현재보다는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 늘어나겠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류은혁 한경닷컴 기자 ehry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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