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의 꽃이 핀 월령리 선인장 군락지…동심으로 돌아간 카페 명월국민학교…웨딩촬영 성지 성이시돌 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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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같이 걷자, 한림 한 바퀴
다 같이 걷자, 한림 한 바퀴
![위부터 성이시돌목장, 월령리 선인장 군락지, 명월국민학교.](https://img.hankyung.com/photo/202209/AA.31090445.1.jpg)
▷월령포구 차크닉=제주시 한림읍 월령리
협재해변과 금능해변의 인기에 밀린 월령포구는 스쿠버다이빙과 스노클링을 할 수 있는 숨은 명소다. 레저 스포츠를 즐기지 않더라도 최근에는 석양을 볼 수 있는 차크닉(자동차+피크닉) 장소로 새롭게 뜨고 있다. 차 트렁크에 앉아 제주 바람 속에서 준비해 간 도시락과 무알코올 음료를 먹으며 바라보는 제주 바다. 마치 물감처럼 퍼지는 푸른색과 붉은색은 칵테일 같다. 운이 좋으면 구름 한 점 없이 타는 듯한 붉은색의 ‘오메가 선셋’도 만날 수 있다. 제주 서쪽은 바람이 많이 부는 편이라, 바람 때를 맞춰 찾아가야 한다. 만조 때는 물살이 꽤 거칠어 주의해야 한다. 제주에는 마을마다 쓰레기를 분리수거할 수 있는 클린하우스가 잘 마련돼 있다. 잠시 머물다 가는 자여, 타인의 감동을 망치지 말자.
▷월령리 선인장 군락지=제주시 한림읍 월령리 359의 4
제주에 선인장 군락지라니. 남미나 미국의 어느 사막에서 볼 것 같은 명소가 제주에도 있다. 작은 노란 꽃을 마치 머리핀처럼 달고 있는 선인장들이 지천으로 핀 월령리 선인장 군락지다. 푸른 하늘과 옥빛 바다를 배경으로 하얀 풍력발전기와 검은 현무암, 노란 선인장이 모여 이국적인 풍경을 만들어낸다. 이 선인장들은 열대 지방에서 해류를 타고 제주 한림에 도착해 뿌리를 내렸다고 한다. 그렇게 하나둘 모이더니 이제는 하나의 군락이 됐다. 손바닥처럼 보인다고 해서 손바닥선인장으로도 불린다. 선인장은 돌담 위에도 피어났다. 쥐와 뱀이 못 넘어오도록 하나둘 심었더니 어느새 마을 전체가 선인장 마을이 됐다.
▷명월국민학교=제주시 한림읍 명월로 48
아이들의 웃음이 끊긴 작은 학교, 폐교로 불리던 이곳이 작은 카페가 됐다. 명월국민학교는 문을 닫은 지 30년이 넘었다. 제주시의 무상 임대를 통해 2018년 9월 빈티지 감성이 물씬 나는 카페로 변신했다. 예전 작은 학교의 모습을 그대로 갖춘 카페 문 앞에는 ‘등교시간 오전 11시~하교시간 19시’가 적혀 있다. 넓은 교실의 책상은 언제나 만석이다. 커피뿐 아니라 어린 시절 먹던 불량식품도 함께 판매해 그 시절 동심으로 초대한다. 교실 밖 복도 창가에도 테이블이 마련돼 있다. 곳곳에 마련된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으면 귓가에 그 시절 풍금 소리가 들려올 것만 같다.
▷금능상회=제주시 한림읍 금능5길 21 2층
금능해수욕장에서 차로 2분 거리의 금능상회는 세련된 외관과 다르게 내부에 들어서면 저절로 감탄사가 터진다. 우드톤 인테리어 사이로 아늑하고 따스한 조명들이 반긴다. 식당에 붙은 긴 바 테이블은 일본에 여행이라도 온 것 같은 기분을 들게 한다. 창가 쪽 테이블은 금능 바다와 비양도까지 한눈에 바라보면서 식사를 즐길 수 있다. 매일 80인분만 팔기 때문에 서둘러 와야 한다. 대표 메뉴는 해물라면과 문어덮밥이다. 해물라면 그릇 위로 문어, 새우, 홍합, 꽃게가 한아름 얹어 나온다. 문어덮밥은 문어의 크기에 한 번 놀라고, 맛에 두 번 놀란다. 입안에 제주 바다가 밀려 들어온다.
▷성이시돌 목장=제주시 한림읍 산록남로 53
1954년 선교사 맥그린치 신부가 황무지를 개간해 만든 목장 성이시돌. 제주의 가난을 타개하기 위해 만들어진 이곳은 이제 무료로 관광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아름다운 경관 사이로 독특한 건축물 테쉬폰도 볼 수 있다. 테쉬폰은 이라크 바그다드 지역의 독특한 건축 양식이다. 마치 드럼통을 반으로 잘라 만든 것처럼 생겼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성이시돌 목장에서만 볼 수 있다. 이국적 풍경이 이곳을 스냅사진과 웨딩촬영 성지로 만들었다. 내려오는 길에는 목장에서 운영하는 카페 ‘우유부단’을 들러야 한다. 우유로 만든 수제 아이스크림과 밀크티가 유명하다. 정직한 그 맛은 전혀 우유부단하지 않다.
방준식 기자 silv000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