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에 딱 보름만…비밀 동굴 3곳의 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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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제주에는 해마다 1000만 명 넘는 사람이 찾아온다. 관광객의 손이 닿지 않은 곳을 찾기가 힘들다. 하지만 동굴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그중에서도 세계자연유산이라는 이름으로 문을 잠그고 사람들의 발길을 막아 놓은 곳이 있다.
제주의 ‘동굴 3대장’으로 불리는 만장굴, 김녕굴 그리고 벵뒤굴이다. 이들 세 개의 동굴은 1년에 딱 보름 동안 ‘세계유산축전’ 기간(10월)에 한정된 인원에게만 출입을 허가한다. 10월에 열리는 ‘세계유산축전’ 기간이다. 가을 초입에 들어선 8월 말, 제주가 고이 간직한 미지의 동굴 속으로 미리 탐험을 떠나봤다.
만장굴이 비밀 동굴이라는 이야기에 머리 위로 물음표를 띄우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제주 공식 관광명소’라 불릴 만큼 매년 수많은 관광객이 찾는 곳이어서다. 하지만 우리가 아는 만장굴은 단 1㎞에 불과하다. 1만 년에 걸쳐 만들어진 만장굴의 총길이는 7㎞. 다시 말해 6㎞를 베일 속에 감춰둔 셈이다.
동굴에 들어가려는 모든 사람은 헬멧을 쓰고 랜턴을 들어야 한다. 두꺼운 철문에는 ‘출입금지’라고 적혀 있었다. 얼마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칠흑 같은 어둠이 몸을 감싼다. 인솔자는 “랜턴을 모두 꺼보라”고 했다. 불빛이 사라지자 숨막히는 어둠이 찾아왔다. 천장에서 물이 떨어지는 소리와 동행한 사람들의 숨소리만 들려왔다. 단 한 줄기의 빛도 허락되지 않는 어둠에 눈은 어쩔 줄 몰라했다. 문자 그대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으니 두려움이 덜컥 찾아왔다. “아…. 자연 앞에서 인간은 이렇듯 한없이 작은 존재였구나.”
김녕굴과 만장굴은 석회석 동굴이다. 여기 사람들은 ‘살아 있는 동굴’이라고 부른다. 벽은 숨을 쉬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사람의 손길이 닿으면 그 순간 곧바로 손자국이 남을 정도다. 안내자는 끊임없이 당부했다. “아무리 무서워도 벽면을 손으로 잡지 말아주세요.” 세계 대부분 석회동굴은 회색·흰색의 표면을 띠지만 제주의 동굴은 다르다. 황금색을 띤다.
김녕굴과 만장굴을 비교했을 때 벵뒤굴은 그야말로 ‘극한의 난도’를 자랑한다. 두 발로 걸어서 탐험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낮은 천장 탓에 처음부터 끝까지 한 시간을 오리걸음으로 걷거나, 네발로 기어가야만 한다. 미로 동굴이라 불리는 벵뒤굴. 한번 들어오고 나서는 들어온 길이 어딘지 찾기가 어려울 정도로 길이 섞인다. 제주도민들은 4·3사건 때 생존을 위한 피난처로 삼았다. 이 동굴에서 몇 번이고 길을 잃었던 개척자들은 다음 탐험가들을 위해 헨젤과 그레텔처럼 줄을 엮어 오는 길을 알려주는 ‘안내도’를 만들었다. 옆 사람이 손을 잡아주고, 등을 밀어주고, 기어가는 것을 도와준 지 꼬박 한 시간 만에 출구가 모습을 드러낸다. 제주에 대해 다 안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을 비웃고 있는 비밀 동굴. 제주의 숨겨진 얼굴과 그 속에서 인간이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를 느끼며 세상 밖으로 나왔다.
제주=최지희 기자 mymasaki@hankyung.com
제주의 ‘동굴 3대장’으로 불리는 만장굴, 김녕굴 그리고 벵뒤굴이다. 이들 세 개의 동굴은 1년에 딱 보름 동안 ‘세계유산축전’ 기간(10월)에 한정된 인원에게만 출입을 허가한다. 10월에 열리는 ‘세계유산축전’ 기간이다. 가을 초입에 들어선 8월 말, 제주가 고이 간직한 미지의 동굴 속으로 미리 탐험을 떠나봤다.
만장굴이 비밀 동굴이라는 이야기에 머리 위로 물음표를 띄우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제주 공식 관광명소’라 불릴 만큼 매년 수많은 관광객이 찾는 곳이어서다. 하지만 우리가 아는 만장굴은 단 1㎞에 불과하다. 1만 년에 걸쳐 만들어진 만장굴의 총길이는 7㎞. 다시 말해 6㎞를 베일 속에 감춰둔 셈이다.
동굴에 들어가려는 모든 사람은 헬멧을 쓰고 랜턴을 들어야 한다. 두꺼운 철문에는 ‘출입금지’라고 적혀 있었다. 얼마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칠흑 같은 어둠이 몸을 감싼다. 인솔자는 “랜턴을 모두 꺼보라”고 했다. 불빛이 사라지자 숨막히는 어둠이 찾아왔다. 천장에서 물이 떨어지는 소리와 동행한 사람들의 숨소리만 들려왔다. 단 한 줄기의 빛도 허락되지 않는 어둠에 눈은 어쩔 줄 몰라했다. 문자 그대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으니 두려움이 덜컥 찾아왔다. “아…. 자연 앞에서 인간은 이렇듯 한없이 작은 존재였구나.”
김녕굴과 만장굴은 석회석 동굴이다. 여기 사람들은 ‘살아 있는 동굴’이라고 부른다. 벽은 숨을 쉬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사람의 손길이 닿으면 그 순간 곧바로 손자국이 남을 정도다. 안내자는 끊임없이 당부했다. “아무리 무서워도 벽면을 손으로 잡지 말아주세요.” 세계 대부분 석회동굴은 회색·흰색의 표면을 띠지만 제주의 동굴은 다르다. 황금색을 띤다.
김녕굴과 만장굴을 비교했을 때 벵뒤굴은 그야말로 ‘극한의 난도’를 자랑한다. 두 발로 걸어서 탐험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낮은 천장 탓에 처음부터 끝까지 한 시간을 오리걸음으로 걷거나, 네발로 기어가야만 한다. 미로 동굴이라 불리는 벵뒤굴. 한번 들어오고 나서는 들어온 길이 어딘지 찾기가 어려울 정도로 길이 섞인다. 제주도민들은 4·3사건 때 생존을 위한 피난처로 삼았다. 이 동굴에서 몇 번이고 길을 잃었던 개척자들은 다음 탐험가들을 위해 헨젤과 그레텔처럼 줄을 엮어 오는 길을 알려주는 ‘안내도’를 만들었다. 옆 사람이 손을 잡아주고, 등을 밀어주고, 기어가는 것을 도와준 지 꼬박 한 시간 만에 출구가 모습을 드러낸다. 제주에 대해 다 안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을 비웃고 있는 비밀 동굴. 제주의 숨겨진 얼굴과 그 속에서 인간이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를 느끼며 세상 밖으로 나왔다.
제주=최지희 기자 myma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