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상승에도 매수세를 보이던 외국인이 결국 ‘팔자’로 돌아서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크게 요동치고 있는 데다 경기 침체 우려마저 부각되면서다.

외국인, 천장 뚫린 환율에 '변심'…코스피 선물 7000억 내던졌다
1일 코스피지수는 2.28% 내린 2415.61에 마감했다. 개인이 1조1605억원을 순매수했지만 기관과 외국인이 각각 8321억원, 3587억원어치의 매물을 쏟아내면서 지수를 끌어내렸다. 코스피지수는 지난달 29일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의 매파 성향 발언으로 2.18% 하락했다. 이후 이틀 동안 개인투자자의 반발 매수세에 힘입어 반등세가 펼쳐졌지만 이틀 만에 하락세로 전환했다.

외국인은 주식 현·선물을 모두 매도하면서 증시 낙폭을 키웠다. 외국인은 이날 코스피200 선물을 7085억원 순매도했다. 지난 6월 7일 1조2698억원을 순매도한 이후 가장 큰 규모다. 장중 한때 순매도액 규모는 1조원을 넘기기도 했다.

환율 급등과 함께 하반기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외국인이 선물을 대규모로 매도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17원30전 오른 1354원90전에 마감했다. 13년4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정인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이 선물에서 자금을 빼는 것은 국내 증시가 하락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많아졌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환율 상승세에도 외국인이 매수세를 보인 것은 내년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염두에 둔 베팅도 있었다”며 “파월 의장이 긴축 의지를 명확히 하면서 기대가 사라지자 매도 우위로 전환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날 기관 매도 규모가 커진 것도 외국인 선물 매도와 연관돼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외국인 매도로 선물 베이시스가 장중 백워데이션 상태(선물 가격이 현물 가격보다 낮은 상태)가 되자 증권사 등이 선물을 사고 현물을 팔았다는 설명이다. 이날 증권사 등은 유가증권시장에서 5780억원을 순매도하고 코스피200 선물을 9943억원 사들였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