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수지가 아니라) 정확히 상품수지를 봐야 한다.”(한덕수 국무총리)

“무역수지 적자와 경상수지는 다르게 나온다.”(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무역수지 적자가 5개월 연속 이어지고 사상 최고치까지 갈아치우면서 정부와 한국은행은 “상품수지와 경상수지는 흑자”라는 ‘방어 논리’를 펼치고 있다. 한은은 1일 블로그를 통해 “한국이 해외로부터 벌어들인 이익을 포괄적으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무역수지뿐만 아니라 경상수지를 함께 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은은 “기업들의 해외 생산 확대로 가공·중계무역 등이 꾸준히 증가하고 해외 투자로부터 벌어들이는 이자·배당 관련 수지도 흑자 규모가 확대되면서 무역수지는 적자지만 경상수지는 흑자가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경상수지 내 상품수지는 올해 상반기 200억143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2012년 4월(-3억3000만달러) 이후 연속 흑자다. 이에 힘입어 경상수지도 올해 상반기 248억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무역수지와 상품수지 모두 수출과 수입의 차액을 의미한다. 무역수지는 통관 신고 금액으로 계산하기 때문에 수입액의 경우 수출업자가 운임과 보험료를 부담하는 조건으로 평가된다. 반면 상품수지 수입액을 계산할 때는 통관기준 수입액에서 운임과 보험료는 빠진다. 같은 상품을 수입한다고 했을 때 무역수지의 수입이 상품수지보다 더 크게 잡히는 이유다.

수출입 계상 시점에도 차이가 있다. 상품수지는 ‘소유권 이전’을, 무역수지는 ‘통관 시기’를 기준으로 삼는다. 예컨대 무역수지는 선박의 건조가 끝나고 통관 수출 신고가 이뤄져야 총선박금액을 수출로 잡는다. 상품수지는 선박 건조가 진행되는 도중 대금을 받으면 그만큼의 소유권이 이전됐다고 보고 수출에 반영한다.

무역수지는 가공·중계무역 등 한국의 관세선을 통과하지 않는 수출인 ‘무통관 수출’은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가 베트남 공장에서 제조한 제품을 유럽에 수출한다면 상품수지에는 수출로 잡히지만, 무역수지에는 잡히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상품수지가 흑자라고 해서 무역수지 적자를 안심할 수는 없다고 지적한다. 무역수지는 한국의 제조업 경쟁력을 가늠하는 주요 지표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상품수지 흑자 폭 역시 줄어드는 추세다. 올해 상반기 상품수지 흑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8억2000만달러 감소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무역수지 적자는 대외 여건과 수출 상황이 좋지 않다는 걸 의미한다”며 “경기 둔화에 대한 위기 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