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연간 무역수지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4년 만에 적자 전환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올 들어 8월까지 무역적자가 247억2000만달러에 달하면서다. 특히 지난달 무역적자는 관련 통계 작성 후 사상 최대인 94억7000만달러에 달했다. 게다가 수출을 떠받쳐온 반도체 수출마저 26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서고 최대 교역국인 중국으로의 수출 역시 3개월 연속 감소하면서 향후 무역수지도 낙관하기 힘든 상황이 됐다. 국책 연구소인 산업연구원은 지난 5월 올해 연간 무역적자가 158억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지금 추세라면 이런 전망이 빗나갈 가능성이 크다.

에너지 수입 두 배 증가

'수출 버팀목' 반도체 26개월 만에 마이너스…對中무역 넉달째 적자
지난달 최대 무역적자의 가장 큰 원인은 에너지 수입 증가다. 3대 에너지(석유·석탄·가스) 수입액은 185억2000만달러로 지난해 8월(96억6000만달러) 대비 89억달러(91.8%) 늘었다. 1년 만에 수입액이 거의 두 배로 늘어난 것이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당분간 바뀌기 어렵다는 점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올겨울 ‘가스 대란’ 우려로 국제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이 고공행진을 거듭하는 데다 국제 유가도 배럴당 90달러 안팎의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반도체 수출이 꺾인 점도 악재다. 지난달 반도체 수출은 107억8000만달러로 1년 전보다 7.8% 감소했다. 반도체 수출은 16개월 연속 100억달러를 넘었지만 소비자 구매력 감소와 과잉 재고 등에 따른 수요 약세로 26개월 만에 감소했다. 시장에선 신규 중앙처리장치(CPU) 출시 지연과 그간 축적된 재고 등으로 당분간 가격 하락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 반도체 D램 고정가격은 올해 1분기 3.41달러에서 2분기 3.37달러로 내렸고 3분기에는 2.88달러, 4분기에는 2.50달러까지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는 한국 전체 수출의 약 20%를 차지한다. 반도체 수출 악화가 전체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또 15대 수출 품목 중 반도체를 포함해 석유화학, 디스플레이, 무선통신, 선박 등 9개 품목의 수출이 지난달 감소세를 보였다.

대중 무역도 비상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의 무역수지도 비상등이 켜졌다. 지난달 대(對)중 무역수지는 3억8000만달러 적자였다. 1992년 한·중 수교 30년 만에 처음으로 4개월 연속 적자다. 지난달 대중 수출도 5.4% 줄었다. 중국 경기 둔화로 반도체(-3.4%), 석유화학(-10.9%), 무선통신기기(-14.1%) 등 주요 품목의 대중 수출이 1년 전보다 감소했다. 반면 중국으로부터의 반도체 수입이 16.3% 늘었고 일반기계(20.6%), 섬유(19.1%) 수입도 증가했다.

다만 무역적자는 에너지 수입이 많은 일본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 등 주요국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산업부는 밝혔다. 올 상반기 기준 무역 상위 10개국 중 중국 독일 네덜란드 3개국만 무역흑자를 기록했다. 그나마 독일과 네덜란드는 흑자 규모가 작년 같은 기간보다 줄었다.

한국과 산업구조가 비슷한 일본의 경우 작년 8월부터 올해 7월까지 12개월 연속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올해 누적적자만 9조4000억엔에 달한다. 독일은 에너지 가격 급등 여파로 올 상반기 기준 무역흑자가 1년 전보다 64.5% 줄어든 343억유로에 그쳤다.

김소현/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