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소렌토 테라퓨틱스는 자회사 사일렉스 홀딩 컴퍼니의 비마약성(非오피오이드) 진통 패치제 ‘SP-103’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급성 요통(LBP) 치료제로 신속심사(패스트트랙) 대상에 지정됐다고 1일(현지시간) 밝혔다.

패스트트랙에 지정되면 FDA의 신약 승인 절차에서 우선 검토 대상이 된다. 심사 기간도 단축된다.

사일렉스는 소렌토가 약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소렌토의 자회사다. 소렌토는 유한양행과 합작 회사를 설립한 곳으로 국내에도 잘 알려져있다. 유한양행은 2016년 4월 1000만달러를 투자해 소렌토의 지분을 취득한 데 이어, 같은 해 9월 면역항암제 개발을 위해 소렌토와 각각 51%, 49% 지분 투자로 이뮨온시아를 설립했다. 올 6월 기준 유한양행은 이뮨온시아 지분 약 52%, 소렌토의 지분은 약 0.6%를 보유하고 있다.

사일렉스는 SP-103을 급성 요통 환자를 위한 비마약성 및 비수성(non-aqueous) 국소 리도카인(마취제) 치료제로 개발하고 있다. 현재 미국 내 10개 지역에서 급성 요통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2상을 진행하고 있다. 무작위, 이중 맹검, 위약 대조 방식으로 내년 1분기에 시험을 마친다는 계획이다.

요통은 쉽게 말해 ‘허리 통증’이다. 노화로 척추 사이의 추간판이 손상되거나, 척추가 변형되는 경우 또는 갑작스러운 외상에 의해서도 발생한다. 통증이 미미한 경우도 있으나 강도가 심해지며 날카로운 허리 통증이 지속되면 환자가 무력감에 빠질 수도 있다.

2020년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발표 자료에 따르면 요통은 미국 환자들이 겪는 통증 중 가장 흔한 질환이다. 조사 기간 3개월간 미국 성인의 25%가 요통을 호소했다. 또 글로벌 의료정보 웹사이트 메드스케이프는 2018년 발간한 자료에서 미국의 전체 근로자 산재보상 청구 대상 질환의 19%를 요통이 차지했다고 전했다. 영국 시장조사기업 ‘브랜드에센스 마켓 리서치 앤 컨설팅’은 2026년 세계 급성 요통 시장이 약 100억달러(약 13조6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현재 급성 요통 치료제로 승인된 약은 없다.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제나 항우울제, 아편유사제 등이 임시방편으로 처방되고 있다. 승인되지 않은 리도카인 제품이 사용되기도 한다는 게 사일렉스의 설명이다.

SP-103은 사일렉스가 앞서 FDA로부터 대상포진 후 신경통 치료제로 승인받은 비마약성 진통 패치제인 ‘지티리도’의 기술을 기반으로 한 제품이다.

사일렉스는 당시 지티리도가 패치제의 강점인 지속력에서 경쟁력을 확보했다고 강조했다. 지티리도의 지속 시간이 약 12시간으로 다른 비마약성 진통 패치제 대비 길다는 점에서다. 효능에서도 지티리도가 임상 대조군으로 쓰인 경쟁 제품 ‘리도덤’ 대비 적은 리도카인 양으로 같은 효과를 보임을 확인했다.

SP-103은 지티리도와 동일한 접착제 제형 등으로 유사한 지속시간을 확보했다. 여기에 지티리도보다 전달 약물의 양은 늘었다. 동일한 조건에서의 약물 투여량이 지티리도 대비 3배(108mg 대 36mg) 많다는 설명이다. 또 현재 개발 단계에 있는 다른 국소 리도카인 제품보다 리도카인 전달량이 3배 더 많다는 점에서 SP-103이 효능과 패치제의 편리함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사일렉스는 기대하고 있다.

사일렉스는 SP-103을 급성 요통 외에도 국소 근골격 통증, 수술 후 통증 등 치료제로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자이심 샤 사일레스 최고경영자(CEO)는 “현재 급성 요통 치료법은 매우 제한적인 데 반해 심각한 상태의 유병률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며 “이번 패스트트랙 지정은 지티리도 플랫폼의 잠재력 및 SP-103과 같은 새로운 치료법의 필요성을 강조한다”고 말했다.

이도희 기자 tuxi0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