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코퍼' 구리 5달 연속 하락세…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 [원자재 포커스]
구리 가격이 5달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전 세계적인 경기둔화 우려 속에 실물경기 주요 지표인 구리 가격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5달 연속 하락했다.

3개월물 구리 가격은 1일(현지시간)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전날보다 0.8% 가량 내린 t당 7801.5달러를 나타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구리 가격이 지난 3월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5달 연속 하락하면서 고점 대비 3분의 1 정도 가격이 빠졌다"고 보도했다. 구리는 가격 흐름이 실물경기 방향을 앞서서 잘 보여준다는 뜻에서 금융시장에서 '닥터 코퍼'(Dr. Copper·구리 박사)로도 불린다.

유럽의 에너지 위기와 미국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 중국의 엄격한 '제로 코로나' 정책 등이 세계 경기둔화 우려로 이어지면서 구리 가격은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날은 또 중국 각지에서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봉쇄조치가 강화되면서 수요 위축 우려가 한층 더 짙어졌다.

로레타 메스터 미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내달 초까지 기준금리를 4% 이상으로 올려야 한다는 주장을 반복하면서 강달러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도 투자자들의 위험 회피 심리를 자극했다. 이 같은 경기 전망 우려는 알루미늄의 가격 하락세도 부추기고 있다. 런던금속거래소에서 알루미늄 가격은 전날보다 1.3% 하락한 t당 2,359.0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블룸버그통신은 "알루미늄은 글로벌 성장에 대한 우려로 인해 한 달 만에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다"고 분석했다.
'닥터 코퍼' 구리 5달 연속 하락세…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 [원자재 포커스]
다만 이날 구리의 가격 하락폭은 공급량 감축 우려에 따라 다소 억제된 모양새다. 전 세계 구리 생산량의 약 25%를 차지하는 칠레가 구리 수요 위축 우려로 인해 지난 7월 구리 생산량이 전년 동기보다 8.6% 감소했다고 발표하면서다.

한편 이날 블룸버그통신의 에너지 조사 자회사 블룸버그 NEF는 첫 번째 구리 수요 전망을 발표했다. 세계 각국이 화석연료에서 벗어나는 데 필요한 기술적 변화 등에 의한 구리 수요를 고려하면 올해를 기준으로 2040년까지 구리 수요가 50% 이상 증가할 것이란 관측이다. 청정 에너지 수송 및 인프라 건설 등 에너지 전환에 관한 구리 수요의 연간 증가율은 4% 가량으로 예상했다.

블룸버그NEF는 "구리는 지금도 미래에도 경제의 필수적인 요소"라며 "전자를 발생시키는 터빈과 태양광 모듈, 전기 배송 전선뿐만 아니라 엘리베이터에서부터 전기자전거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움직이는 모터에 구리는 반드시 필요한 광물"이라고 강조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