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당 엔화 가치가 140엔대까지 떨어졌다. 1998년 8월 이후 24년 만에 처음이다. 미국과 일본의 상반된 금리정책 차이가 엔화 가치를 추락시키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1일(현지시간) 투자정보매체인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달러당 엔화 환율은 뉴욕외환시장에서 한때 140.26엔까지 치솟았다. 이날 오후 8시45분 기준(한국시간 2일 오전 9시45분) 엔화 환율은 전일 대비 0.17% 하락한 139.95엔을 기록했다.

올 들어 엔화 가치는 18% 떨어졌다. 달러와 비교하면 25엔가량 하락했다. 1979년(19%) 이후 43년 만에 하락폭이 가장 컸다. 일본의 환율제도가 1973년 변동환율제로 이행한 이후 두 번째로 가치가 많이 떨어졌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했다.

미국과 일본의 기준금리 차가 벌어진 가운데 미국 국채의 금리 상승이 엔화 가치 하락을 가속화했다. 이날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한때 3.5446%까지 올랐다. 2007년 이후 최고치다. 미국 중앙은행(Fed)은 올 초 0.25~0.50% 수준이었던 기준금리를 2.25~2.50%까지 끌어올린 상태다. 반면 일본은행은 기준금리 -0.1%를 고수하고 있다.
기록적인 엔저(低)로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다. 일본 입장에서 가장 큰 타격은 엔화 가치 하락이 무역수지를 악화시킨다는 점이다. 다이와증권에 따르면 2002년 달러 당 엔화 가치가 1엔 떨어지면 주요 상장기업의 경상이익이 0.7% 늘었다. 반면 올해는 1엔 약세 때마다 상장사 경상이익이 0.4% 줄어든다.

아베 겐지 다이와증권 수석 전략가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엔화 강세를 피해 기업들이 제품을 일본에서 생산해 해외로 수출하는 대신 생산거점을 해외로 옮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달러당 80엔에서 140엔까지 급격한 엔저가 진행된 1995~1998년엔 엔화가 1엔 떨어졌을 때 일본의 무역흑자가 연간 970억엔 늘었다. 당시 일본의 주력 상품인 TV와 자동차의 수출이 늘었기 때문이다. 반면 2011~2015년 엔저 국면에서는 엔화 가치가 1엔 떨어질 때마다 160억엔의 연간 무역적자가 발생했다. 2016년 이후부터는 엔화 가치가 1엔 떨어지면 무역적자가 7000억엔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바바 나오히코 골드만삭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일본 기업이 자국내에 대규모 설비투자가 필요없는 지식집약적 사업을 남겼기 때문에 엔저가 일어나도 수출이나 설비투자 증가로 이어지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이주현 기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