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천하의 잡스도 잘렸다…테크전쟁터 사령관 'PM'으로 살아남는 법
“뮤지션은 악기를 연주하고, 나는 오케스트라를 지휘하지.” 영화 ‘스티브 잡스’에서 애플 창업자이자 프로덕트 매니저(PM) 스티브 잡스(사진)는 ‘엔지니어도, 디자이너도 아닌 네가 하는 일은 대체 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PM은 테크기업의 지휘자다. 영원한 영웅도, 굳건한 왕좌도 없는 테크 전쟁터에서 제품 기획부터 사내 의사소통, 출시까지 사내 모든 단계를 조율한다. 오죽하면 ‘작은 최고경영자(CEO)’라고 부를까. 뛰어난 PM이 일하는 방식이 곧 테크기업을 성공시키는 비결이다.

[책마을] 천하의 잡스도 잘렸다…테크전쟁터 사령관 'PM'으로 살아남는 법
<7가지 코드>는 구글 메타(옛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의 PM 세 사람이 14개국 테크기업 52곳의 PM 67명을 직접 인터뷰한 뒤 그들의 ‘일 잘하는 법’을 분석한 책이다. 닐 메타, 아디티야 아가쉐, 파스 디트로자 세 저자는 앞서 이라는 책으로 아마존 컴퓨터 분야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번 책은 IT 비즈니스 전략 심화편인 셈이다. <7가지 코드> 역시 원서가 아마존 e비즈니스 분야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다.

저자들은 틱톡 코인베이스 그랩 등 유망 테크기업의 PM들에게 딱 두 가지 질문을 던졌다. “함께 일할 사람을 뽑을 때 합격과 불합격을 결정하는 ‘지식’은 무엇인가?” “이들이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는 데 꼭 필요한 ‘기술’은 무엇인가?” 각기 다른 문화권,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들의 답변에서 예상 밖의 공통점이 발견됐다.

닐 메타
닐 메타
뛰어난 PM들이 공통적으로 언급한 키워드는 총 7가지. 제품 설계, 경제학, 심리학, 사용자경험, 데이터과학, 법률과 정책, 마케팅과 성장이다. 책은 이 ‘세이크리드 세븐(sacred seven)’, 즉 신성한 7가지 키워드를 통해 PM과 테크기업의 성공 비결을 파헤친다.

7가지 키워드는 제품 개발 단계와 맞물린다. 목차 구성도 이 순서대로다. 책을 읽다 보면 자연스레 기획부터 마케팅까지 테크기업이 일하는 방법을 익히게 된다. 다만 저자들은 서문에서 “우리가 정해놓은 순서대로 이 책을 읽을 필요는 없다”며 “각 주제가 담고 있는 내용이 상당하기 때문에 주제별로 부와 장을 구분했지만, 이미 알고 있는 부분은 건너뛰거나 훑어보기만 해도 된다”고 조언했다.

아디티야 아가쉐
아디티야 아가쉐
풍부한 사례 덕에 읽는 맛이 있다. 책은 역사상 가장 성공한 PM으로 통하는 스티브 잡스의 실패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잡스는 1978년 두 가지 선택지 앞에 있었다. 직전 해에 출시한 ‘최초이자 최고의 개인용 컴퓨터(PC)’ 애플2를 좀 더 발전시킬 것인지, 완전히 다른 애플3를 새로 개발할 것인지.

그는 후자를 택했고 전자를 ‘멍청이’라고 힐난했다. 그러나 냉각 팬을 빼고 컴퓨터를 만들자는 그의 고집은 처절한 실패로 돌아왔다. 시간과 돈을 낭비한 애플은 1985년 여름 잡스를 해고했다. “늘 좋은 제품을 설계할 수 있는 만능 접근법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고 책은 잘라 말한다.

PM은 ‘제작과 확장’ 두 가치를 조화시켜야 한다고 조언한다. 참고 자료도 방대한데 일일이 책에 나열하지 않았다. 대신에 QR 코드를 실었다. 스마트폰을 갖다 대면 참고 자료를 한눈에 볼 수 있는 홈페이지로 연결된다.

파스 디트로자
파스 디트로자
이 책을 가장 요긴하게 써먹을 독자는 뛰어난 PM이 되기를 바라는 현직 PM일 테지만, PM을 꿈꾸는 구직자에게도 훌륭한 길잡이가 될 수 있다. 책은 아예 서두에서 “새 직장을 구하기 위해 면접을 보게 된다면 이 책을 통해 배운 것들이 어떤 질문에든 명확하게 답변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프로덕트 얼라이언스’ 홈페이지에서 무료로 면접 대비 자료를 얻을 수 있다는 ‘꿀팁’도 전한다. 이 홈페이지는 세 저자가 우버, 메타, 아마존 등의 PM과 협력해 만들었다.

저자와 연락할 수 있는 링크, 이메일 주소 등도 실었다. 책은 세 저자와 전 세계 PM과 교류할 수 있는 진입로 역할을 한다. “우리는 세계 PM들과의 교류, 독자들과의 만남을 좋아하고, 여러분의 연락을 환영한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