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평가지표 만족 못한 에스씨엠..."후속 임상은 예정대로 진행"[한재영의 바이오 핫앤드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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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제약·바이오 종목 가운데 1주일 동안 가장 ‘핫(hot)’하고 ‘콜드(cold)’했던 종목을 쏙 뽑아 들여다봅니다. <한재영의 바이오 핫앤드콜드>는 매주 토요일 연재됩니다.
8월 29일~9월 2일 제약·바이오 종목 가운데 투자자들의 관심을 가장 많이 받은 종목은 에스씨엠생명과학입니다. 에스씨엠생명과학은 줄기세포 치료제를 개발하는 코스닥 상장사입니다. 이 회사 주가는 이번 주 크게 출렁였습니다.
한 주의 거래 첫날이었던 29일 주가가 6.81% 빠졌다가 이튿날인 30일에는 19.18% 급등했습니다. 31일 다시 4.21% 하락하더니 1일에는 23.28% 급락했습니다. 롤러코스터를 탄 것이죠.
29일 주당 1만1750원에 거래를 시작한 에스씨엠생명과학 주가는 2일 9230원까지 추락했습니다. 역사상 최저점인 주당 9020원에 다가섰습니다.
이 회사 주가를 끌어내린 건 지난 31일 나온 공시입니다. 에스씨엠생명과학은 이날 오후 5시53분 중등증 이상 급성 췌장염 환자를 대상으로 한 'SCM-AGH' 임상 1·2ㅁ상 결과를 발표했는데, 1차 평가지표의 통계적 유의성을 만족하지 못했습니다.
1차 평가지표는 회사가 임상 시험을 통해 달성하겠다고 사전에 정해 놓은 가장 중요한 치료 효능입니다. 임상 개발의 핵심 목표이자, 회사가 반드시 달성해야 하는 기준이죠.
임상 시험약이 통계적으로 의미가 있을 만큼의 효능을 보이지 못한 것으로 나오면 1차 지표를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이해하면 됩니다. 이는 시장에서 사실상 임상 실패로 받아들여집니다.
우선 에스씨엠생명과학이 SCM-AGH의 적응증(치료 분야)으로 설정한 급성 췌장염이 뭔지 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서울아산병원에 따르면 급성 췌장염은 췌장에서 나타나는 급성 염증성 질환입니다.
담석과 음주, 약물, 종양 등의 원인에 의해 췌장이 '자가 소화'되는 질환입니다. 췌장은 원래 소화 효소가 있는 췌장액을 십이지장으로 분비해야 합니다. 근데 어떤 원인에 의해 췌장액이 십이지장으로 흘러들어가지 못하면 소화 효소가 있는 췌장액이 췌장에 쌓이게 되죠.
쌓인 취장액은 췌장 세포를 소화시키기 시작하면서 염증을 일으킵니다.
에스씨엠생명과학의 급성 췌장염 치료제 SCM-AGH는 면역세포가 염증에 대응할 수 있는 사이토카인(인터류킨-10)을 분비하도록 유도하는 원리의 줄기세포 치료제입니다.
중간엽 줄기세포가 췌장염 근처에 도달하면, 줄기세포 표면에 ICOSL이라는 단백질이 별현되고, 이는 면역세포에서 발현된 ICOS와 결합하게 됩니다. 이때 분비되는 게 항염증 작용을 일으키는 사이토카인 IL-10입니다.
에스씨엠생명과학은 SCM-AGH을 통해 전산화 단층촬영 중증도지수(CTSI) 지표가 개선되는 걸 보여주겠다며 이를 1차 평가지표로 설정했습니다.
CTSI는 단층 촬영(CT)으로 췌장의 괴사 유무, 범위, 염증 범위 등을 수치화한 지표입니다. 주로 중증도를 평가할 때 활용된다고 합니다.
에스씨엠생명과학은 약물 투여 28일차에 가짜약 대비 진짜약을 투여받은 환자군의 CTSI가 의미 있을 정도로 낮아질 것을 기대했을 겁니다.
하지만 회사와 투자자 기대와 달리 통계적으로 유의미할 만큼의 CTSI 지표 하락을 보여주진 못했습니다. 진짜약은 17명, 가짜약은 14명이 투여받았는데, 드라마틱한(통계적 유의성이 있을 만한) 효능 차이를 보이지 못했다는 의미입니다.
또 다른 1차 평가지표는 약물 투여 후 7일차 MMS(Modified Marshall Score) 변화량인데요, MMS는 호흡기계, 신장계, 심혈관계가 정상 작동하는지 평가할 수 있는 지표입니다.
하지만 에스씨엠생명과학은 여기서도 가짜약(2명) 대비 진짜약(3명) 투여군이 통계적으로 의미가 있을 만큼의 MMS 변화를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환자 수가 워낙 적었던 탓도 있어보입니다.
다만, 진짜약을 투여받은 그룹 내에서는 투약 전과 후로 CTSI 감소 효과가 확인됐습니다. 이 부분은 통계적 유의성이 확보됐습니다.
(최초 공시에는 이 부분이 담겨있었지만, 한국거래소의 정정공시 요구로 이 내용을 삭제한 공시가 다시 나왔다. 에스씨엠생명과학은 거래소 검토 하에 해당 내용이 공시됐는데, 최초 공시 20여분 만에 연락이 와 정정공시를 하라고 요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2차 평가지표인 'CRP(C-Reactive Protein)' 수치라는 건 가짜약보다 진짜약 투여군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감소한 걸 확인했다고 합니다. SCM-AGH가 아예 효능 없는 약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고 볼 수 있습니다.
2차 평가지표는 충족했지만, 임상의 성패를 가늠할 수 있는 1차 평가지표는 만족하지 못하면서 실망감에 주가가 급락한 것으로 보입니다.
회사는 통계적 유의성 확보는 실패했지만, 주가 하락은 과도하다는 입장입니다. 1차 평가지표 만족은 못했지만, 임상 결과를 찬찬히 뜯어보면 의미가 있는 부분이 많다는 겁니다.
회사의 한 관계자는 "2차 지표이긴 하지만 CRP 개선 효과가 보인 걸 굉장히 좋게 평가하는 의사들이 많다"고 했습니다. 의사들이 에스씨엠생명과학이 급성 췌장염 치료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평가하기도 한답니다.
회사 관계자는 "급성 췌장염 치료제는 아직 없다"며 "그만큼 임상 설계가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고 했습니다.
에스씨엠생명과학은 1·2a상에서 1차 평가지표 만족을 못했지만 2b상은 완전 다른 방식의 임상 디자인을 할 거라고 했습니다. 내년 1분기 내에 임상 시험계획(IND) 제출이 목표입니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
8월 29일~9월 2일 제약·바이오 종목 가운데 투자자들의 관심을 가장 많이 받은 종목은 에스씨엠생명과학입니다. 에스씨엠생명과학은 줄기세포 치료제를 개발하는 코스닥 상장사입니다. 이 회사 주가는 이번 주 크게 출렁였습니다.
한 주의 거래 첫날이었던 29일 주가가 6.81% 빠졌다가 이튿날인 30일에는 19.18% 급등했습니다. 31일 다시 4.21% 하락하더니 1일에는 23.28% 급락했습니다. 롤러코스터를 탄 것이죠.
29일 주당 1만1750원에 거래를 시작한 에스씨엠생명과학 주가는 2일 9230원까지 추락했습니다. 역사상 최저점인 주당 9020원에 다가섰습니다.
이 회사 주가를 끌어내린 건 지난 31일 나온 공시입니다. 에스씨엠생명과학은 이날 오후 5시53분 중등증 이상 급성 췌장염 환자를 대상으로 한 'SCM-AGH' 임상 1·2ㅁ상 결과를 발표했는데, 1차 평가지표의 통계적 유의성을 만족하지 못했습니다.
1차 평가지표는 회사가 임상 시험을 통해 달성하겠다고 사전에 정해 놓은 가장 중요한 치료 효능입니다. 임상 개발의 핵심 목표이자, 회사가 반드시 달성해야 하는 기준이죠.
임상 시험약이 통계적으로 의미가 있을 만큼의 효능을 보이지 못한 것으로 나오면 1차 지표를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이해하면 됩니다. 이는 시장에서 사실상 임상 실패로 받아들여집니다.
우선 에스씨엠생명과학이 SCM-AGH의 적응증(치료 분야)으로 설정한 급성 췌장염이 뭔지 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서울아산병원에 따르면 급성 췌장염은 췌장에서 나타나는 급성 염증성 질환입니다.
담석과 음주, 약물, 종양 등의 원인에 의해 췌장이 '자가 소화'되는 질환입니다. 췌장은 원래 소화 효소가 있는 췌장액을 십이지장으로 분비해야 합니다. 근데 어떤 원인에 의해 췌장액이 십이지장으로 흘러들어가지 못하면 소화 효소가 있는 췌장액이 췌장에 쌓이게 되죠.
쌓인 취장액은 췌장 세포를 소화시키기 시작하면서 염증을 일으킵니다.
에스씨엠생명과학의 급성 췌장염 치료제 SCM-AGH는 면역세포가 염증에 대응할 수 있는 사이토카인(인터류킨-10)을 분비하도록 유도하는 원리의 줄기세포 치료제입니다.
중간엽 줄기세포가 췌장염 근처에 도달하면, 줄기세포 표면에 ICOSL이라는 단백질이 별현되고, 이는 면역세포에서 발현된 ICOS와 결합하게 됩니다. 이때 분비되는 게 항염증 작용을 일으키는 사이토카인 IL-10입니다.
에스씨엠생명과학은 SCM-AGH을 통해 전산화 단층촬영 중증도지수(CTSI) 지표가 개선되는 걸 보여주겠다며 이를 1차 평가지표로 설정했습니다.
CTSI는 단층 촬영(CT)으로 췌장의 괴사 유무, 범위, 염증 범위 등을 수치화한 지표입니다. 주로 중증도를 평가할 때 활용된다고 합니다.
에스씨엠생명과학은 약물 투여 28일차에 가짜약 대비 진짜약을 투여받은 환자군의 CTSI가 의미 있을 정도로 낮아질 것을 기대했을 겁니다.
하지만 회사와 투자자 기대와 달리 통계적으로 유의미할 만큼의 CTSI 지표 하락을 보여주진 못했습니다. 진짜약은 17명, 가짜약은 14명이 투여받았는데, 드라마틱한(통계적 유의성이 있을 만한) 효능 차이를 보이지 못했다는 의미입니다.
또 다른 1차 평가지표는 약물 투여 후 7일차 MMS(Modified Marshall Score) 변화량인데요, MMS는 호흡기계, 신장계, 심혈관계가 정상 작동하는지 평가할 수 있는 지표입니다.
하지만 에스씨엠생명과학은 여기서도 가짜약(2명) 대비 진짜약(3명) 투여군이 통계적으로 의미가 있을 만큼의 MMS 변화를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환자 수가 워낙 적었던 탓도 있어보입니다.
다만, 진짜약을 투여받은 그룹 내에서는 투약 전과 후로 CTSI 감소 효과가 확인됐습니다. 이 부분은 통계적 유의성이 확보됐습니다.
(최초 공시에는 이 부분이 담겨있었지만, 한국거래소의 정정공시 요구로 이 내용을 삭제한 공시가 다시 나왔다. 에스씨엠생명과학은 거래소 검토 하에 해당 내용이 공시됐는데, 최초 공시 20여분 만에 연락이 와 정정공시를 하라고 요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2차 평가지표인 'CRP(C-Reactive Protein)' 수치라는 건 가짜약보다 진짜약 투여군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감소한 걸 확인했다고 합니다. SCM-AGH가 아예 효능 없는 약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고 볼 수 있습니다.
2차 평가지표는 충족했지만, 임상의 성패를 가늠할 수 있는 1차 평가지표는 만족하지 못하면서 실망감에 주가가 급락한 것으로 보입니다.
회사는 통계적 유의성 확보는 실패했지만, 주가 하락은 과도하다는 입장입니다. 1차 평가지표 만족은 못했지만, 임상 결과를 찬찬히 뜯어보면 의미가 있는 부분이 많다는 겁니다.
회사의 한 관계자는 "2차 지표이긴 하지만 CRP 개선 효과가 보인 걸 굉장히 좋게 평가하는 의사들이 많다"고 했습니다. 의사들이 에스씨엠생명과학이 급성 췌장염 치료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평가하기도 한답니다.
회사 관계자는 "급성 췌장염 치료제는 아직 없다"며 "그만큼 임상 설계가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고 했습니다.
에스씨엠생명과학은 1·2a상에서 1차 평가지표 만족을 못했지만 2b상은 완전 다른 방식의 임상 디자인을 할 거라고 했습니다. 내년 1분기 내에 임상 시험계획(IND) 제출이 목표입니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