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에너지 위기가 던진 질문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촉발된 에너지 위기 탓에 유럽은 혹독한 겨울을 맞이할 전망이다. 유럽의 각 가정은 지난겨울보다 10배 높은 요금 청구서를 받게 될 것이란 경고를 받았다. 공장들은 가동을 중단할 위험이 커졌다.

하지만 유럽이 용기를 잃지 않는다면 위기를 생각보다 빨리 극복할 수 있다. 사회적인 소요를 막기 위해 가계와 기업에 필요한 만큼의 현금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이기는 최고의 방법은 유럽이 결코 무릎 꿇지 않으리라는 사실을 확실하게 각인시키는 것이다. 그는 결국 손해를 볼 것이다. 러시아의 가스산업은 피해가 불가피하다. 러시아의 몇 안 되는 우방국 가운데 하나인 중국도 문제다. 중국의 경제는 휘청거리고 있다. 중국은 천연가스 가격이 치솟고, 유럽과의 무역 거래가 붕괴되는 것을 인내하지 못할 것이다.

러시아 가스 의존이 문제

지난 1월 필자는 칼럼을 통해 유럽의 불안정한 전기와 가스 가격이 이상기후 등의 영향으로 300% 폭등할 것으로 예측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이었다. 독일은 석탄과 원자력발전을 버리고 천연가스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에너지 전략을 수립했다. 정치적으로 부적절한 결탁 때문이었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는 러시아 국영 에너지기업 가스프롬 계열사와 로스네프트로부터 수백만달러를 받고 있다.

필자는 4년 전부터 독일의 러시아산 가스 의존에 대해 지적해왔다. 러시아에 에너지 권력을 넘겨주는 것을 멈춰야 한다고. 하지만 독일 집권층은 유권자들에게 ‘마법 같은 에너지 전환(신재생에너지 확대)’을 설파하는 데 집중했다.

서방의 각국 정부들은 거의 한 세대에 달하는 기간에 진지한 화두 없이 표류했다. 조지 W 부시 미국 행정부는 지속 불가능한 국가를 어떻게 이끌어갈 것인가에 대해 고찰한 마지막 행정부였다. 하지만 이라크 전쟁의 고통 속에서 모든 것을 잃었다. 그 문제는 더 이상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독일은 운이 좋다. 전쟁 후 지금까지 유럽은 단결해 독일이 저지른 실수가 초래한 고통을 분담하고 있다. 본질적으로 연약한 정치인인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인플레이션, 부채, 전쟁으로 점철된 위기 속에서 대학 졸업생과 테슬라 구매자들에게 더 많은 세금을 나눠줄 생각밖에 없는 듯하다.

美·獨 정치 개혁 나서야

지금까지 미국의 집단적 해결책은 경제위기 등 국가적 실패로 귀결된 경우가 많았다. 이라크 전쟁과 아프가니스탄 사태, 주택시장 붕괴에 따른 금융위기, 월가 구제금융 등은 터무니없이 비용만 많이 들어간 실패로 판명됐다. 수천억달러의 코로나19 팬데믹 구제금도 결국 도난당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정치가 빌린 돈으로 특정 이해집단의 소비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경쟁으로 전락한 현실을 비판적으로 봐야 한다. 인터넷도 문제가 있다. 소프트웨어와 소셜미디어가 세상을 집어삼켜 중앙 무대를 차지하고, 다른 중요한 것들을 밀쳐내고 있는 게 현실이다. 디지털 시대에 생존하기 위해 사명을 잃은 언론도 바뀌어야 한다. 자유 언론은 매우 중요하지만, 언론이 독자들의 편견과 환상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만 경쟁한다면 자유 언론의 의미가 퇴색된다. 우리 사회에서 무엇이 통하고 무엇이 통하지 않는지 진지하게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엘리트들이 없고, 그에 따른 비전이 없다면 미래가 어두워진다.

이 글은 영어로 작성된 WSJ 칼럼 ‘Europe’s Winter of Living Bravely’를 한국경제신문이 번역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