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전기차, 반도체, 광섬유 등을 미국에서 만들 것”이라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북미에서 생산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해 한국산 전기차를 차별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단기간 내 수정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마이크론테크놀로지의 미국 반도체 공장 신설 관련 성명을 통해 “오늘 발표는 미국을 위한 또 다른 승리”라며 이같이 말했다. 미국 메모리반도체 제조사인 마이크론은 10년간 150억달러를 투자해 아이다호주에 반도체 공장을 짓겠다고 이날 발표했다.

미국은 지난달 16일부터 북미에서 생산된 전기차에만 대당 최대 7500달러의 보조금을 주고 있다. 한국 정부는 현대자동차그룹의 조지아주 전기차 전용공장이 완공되는 2025년까지 차별적 전기차 보조금 조항의 시행을 유예하기 위해 미국 정부와 협상 중이다. 제이크 설리번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은 전날 김성한 국가안보실장과의 회담에서 IRA 영향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차원에서 검토하겠다고 약속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방한한 미국 주지사에게 협조를 요청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실에서 더그 듀시 미 애리조나 주지사를 접견한 자리에서 “한국 기업들이 차별 없이 미국 기업과 동등한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주정부 차원에서 노력해달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방한한 에릭 홀컴 인디애나 주지사를 접견할 때도 같은 당부를 했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의 이날 발언으로 볼 때 시행을 유예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오는 11월 미국이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어 IRA가 단기간 내 개정되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한국 정부와 별개로 현대차그룹도 뛰고 있다. 기아 미국 조지아공장은 지역 정치인들과 접촉해 보조금 배제에 대한 해법을 논의하고 있다. 리처드 더글러스 조지아공장 대변인은 지난달 30일 “조지아주의 선출직 공무원과 전기차 보조금에 대한 우려 사항 등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김형규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