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세계대전 발발 83주년을 맞아 폴란드가 당시 자국을 침공한 독일에 1조 3000억 유로(약 1752조 원)의 피해 배상을 요구해 눈길을 끈다.

1일(현지 시각) 폴란드 집권 여당인 법과정의당(PiS)의 야로스와프 카친스키 대표는 1939년부터 전쟁이 종식된 1945년 사이 독일군의 폴란드 점령으로 인한 피해 배상을 국가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독일의 침공은 믿을 수 없이 잔인했고 오늘날까지 여파가 이어질 만큼 어마어마한 피해를 줬다”면서 폴란드 의회 2차대전피해배상위원회의 감정 결과 피해 규모가 1조 3000억 유로로 산정됐다고 밝혔다.

또한 “수십 년에 걸쳐서라도 이 배상금을 받아내는 것이 최종 목표라며 “이미 세계 10여 개국이 독일로부터 피해 배상을 받은 만큼 폴란드가 배제될 이유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독일 외교부는 “정부의 입장은 변함이 없다. 피해 배상 문제는 해결됐다”면서 “폴란드는 1953년 피해 배상을 포기했고 이를 여러 차례 확인했다. 이는 오늘날 유럽 질서의 버팀목”이라고 밝혔다.

한편, 독일은 폴란드가 구소련의 영향권에 있던 당시 동독에 더 이상의 배상 요구를 포기한 만큼 법적 보상 의무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법과정의당은 구소련의 강요로 이뤄진 당시 합의가 무효라며 2015년 집권 이후 꾸준히 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번 발표가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 등으로 지지율이 떨어진 여당의 정치 캠페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폴란드 제1 야당인 시민연단(PO)의 도날트 투스크 대표는 “이는 여당에 대한 지지를 재구축하려는 의도”라고 손꼽았다.

장지민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