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푸틴이 죽인 골디락스…파월, 8일 또다시 연설
그야말로 '골디락스'라고 부를만한 보고서였습니다. 2일(미 동부 시간) 아침 투자자들이 손꼽아 기다리던 미국의 8월 고용보고서는 시장이 좋아할 만한, 그리고 미 중앙은행(Fed)이 반길만한 수치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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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신규고용 31만5000개 증가

8월 신규고용은 31만5000개 증가했습니다. 월가 예상치와 비슷했고 지난달 52만6000개보다는 대폭 감소한 것입니다. 게다가 지난 6월 수치가 기존 39만8000개에서 29만3000개로 낮아지는 등 이전 두 달 수치도 10만7000개나 하향 조정됐습니다. 노동시장이 확실히 둔화하고 있는 것이죠. 월가는 이번 주 채용공고 수가 증가하고, 주간 실업급여 청구 건수가 감소하는 등 고용 지표가 연이어 좋게 나오자 지난 7월처럼 또다시 깜짝 놀랄 만큼 강한 고용 수치가 나오지 않을까 걱정했었습니다. 그건 기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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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실업률 3.7%로 증가

실업률도 7월 3.5%에서 8월 3.7%로 높아졌습니다. 사실 실업률 증가는 경제에 좋은 소식은 아니죠. 과거 실업률이 0.5%포인트만 높아져도 대부분 경기 침체에 빠졌었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실업률 증가가 시장의 환영을 받았습니다. 이유는 3번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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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노동 참여율 확대

8월 노동시장 참여율은 62.4%로 전달보다 0.3%포인트나 증가했습니다. 팬데믹 이후 최고 수준입니다. 특히 노동 적령기인 25~54세 미국인의 노동시장 참여율은 82.8%로 나타나 전월보다 0.4%포인트 높아졌습니다. 팬데믹 이전인 2019년 4분기 수준과 비슷합니다. 이렇게 노동시장에 새로 진입하는 사람이 많이 늘어나는 바람에 신규고용이 30만 개 이상 증가했지만, 실업률도 올라간 것입니다. 즉 노동 공급의 확대라는 맥락에서 나쁘지 않은 수치입니다. 게다가 Fed는 뜨거운 노동시장을 식히겠다며 강하게 긴축하고 있습니다. 실업률 상승은 그런 Fed가 좋아할 만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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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임금 상승 둔화

이렇게 노동시장 참여자가 늘어나면 임금 상승 압박은 낮아지게 됩니다. 실제 그랬습니다. 시간당 평균 임금은 전월 대비 0.3% 증가했습니다. 7월 0.5% 상승, 예상치 0.4% 상승보다 낮아진 것입니다. 전년 대비 상승률은 3개월 연속 5.2%를 유지했습니다. 시장 예상 5.3%보다 낮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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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D아메리트레이드는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다'(Not Too Hot, Not Too Cold)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8월 고용보고서는 시장 컨센서스와 일치했다. 실업률 증가는 노동 참여율의 상당한 증가라는 좋은 이유로 인한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웰스파고는 "적어도 Fed와 관련해선 8월 노동시장은 모든 측면에서 올바른 방향으로 둔화했다"라고 밝혔습니다. JP모건 자산운용은 "전반적으로 이 보고서는 노동시장에서 약간의 여유와 여전한 고용 모멘텀을 함께 보여줌으로써 경제 전반의 인플레이션 압력을 줄여준다"라며 "이런 측면에서 미국 경제에 연착륙을 위한 더 많은 활주로를 제공한다"라고 분석했습니다. 찰스 슈왑은 "8월 고용보고서는 시장에 좋은 소식이다. 노동시장은 약간 식고 있고 임금상승률은 약간 낮아졌으며, 노동 참여율은 증가했다. 이는 Fed의 긴축 열기를 약간 덜어낼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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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이 고용보고서에 주목한 건 오는 21일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칠 두 가지 숫자 중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또 하나는 오는 13일 발표될 8월 소비자물가(CPI)입니다. Fed가 현재 노동시장을 식히는 데 더욱 중점을 두고 있으므로 오늘 수치가 더 큰 영향력을 가질 것이란 게 월가 분석입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마이클 개펜 이코노미스트는 "Fed가 9월에 75bp가 인상될지 50bp를 올릴지 결정할 때 CPI보다 고용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CPI는 휘발유 가격 하락으로 인해 7월(8.5%)보다 낮아질 게 확실합니다. 하지만 노동시장이 식지 않으면 임금상승이 지속하면서 Fed가 중시하는 근원 물가(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가 계속 올라갈 수 있습니다.

골디락스 수치가 나오자 뉴욕 증시는 반색했습니다. 발표 직전 보합세를 보이던 주요 지수 선물은 순식간에 상승세로 전환됐습니다. 그리고 오전 9시 30분 주요 지수는 0.6~0.8% 강세로 거래를 시작했습니다.

또 뉴욕 채권시장의 금리는 급락했습니다. 2년물 수익률은 오후 3시 50분께 11bp 하락한 3.406%로 한 주를 마감했습니다. 10년물은 6.4bp 내린 3.200%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하지만 9월 기준금리 인상 폭이 50bp냐 75bp냐 하는 논쟁은 계속됐습니다. 50bp 쪽으로 추가 약간 기울었지만, 많이 기울진 않았습니다.

▶50bp 진영

뱅크오브아메리카는 "Fed가 9월과 11월에 각각 50bp를 인상할 것으로 본다. 노동 공급의 증가가 9월부터 시작되는 더 느린 속도의 긴축의 문을 열어준다. 8월 고용보고서에는 Fed를 위한 좋은 소식이 충분히 담겨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골드만삭스도 "우리는 지속해서 Fed가 올해 말까지 100bp를 올릴 것으로 예상한다"라며 "9월에 50bp, 11월과 12월에 각각 25bp를 인상할 것으로 보지만 위험은 여전히 조기 인상 혹은 더 큰 폭의 인상으로 치우쳐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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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bp 진영

그러나 라스무센의 조셉 브루셀라스 이코노미스트는 "노동참여율이 높아졌고 가계 조사를 보면 44만2000개나 취업자나 늘어났다"라면서 "현재 노동시장 역학을 고려할 때 이 보고서는 9월에 기준금리를 75bp 높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고용보고서는 두 가지 설문 조사를 통해 작성됩니다. 신규고용은 고용주 조사에서 나오고 실업률은 가계 조사를 기반으로 집계됩니다. 그런데 가계 조사에서 나온 취업자는 45만 개 가까이 늘어날 정도로 노동시장이 여전히 뜨겁다는 것이죠. 블랙록의 릭 리더 글로벌 채권 최고투자책임자(CIO)도 '최상의 추측'은 75bp 인상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높은 에너지 및 식품 가격 △중국-미국 갈등을 포함한 탈세계화(→전반적 물가 상승에 기여) △적은 주택 재고로 인한 주거비 상승 △(고용보고서에 나타난) 높아진 임금은 소비 증가로 이어짐 등의 이유를 들어 인플레이션은 지속해서 높게 유지될 것이고 더 많은 긴축이 필요하다고 분석했습니다.

▶중립 진영

모건스탠리는 "Fed 위원들이 긴축 속도를 50bp로 늦추는 것을 선호할 것 같지만, 들어오는 데이터의 흐름은 또 다른 75bp 인상에 대한 주장을 지원한다"라고 밝혔습니다.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마크 잔디 이코노미스트는 "Fed에게 약간의 위안을 줄 수 있는 굉장히 좋은 보고서"라면서도 "Fed가 임금상승과 물가 압력을 진입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노동시장은 좀 더 냉각될 필요가 있다. 월별 고용 수치는 최소한 10만 개 증가에 가까워져야 한다. 그게 현재 미국의 노동력 증가 및 안정적 실업률과 일치하는 수치"라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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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논란은 오전 10시 53분께 월스트리트저널(WSJ)의 기사가 나오자 조용해졌습니다. Fed의 비공식 대변인(Fed Whisperer)으로 알려진 닉 티미라오스 기자는 '안정적 노동시장은 Fed가 또 다른 금리 인상을 지속하도록 한다'(Steady Labor Market Keeps Fed on Track for Another Rate Rise)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8월 보고서는 9월 FOMC에서 얼마나 기준금리를 올릴 것인지에 대한 Fed 인사들의 의견을 크게 바꾸진 못할 것"이라고 썼습니다. 그러면서 "그들 중 소수는 50bp 인상을 선호한다고 밝혔지만 75bp 인상의 문도 열어뒀다"라며 "그들은 다음 회의에서 얼마나 올릴지 결정하기 전에 (13일 발표될) 인플레이션 수치를 한 번 더 보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한마디로 말하면 '골디락스' 고용 수치에도 Fed가 50bp 인상으로 기운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결국, 13일 수치를 봐야 한다는 겁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Fed 워치 시장에서는 오늘 75bp 인상에 대한 베팅이 56%로 전날의 75%보다 줄었지만, 여전히 50bp(44%) 인상에 대한 베팅보다는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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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bp 인상 기대에 찬물을 부은 탓인지 주가는 비틀대더니 오후 12시가 넘자 하락하기 시작했습니다. 하필 그럴 때 긴급 뉴스가 전해졌습니다. 12시 15분께 러시아가 독일로 연결되는 가스관 '노르트스트림-1'에서 돌연 문제가 발견됐다며 가스 공급 중단을 통보했다는 뉴스가 나온 것입니다. 지난 사흘간 정비를 한다며 가스 공급을 멈췄던 러시아 국영 가스회사 가스프롬은 3일 공급을 재개할 예정이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정기 점검 중 기름 누출이 발견됐다"라며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무기한 공급이 중단될 것이라고 발표한 것입니다. 러시아는 이미 가스 공급량을 용량의 40%에서 20%로 낮추면서 유럽의 목을 졸라 왔는데, 여름이 끝나고 날씨가 서늘해지자 이제 아예 끊을 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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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은 이를 예상해 평년보다 빨리 가스 저장시설을 80% 이상을 채웠습니다. 하지만 우드맥킨지의 마시모 디 오도아르도 리서치 이사는 "노르트스트림이 계속 폐쇄되면 유럽의 가스 저장량은 이번 겨울 마지막에 26%까지 떨어져 내년 겨울 상황이 복잡해질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러시아와 서방의 갈등은 원유에서도 커지고 있습니다. 미국 등 주요 7개국(G7)은 오늘 재무장관 회의를 열고 유가 상한제를 논의했습니다. 오는 12월 15일부터 러시아 원유에 대해 상한 가격을 정해 그 이상으로는 사지 못하게 하겠다는 겁니다. 이에 대해 러시아는 유가 상한제를 적용하는 국가에는 석유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시장 원칙을 따르지 않는 이들과 협력할 수 없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그런 움직임이 석유 시장에 심각한 불안을 일으킬 것이라는 점"이라고 밝혔습니다. 브렌트유는 전장보다 0.7% 상승한 배럴당 93.02달러에 마감했습니다. 서부텍사스원유(WTI)는 0.3% 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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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지수는 오후 1시께 마이너스권으로 떨어졌고 장 막판까지 내림세는 이어졌습니다. 결국, 다우와 S&P500 지수는 각각 1.07% 내렸고 나스닥은 1.31% 하락한 채 거래를 마쳤습니다. 나스닥은 2019년 이후 처음으로 6일 연속 내렸습니다. S&P500 지수는 4018(1.2% 상승)까지 올랐다가 떨어져 3924.26으로 마감했습니다. 4020선에 있는 50일 이동평균선을 넘지 못하고 내려온 것입니다. T3라이브닷컴의 스콧 레들러 파트너는 S&P500이 4018에서 올라가는 데 실패했으며 이는 향후 시장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S&P500 지수가 3903을 유지하지 못한다면 다시 저점을 테스트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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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관계자는 "러시아의 가스 공급 중단은 언제일지 시점이 문제였을 뿐 이미 예상된 것이었다"라며 "이 뉴스 때문에 급락한 게 아니라 이 뉴스를 핑계로 투자자들이 주식을 팔아치운 것 같다"라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투자자들이 매도한 이유로 두 가지를 꼽았습니다. 먼저 5일 노동절을 맞아 이번 주말 사흘 연휴가 이어진다는 것입니다. 그는 "어제 오후부터 오늘 오전까지 거의 2% 이상 이익을 거뒀고, 거시경제가 불안한 상황에서 사흘 연휴를 맞기는 불안하다"라고 말했습니다. CFRA의 샘 스토발 전략가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러시아의 가스 공급 중단과 미·중 긴장 고조는 투자자들을 걱정하게 만든다"라며 "긴 주말 동안 잠재적으로 위험에 노출될 수 있으며, 트레이더들은 롱(매수) 포지션을 갖기를 원하지 않는다"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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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다음 주 제롬 파월 의장을 포함해 Fed 연사들이 줄줄이 발언에 나선다는 것입니다. 수요일 레이얼 브레이너드 부의장, 목요일 파월 의장, 금요일에는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가 연단에 섭니다. 그러고 나서 FOMC를 앞두고 '블랙 아웃'(침묵) 기간이 시작됩니다. 이 관계자는 "인플레이션은 높고 노동시장은 여전히 좋으며 3분기 GDP는 괜찮을 것이다. Fed가 지금 물러설 이유는 전혀 없고, 파월 의장은 또다시 잭슨홀의 매파적 메시지를 반복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게다가 다음 주 목요일(8일)에는 유럽중앙은행(Fed)이 통화정책회의를 갖습니다. 역시 50bp를 올릴지 75bp를 올릴지 예상이 엇갈리는 가운데 75bp를 인상한다면 글로벌 금리를 높일 수 있습니다. 또 화요일(6일) 호주 중앙은행은 50bp 인상이 예상되고, 수요일(7일) 캐나다는 75bp 인상이 점쳐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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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에는 미 공급관리협회(ISM)의 서비스 구매관리자지수(PMI)가 발표되며, 7일 Fed의 베이지북이 공개됩니다. 다음 FOMC에서 쓰일 경기 판단 자료입니다.

5일 OPEC+의 월간 정례회의도 열립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제기한 감산이 결정될지가 관건입니다. ING는 "산유량 목표를 변경하지 않고 그대로 둘 것으로 기대한다. 그들은 아마도 생산량 정책에 큰 변화를 주기 전에 이란의 공급에 대해 좀 더 명확히 알기를 원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애플은 7일 아이폰14 등 신제품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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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주 월가에서는 여러 개의 투자 콘퍼런스가 열립니다. 주요 기업들이 참가해 올해 실적 전망치에 대해 언급할 것입니다. 지금 같은 상황에선 실망스러운 가이던스를 내놓는 곳이 있을 겁니다. 팩트셋에 따르면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7~8월 두 달간 S&P500 기업들의 3분기 주당순이익(EPS) 전망치를 5.4%(59.44달러→56.21달러) 낮췄습니다. 이는 지난 5년(20개 분기) 평균인 1.9%의 두 배가 넘습니다. 지난 10년간을 따져도 2.7%입니다. S&P500 11개 업종 가운데 9개의 전망치가 낮아졌고 통신서비스(-12.8%) 정보기술(-9.1%) 등 기술주 업종이 가장 많이 떨어졌습니다. 같은 기간 4분기 EPS 추정치도 3.5%(60.73달러→58.60달러) 하락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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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김현석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