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물적분할시 주주 권익 보호 방안 발표…"실효성 의문"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상장기업의 주주가 물적분할에 반대할 경우 기업에 주식을 매수해줄 것을 청구하는 권리, 일명 주식매수청구권이 도입된다. 물적분할 이후 5년 내 자회사를 상장하려는 경우에는 거래소가 모회사 일반주주에 대한 보호노력을 심사하고 미흡한 경우 상장이 제한된다.
금융위는 4일 이러한 내용을 담은 '물적분할 자회사 상장 관련 일반주주 권익 제고방안'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최근 일부 기업이 고성장 사업 부문을 물적분할한 후 자회사를 단기간 내 상장시키면서 주주권 상실과 주가 하락 등 모회사 소액 주주가 피해를 받는다는 논란이 일자 이를 해소하기 위한 조치다.
실제로 LG화학에서 2차전지 관련 사업을 영위하던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에서 SK아이이테크놀로지가 물적분할되는 등 핵심 사업이 떨어져 나가자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주가는 한동안 내리막을 걸었다. 최근엔 지난 7월 12일 DB하이텍이 팹리스(반도체 설계) 사업부를 물적분할 한다는 소식이 시장에 알려지자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15.7% 하락했고, 장중 52주 신저가(4만200원)을 기록할 정도로 투심이 크게 훼손됐다.
DB하이텍은 팹리스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두 사업부로 나뉘는데 각 사업부의 전문성 강화를 위해 분할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다. 이에 DB하이텍 소액 주주들은 10%의 의결권을 확보해 물적분할 시도를 저지하기 기반을 만든다며 소액주주 연대를 결성하고 지분 모으기에 나섰다. 그렇다면 이번 금융당국의 일반주주 권익 제고방안은 투자자들을 달래기에 적합할까. 시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먼저 물적분할에 반대하는 주주들은 물적분할이 추진되기 이전의 주가로 주식을 매각할 수 있지만 권리 행사 시 매수 가격은 '시가'로 적용될 방침이다.
이에 대해 김규식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시가가 아닌 본질 가치로 평가되는 공정가액으로 가격을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가는 기업의 본질 가치 대비 저평가돼 있다는 설명이다. 협의가 되지 않는 경우 법원에 매수 가격 결정을 청구할 수 있다는 조항에 대해선 "의미없는 일"이라고 단언했다. 시가로 규정돼 있으면 소송을 하더라도 시가가 물적분할 이슈로 인해 움직였는지를 검토하는 것이지 주가가 본질 가치 대비해 저평가돼 있느냐를 판단하는 게 아니라는 설명이다.
투자자들의 바람이 담긴 '신주 우선배정' 도입도 빠져 있어 아쉬움이 크단 평가가 나온다. 신주 우선배정은 물적분할 자회사 상장 때 모회사 주주에게 신주를 우선배정하는 방안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물적분할된 핵심 사업은 원래 모회사 주주의 몫이므로 자회사 지분에 투자할 수 있는 기회를 우선적으로 주지 않는 건 일종의 권리침해"라고 비판했다.
물적분할 이후 5년 내 자회사를 상장하려는 경우 거래소가 모회사 일반주주에 대한 보호 노력을 심사하고 미흡한 경우 상장이 제한된다는 조항도 더 구체적으로 강화돼야 실효성을 가질 수 있다는 조언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작년 말 독일 다임러가 다임러트럭을 물적분할해 상장할 때 다임러트럭 신주 65%를 모회사 주주에게 배분한 사례와 영국 GSK가 헬스케어 전문기업 헤일리온을 물적분할해 상장하면서 신주 54.5%를 모회사 주주에게 배분한 사례 등을 참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규식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자본시장 선진국들은 종속 자회사의 대규모 신주발행 방식 상장이 사실상 금지돼 있고, 상장하는 경우 자회사 주식을 현물 배분한다"며 "한국 증시의 디스카운트 요인인 모·자회사 동시 상장 악습을 근본적으로 손봐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금융위원회는 "기업공시서식과 거래소 상장기준 개정을 올해 10월까지 완료하고, 주식매수청구권 도입 관련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은 이달 5일부터 입법예고를 실시해 가급적 연내에 제도개선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박해린기자 hlpark@wowtv.co.kr
금융위는 4일 이러한 내용을 담은 '물적분할 자회사 상장 관련 일반주주 권익 제고방안'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최근 일부 기업이 고성장 사업 부문을 물적분할한 후 자회사를 단기간 내 상장시키면서 주주권 상실과 주가 하락 등 모회사 소액 주주가 피해를 받는다는 논란이 일자 이를 해소하기 위한 조치다.
실제로 LG화학에서 2차전지 관련 사업을 영위하던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에서 SK아이이테크놀로지가 물적분할되는 등 핵심 사업이 떨어져 나가자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주가는 한동안 내리막을 걸었다. 최근엔 지난 7월 12일 DB하이텍이 팹리스(반도체 설계) 사업부를 물적분할 한다는 소식이 시장에 알려지자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15.7% 하락했고, 장중 52주 신저가(4만200원)을 기록할 정도로 투심이 크게 훼손됐다.
DB하이텍은 팹리스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두 사업부로 나뉘는데 각 사업부의 전문성 강화를 위해 분할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다. 이에 DB하이텍 소액 주주들은 10%의 의결권을 확보해 물적분할 시도를 저지하기 기반을 만든다며 소액주주 연대를 결성하고 지분 모으기에 나섰다. 그렇다면 이번 금융당국의 일반주주 권익 제고방안은 투자자들을 달래기에 적합할까. 시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먼저 물적분할에 반대하는 주주들은 물적분할이 추진되기 이전의 주가로 주식을 매각할 수 있지만 권리 행사 시 매수 가격은 '시가'로 적용될 방침이다.
이에 대해 김규식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시가가 아닌 본질 가치로 평가되는 공정가액으로 가격을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가는 기업의 본질 가치 대비 저평가돼 있다는 설명이다. 협의가 되지 않는 경우 법원에 매수 가격 결정을 청구할 수 있다는 조항에 대해선 "의미없는 일"이라고 단언했다. 시가로 규정돼 있으면 소송을 하더라도 시가가 물적분할 이슈로 인해 움직였는지를 검토하는 것이지 주가가 본질 가치 대비해 저평가돼 있느냐를 판단하는 게 아니라는 설명이다.
투자자들의 바람이 담긴 '신주 우선배정' 도입도 빠져 있어 아쉬움이 크단 평가가 나온다. 신주 우선배정은 물적분할 자회사 상장 때 모회사 주주에게 신주를 우선배정하는 방안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물적분할된 핵심 사업은 원래 모회사 주주의 몫이므로 자회사 지분에 투자할 수 있는 기회를 우선적으로 주지 않는 건 일종의 권리침해"라고 비판했다.
물적분할 이후 5년 내 자회사를 상장하려는 경우 거래소가 모회사 일반주주에 대한 보호 노력을 심사하고 미흡한 경우 상장이 제한된다는 조항도 더 구체적으로 강화돼야 실효성을 가질 수 있다는 조언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작년 말 독일 다임러가 다임러트럭을 물적분할해 상장할 때 다임러트럭 신주 65%를 모회사 주주에게 배분한 사례와 영국 GSK가 헬스케어 전문기업 헤일리온을 물적분할해 상장하면서 신주 54.5%를 모회사 주주에게 배분한 사례 등을 참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규식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자본시장 선진국들은 종속 자회사의 대규모 신주발행 방식 상장이 사실상 금지돼 있고, 상장하는 경우 자회사 주식을 현물 배분한다"며 "한국 증시의 디스카운트 요인인 모·자회사 동시 상장 악습을 근본적으로 손봐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금융위원회는 "기업공시서식과 거래소 상장기준 개정을 올해 10월까지 완료하고, 주식매수청구권 도입 관련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은 이달 5일부터 입법예고를 실시해 가급적 연내에 제도개선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박해린기자 hlpark@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