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태풍 때 피해 컸던 울산 태화시장, 차분함 속 긴장감
[태풍 힌남노] '대목 앞에 역대급 태풍이라니…' 시장상인들 한숨
"대목 앞에 태풍인데, 잠도 못 자지요, 뭐."
4일 아침 울산 중구 태화종합시장.
밤새 이슬비가 내리다가 그치기를 반복한 탓에 시장 도로는 여전히 축축했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있지만,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북상한다는 소식 때문인지 시장 분위기는 비교적 차분했다.

태화시장은 태화강과 인접한 데다가 지대가 낮아서 울산의 대표적인 상습 침수지역이다.

2016년 10월 태풍 '차바' 때는 시간당 최대 130㎜ 넘는 비가 내리면서 태화시장과 인근 우정시장 일대 300여 개 점포, 노점이 대부분 물에 잠겼고, 사망자도 발생했다.

많은 비가 내릴 때마다 긴장감을 놓을 수 없는 곳인데, 이번 태풍 힌남노가 역대급 세기로 예상되는 데다가 하필이면 대목 코앞에 상륙할 것으로 전망돼 상인들 걱정이 더 깊다.

태화시장에서 20년 넘게 쌀 상회를 운영해 온 박원호(61) 씨는 "추석에 팔 거라고 햅쌀을 많이 들여놨다가 어제 서둘러 아는 음식점을 찾아다니며 헐값에 넘겼다"며 "태풍 때 물에 잠겨서 한 푼도 못 벌게 되는 것보다는 조금 손해 보는 게 낫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시장 모퉁이 건어물 가게도 사정은 비슷하다.

미리 쌓아둔 모래주머니를 살피던 가게 주인은 "추석 물량을 보름 전쯤 이미 받아놨는데, 인제 와서 어쩌지도 못한다"며 "한편으로 포기했고, 또 한편으론 잠이 안 온다"고 털어놨다.

상인들마다 상품들을 높은 선반 위에 올려놓고, 차수막을 확인하는 등 태풍에 대비하면서도 "큰비 앞에 무슨 방도가 있겠느냐"며 씁쓸한 말을 섞기도 했다.

[태풍 힌남노] '대목 앞에 역대급 태풍이라니…' 시장상인들 한숨
특히 태풍 차바 피해 이후 배수펌프장과 빗물을 태화강으로 바로 흘러나가도록 하는 고지 배수터널 공사 등이 추진됐으나 부지 소유주 등과 소송 문제로 공사가 지연된 상황이다.

담당 지자체인 울산 중구는 일단, 양수기 20대와 대형 펌프 6대 등을 동원해 태화시장 태풍·홍수 피해에 대비 중이다.

모래주머니 2천250개를 배포 또는 구비했고, 배수구를 점검하고 있다.

태화시장이 오는 5일 장날이긴 하지만, 노점상에게는 미리 문자메시지 등을 보내 피해 예방 차원에서 장을 열지 않도록 당부하기도 했다.

기상청이 예상한 현재 경로대로라면, 힌남노는 오는 6일 울산을 관통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