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공항엔 귀향객 북적…시민·지자체 "만반의 준비하겠다"
[태풍 힌남노] 역대급 소식에 전국 관광지 발길 '뚝'…대응태세 '강화'
4일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우리나라로 북상하면서 전국이 긴장하고 있다.

5∼6일 '역대급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소식에 시민들은 침수·강풍 피해에 대비해 단단히 채비하는 모습이다.

주요 관광지는 행락객들의 발길이 대폭 줄어들면서 한산했으며 일부 관광지는 인명피해를 우려해 출입 전면통제로 대응하고 있다.

각 항만의 소형 어선들은 육지로 옮겨졌으며 중형급 이상 어선들은 서로 결박하며 태풍에 대비하고 있다.

전국 지방자치단체는 비상 대응체계를 가동하고 지난 장마 피해 지역들을 중점적으로 점검하고 있지만, 재차 피해가 발생할까 봐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다.

[태풍 힌남노] 역대급 소식에 전국 관광지 발길 '뚝'…대응태세 '강화'
◇ 전국 관광지 한산…제주공항 귀향 관광객 '북적'
현재 내륙과 해상에 호우주의보와 강풍주의보가 내려진 제주도는 태풍의 직접영향을 받을 전망이라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평소 하루 4만명 대에 달하던 관광객들이 최근 사흘 사이 1만명 대로 크게 줄어들었다.

반면 제주국제공항은 서둘러 고향으로 돌아가려는 관광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태풍 영향권에 들어 항공기 결항사태가 이어질 것에 대비해 미리 돌아가려는 것이다.

서울로 돌아가는 관광객 이모(37) 씨는 "태풍이 온다고 하니 집 걱정도 되고 비행기가 결항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부랴부랴 공항에 왔다"며 "아무쪼록 큰 피해 없이 지나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부산 해운대는 한산한 가운데 상인들 사이에서 우려가 커지는 분위기다.

특히 2016년 '차바' 태풍으로 큰 피해를 봤던 해운대 마린시티 인근 상인들은 악몽이 되살아날까 우려하는 모습이었다.

일부 상인은 주말 장사를 포기한 채 도로에 모래주머니로 벽을 쌓는 등 자구책을 마련했다.

해운대서 한식집을 운영하는 A씨는 "오늘 일찍 영업을 마칠 예정"이라며 "이후 바닷물이 유입되지 않도록 모래벽을 쌓거나 테이블과 의자를 줄로 묶는 등 만반의 준비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 계룡산국립공원 동학사 일대에는 오전 입장객이 1천명에도 못 미쳤다.

공원 측은 이날 오후 5시부터 입산을 통제한다.

국립공원사무소 관계자는 "비가 오락가락하고 태풍 예보도 있는 데다 명절을 앞두고 있어 입장객이 크게 줄었다"며 "입장객도 대부분 산악회 단체 등산객이고 개인 등산객은 거의 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충북 속리산 국립공원, 경북 대구 수성못과 단산지, 전북 완주 모악산과 무주 덕유산, 전남 광주 무등산과 영암 월출산 등 전국 주요 관광지와 명산도 방문객이 대폭 줄어든 가운데 한산했다.

[태풍 힌남노] 역대급 소식에 전국 관광지 발길 '뚝'…대응태세 '강화'
◇ 역대급 태풍 소식에 지자체·시민…"단단히 채비"
많은 비가 올 때마다 물에 잠겨 큰 피해를 보는 부산시 동구 자성대 아파트는 당국의 대피 명령에 따라 이날 오전부터 분주한 모습이다.

이곳 1층에 사는 28명은 가까운 호텔 등 대피 시설로 피신할 준비를 했다.

1층 주민 60대 김모씨는 "이사 온 지 몇 년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3번이나 침수를 겪었다"며 "지금은 비가 오지 않지만, 역대급으로 강한 태풍이 온다는 소식에 서둘러 짐을 챙기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 경찰은 상습침수지 82곳과 월파 우려 지역 5곳에 대해 사전 점검을 하는 한편 태풍의 직접적 영향권에 들 것으로 예상되는 5일 교통 '을호' 비상령을 내릴 예정이다.

상황에 따라서는 지하차도나 해상교량의 차량 통행을 통제할 방침이다.

제주도 내 항구와 포구에는 각종 선박 2천여 척이 대피해 있다.

제주도는 지난 2일 태풍에 따른 상황별 비상 체계를 가동, 재해 우려 지역에 대한 예방 순찰과 점검을 이어가고 있다.

제주지방해양경찰청 역시 3일부터 연안 사고 위험예보를 '주의보'에서 '경보' 단계로 격상, 비상 근무체제에 돌입했다.

전남도에서는 어선 2만7천966척 가운데 대부분은 피항을 마쳤다.

소형 어선은 육지로 옮기고 중형급 이상 어선은 항구에 결박해 태풍에 대비하고 있다.

강원도 강릉 주문진항 등 동해안 항구에서는 어민들이 태풍 피해에 대비해 육지로 어선을 옮기느라 분주했다.

강원도는 태풍 진로를 24시간 감시하는 등 재난부서를 중심으로 대응체계를 구축해 피해에 대비하고 있다.

충북도는 우선 급경사지, 야영장, 산사태 취약지역 등 붕괴 우려·위험지역을 중심으로 예찰하고 있다.

반지하·저지대 등 취약지역에는 담당 공무원을 지정하고 주민 대피계획도 수립했다.

위험 징후가 보일 때는 대피 명령을 신속히 내리기로 했다.

울산시는 어선 790척을 육지로 인양 완료했으며, 해상 낚시터는 이날 오후 6시부터 폐쇄한다.

[태풍 힌남노] 역대급 소식에 전국 관광지 발길 '뚝'…대응태세 '강화'
◇ "지난 장마 복구 아직인데"…피해 지역 긴장
경기도 각 시·군은 급경사지와 산사태 우려 지역, 축대·옹벽, 저지대 침수 우려 지역에 대한 점검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지난달 집중호우로 청계동과 고천동이 특별재난지역에 포함된 의왕시는 해당 지역을 중심으로 배수구 300여 곳을 점검하고 상습 침수지하차도 배수시설 작동 여부도 확인하는 등 재차 손해를 입지 않기 위해 안전 관리에 전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여주시도 배수로와 맨홀 90곳, 산사태 취약지역 50곳, 하천 시설물 20곳, 배수펌프장 7곳 등 피해 우려 지역의 출입을 통제하는 등 예찰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의정부시는 집중호우 때마다 침수되는 중랑천변 진입로에 출입 통제 펜스를 설치하는 등 태풍 피해에 대비했다.

남양주시와 가평군 등 배·사과 농가들은 낙과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비가 오는데도 시설물을 점검하느라 분주했다.

충남도는 지난달 집중호우 당시 피해가 집중된 부여와 청양, 보령 지역에 태풍 피해 최우선 대비를 당부하고 채비에 나서고 있다.

이들 지역은 항구 복구가 안 된 채 임시방편의 조치만 이뤄진 곳이 많아, 토사 유출이나 산사태, 제방 유실 등이 추가로 우려되는 곳에 임시 방수포를 보강하는 등 태풍과 호우에 대비한 조치를 강화하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힌남노는 5일 오전 9시 제주 서귀포시 남남서쪽 460㎞ 해상에 이를 전망이다.

이때 중심기압과 최대풍속은 각각 920hPa(헥토파스칼)과 54㎧로 강도가 가장 강한 '초강력'에 해당할 것으로 예보했다.

힌남노는 6일 오전 9시 강도가 '강'인 상태에서 부산 북북서쪽 20㎞ 지점에 상륙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때 중심기압과 최대풍속은 950hPa과 43㎧로 전망된다.

전망대로라면 가장 강한 세력으로 국내에 상륙한 태풍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이날부터 6일까지 사흘간 전국에 100∼300㎜의 비가 쏟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양지웅 이영주 김도윤 박성제 전창해 김근주 이강일 김동철 손상원 변지철 유의주 윤태현)

/연합뉴스